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고발사주' 녹취에 "내 목소리 맞는데 고발장 받은 기억 없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고발사주 의혹' 1심 속행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고발 사주' 의혹의 증거로 제출된 조성은 씨와의 통화 녹취를 직접 듣고 "내 목소리는 맞는데 내용은 기억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손준성 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법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검사는 김 의원에게 녹취 속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만들어 보내드리겠다'는 발언에서 '저희'가 누구냐고 물었다.

이에 김 의원은 "저와 제보자를 합쳐 '저희'일 텐데, 당시 채널A 사건 관련 제보는 여의도 정치부 기자, 서초동 (법조) 기자, 민주당 고위 관계자 등 복합적"이라면서 "고발장 초안을 누구에게 받았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공수처 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조성은 씨에게 전달한 고발장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시가 있다"며 "손 검사가 이를 전달한 것이냐"고 물었지만 김 의원은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 부분이 핵심일 텐데 만약 이게 대검에서 온 것이라 인식했다면 (내) 행위 자체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텔레그램으로 조 씨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뒤 '방 폭파'라고 남긴 것에 대해선 "저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인은 다 그렇게 한다"며 "민주당에서 여성 의원들이 모여서 폭파하자고 하면 불법적인 것이냐"고 반문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5월 손 검사를 기소하면서 김 의원의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봤지만, 공수처법상 직접 기소 권한이 없어 사건을 검찰로 이첩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20년 4월 총선 직전 고발을 통해 당시 여권에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열린민주당 후보) 등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 등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검찰은 고발장이 손 검사에서 김 의원으로 전달된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김 의원을 불기소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