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권영준 대법관 후보자, 법률의견서 써주고 서울대에 ‘미신고’···‘외국법인 대리’ 로펌 의뢰도 논란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외국 회사를 대리하는 대형 로펌에 법률 의견서를 써주고도 서울대에는 별도의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권 후보자는 법령이나 대학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에서 11일 열리는 권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 후보자는 ‘국제중재 사건과 관련해 외국 정부나 법인을 대리하는 로펌 의뢰를 받아 법률 의견서를 제출한 적이 있느냐’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 질의에 10일 “외국 법인을 대리하는 로펌 의뢰를 받아 (법률) 의견서 제출 또는 증언을 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권 후보자는 ‘로펌 의뢰로 제출한 법률 의견서를 소속 대학에 신고했느냐’는 장혜영 의원실 질의에는 “전문가 증인 활동과 의견서 제출은 부정청탁금지법이나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서울대학교 교직원 행동강령에 따른 허가나 신고 대상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규정상 서울대 교수는 토론회·세미나·신문 기고 등 외부강의 내역은 서울대에 신고해야 하지만, 법률 의견서는 이 신고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신고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립대학법인인 서울대 교수가 외국 회사를 대리하는 대형 로펌에 써준 법률 의견서를 학교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5월 시행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10조 제4호도 공직자가 ‘외국의 기관·법인·단체 등을 대리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했다. 해당 조항은 소속기관의 장이 허가한 경우 외국 법인을 대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권 후보자가 법률 의견서 작성 내역을 서울대에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개정되기 전 서울대 교직원 행동강령에도 서울대 교직원은 외국 법인을 대리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었다.
장혜영 의원은 “국립대학법인 교수가 외국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펌의 의뢰를 받고 법률 의견서를 써 준 것은 매우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법 위반 소지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후보자의 법률 의견서 제출이 국익을 훼손한 경우는 없었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후보자가 모든 내용을 공개하고 있지 않은 만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그 부적절성을 분명히 따져 묻겠다”고 했다.
권 후보자는 “우리 정부, 공공기관 또는 국내 법인을 대리하는 로펌 의뢰를 받아서 의견서 제출 또는 증언을 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했다. 또 “국제중재 절차에서 전문가 의견서를 제출하고 증언하는 것은 독립성 서약과 선서 후, 준거법인 한국법의 법리에 관한 독립적 전문가로 행하는 것으로 로펌이 일방 당사자를 대리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고도 했다.
권 후보자는 지난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대형 로펌에 63건의 법률 의견서를 써주고 18억1563만원(세후 6억9699만원)의 수입을 올려 논란이 됐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07061739001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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