[김주하의 '그런데'] 빌런 변호사, 이대로 두면
"의뢰인들이 유죄란 걸 알았잖아. 허영심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죄악이지." -영화 '데블스 애드버킷' (1997)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판에서 64회 연속 승소한 변호사가 대형 법률회사로 옮겨 승승장구하다, 탐욕으로 무너진다는 영화입니다.
변호사들에게 보내는 할리우드의 통렬한 야유라 할 정도로 법의 양면성과 악마성을 생생하게 고발하고 있지요.
"마음 같아서는 영구제명이라고 지금까지도 저는 생각을 해요. 변호사 자격 박탈입니다." - 이기철, 고 박주원 양 어머니(지난달 19일)
학교폭력 피해로 숨진 고 박주원 양의 유족 법률대리를 맡고도 재판에 3번 다 불출석해 1심에서 다 이겨놓은 재판을 자동 패소하고, 이 같은 사실을 5개월이나 숨겨 상고 기회마저 놓치게 한 권경애 변호사가 정직 1년 징계를 받자, 어머니는 "우리 주원이를 두 번 죽이고 나도 죽였다"며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런데 대한변호사협회는 6개월 중징계 건의를 1년으로 늘린 거라며, 이만하면 중징계라고 합니다.
공고를 보면 지난 5년간 총징계 580건 중 절반 이상인 333건이 고작 과태료 처분이고 그다음이 견책, 정직 순. 제명은 달랑 네 건이 다 이긴 했습니다.
7차례 필로폰을 투약해 형사처벌을 받은 변호사는 1개월 정직,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84의 만취 운전을 한 변호사는 고작 과태료 100만 원.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전관예우를 받으며 수임 제한 기간이나 자료 제출 의무를 위반한 사례 62건 중엔 중징계가 단 한 건도 없었죠.
그런데 광고 플랫폼인 로톡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변호사 123명에게 최대 1,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었죠?
그리고 이번엔 의뢰인에게 직접 피해를 준 변호사에겐 저런 징계를 내린 겁니다.
변호사들이 제일 두려워할 변협이 저렇게 하면 좋은 변호사 양성은커녕, 나쁜 변호사가 되어도 괜찮네란 인식만 심어줄 뿐 아닐까요.
그러니 무서울 게 없는, 말 그대로 막 나가는 변호사들이 생기는 거죠.
마약한 사람에게 내 정의를 맡기고, 음주운전자에게 내 인생을 맡겨야 한다니요.
적어도 이 변호사는 이런저런 일로 무슨 징계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라고 발찌는 못 채울망정, 의뢰인들이 구분은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최소한의 정의, 도리가 아닐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빌런 변호사, 이대로 두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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