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돈에 왜 포르쉐? 너도나도 타는데”…‘벤츠값’에 살맛나는 ‘혜자 SUV’ [카슐랭]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3. 7. 10. 19: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년만에 나온 마세라티 SUV
포르쉐 마칸·카이엔 틈새공략
친절하고 똑똑해진 슈퍼 SUV
포르쉐 마칸(왼쪽)과 마세라티 그레칼레 [사진출처=포르쉐, 마세라티]
“내 눈에는 포르쉐만 보여”

이탈리아 하이퍼포먼스 럭셔리카 브랜드 마세라티의 목표는 ‘타도 포르쉐’다. 그란투리스모, 콰트로포르테, 기블리 등으로 포르쉐 잡기에 나섰다. 결과는 실패다.

‘낮은 차’ 전쟁에서 쓴맛을 본 마세라티는 ‘높은 차’로 다시 목표 달성에 나섰다. 포르쉐 카이엔이 원조인 슈퍼 SUV에서 기회를 봤기 때문이다.

2016년 브랜드 최초로 내놓은 슈퍼 SUV인 르반떼는 대박 드라마 ‘도깨비’ 열풍에 힘입어 국내에서 선전했다. 마세라티 전체 판매대수 10대 중 4대를 담당했다.

슈퍼 SUV 시대를 연 카이엔 [사진출처=포르쉐]
다만, 강력하게 불었다 사라지는 돌풍에 그쳤다. 르반떼는 포르쉐 카이엔 대항마로 존재감을 알렸을 뿐이다. 포르쉐와 카이엔은 역시 ‘넘사벽’(넘기 어려운 사차원의 벽)처럼 막강했다.

포르쉐가 카이엔에 이어 동생격인 마칸으로 폭풍 질주하는 동안 마세라티는 칼을 갈 수밖에 없었다.

판매 차종이 다양하지 못한데다 친환경 차종도 부족하고 편의성도 떨어져 마세라티 돌풍은 멈췄다.

절치부심. 마세라티는 7년 만에 “이번이 진짜 포르쉐 킬러”라며 새로운 슈퍼 SUV를 가져왔다.

지난 3월부터 국내 출시된 그레칼레다. 브랜드 두 번째 슈퍼 SUV이자 르반떼 동생이다. 차명에서도 마세라티의 각오가 엿보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람을 선호하는 브랜드 전통을 따랐지만 이번에는 풍속이 세다. ‘지중해의 바람’ 르반떼보다 더 강력하다. ‘지중해의 강력한 북동풍’이다.

“슈퍼카+SUV, 이번이 진짜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디자인은 키가 커진 슈퍼카다. 슈퍼 스포츠카 MC20의 아이덴티티를 담아 ‘슈퍼카+SUV’를 추구해서다.

전반적으로 스포티하면서 우아하다. 한번 보면 잊을 수 없은 강렬한 매력을 발산한다. 차체가 높은 SUV에 걸맞게 수평적 요소보다는 수직적 요소에도 초점을 맞췄다.

전면은 과하지 않은 낮고 인상적인 그릴을 적용해 슈퍼 스포츠카 MC20를 떠올리게 한다. 그레칼레 트리페오의 경우 그릴이 앞으로 좀 더 돌출됐다. 더욱 대담하면서 역동적이다.

후면부에서는 주지아로 GT에서 영감을 받은 부메랑 테일라이트와 마세라티 특유의 사다리꼴 라인을 적용했다.

스포츠카처럼 마감한 실내 공간, 날렵한 리어 윈도우, 강력하고 대담한 펜더, 시각적으로 무게중심이 낮아 보이게 하는 등 쿠페 효과가 어울러져 스포티한 매력을 발산한다.

GT 모델보다 전폭이 30mm 넓은 모데나와 트로페오는 더 넓고 더 역동적이다. 크롬 디테일, 사이드 스커트, 차별화한 범퍼를 통해 강렬하면서도 세련된 멋도 강조했다.

마세라티 그레칼레 실내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실내는 아날로그 전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편의성도 부족하다는 단점을 없애는 데 공들였다.

인테리어는 깔끔함과 모던함, 미래지향성에 초점을 맞췄다. 마세라티 역사상 최초로 디지털시계를 채택했다. 취향에 따라 스킨과 모습을 변경하는 디지털화면,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도 적용했다.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8.8인치 컴포트 디스플레이는 간단한 터치를 통해 쉽고 빠르게 조작할 수 있다.

중앙 디스플레이 뒷면에서 부드럽게 확산되는 빛을 사용해 ‘거실효과’도 추구했다. 탑승자가 편안함과 안락함을 제공한다.

중앙 패널에서 버튼이 사라지면서 암레스트는 더 넓어졌다. 더블 버터플라이 도어가 달린 대형 수납공간, 스마트폰 충전패드도 마련됐다.

평평한 트렁크 적재함, 플로어 아래 추가 적재함, 트렁크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접혀지는 뒷좌석 등으로 공간 활용성을 향상했다. 트렁크 용량은 535~570ℓ다.

드라이브 모드는 컴포트, GT, 스포츠, 코르사(트로페오 전용), 오프로드 5가지로 구성됐다. 도로 상황이나 운전자 기분에 따라 편안한 드라이빙과 짜릿한 퍼포먼스를 선택할 수 있다.

포르쉐는 물론 벤츠·BMW와도 경쟁
그레칼레(왼쪽)와 마칸 [사진출처=마세라티, 포르쉐]
그레칼레 주적은 포르쉐 마칸이지만 카이엔도 공략대상에 포함된다. 벤츠 GLC와 GLE, BMW X3·X5도 경쟁상대에 포함된다.

지난해 11월 그레칼레 한국 출시를 기념해 방한한 기무라 다카유키 마세라티 아시아·태평양 총괄대표도 그레칼레 경쟁상대로 마칸과 카이엔을 꼽았다.

그는 더 나아가 “공간과 성능은 물론 브랜드 명성 부문에서는 그레칼레가 (마칸과 포르쉐를) 앞선다”고 자신했다.

그레칼레는 크기부터 포르쉐 카이엔과 마칸의 틈새를 공략한다. 모데나 기준으로 전장x전폭x전고는 4850x1980x1665mm다.

트로페오는 4860x1980x1660mm, GT는 4850x1950x1670mm다. 모데나와 트로페오는 르반떼(5020x1970x1695mm)보다 짧고 낮지만 넓다.

마칸(4725x1925x1595mm)보다 크고 카이엔(4920x1985x1655mm)보다 작다. 모데나와 트로페오는 전폭이 30mm 더 넓다.

휠베이스는 모두 2901mm다. 르반떼(3004mm)보다 짧지만 마칸(2807mm)은 물론 카이엔(2895mm)보다 길다. 그만큼 실내가 넉넉하다는 뜻이다. 동급 최고 수준의 실내공간을 갖췄다.

그레칼레 [사진출처=마세라티]
성능에서도 마칸은 물론 카이엔까지 잡겠다는 ‘1석2조’ 노림수를 알 수 있다. 모데나와 그레칼레 GT는 L4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을 적용했다.

최고출력은 각각 330마력과 300마력이고 최대토크는 45.9kg.m로 동일하다. 제로백(0→100km/h 도달시간)은 5.3초와 5.6초, 복합연비는 9.8km/ℓ와 9.9km/ℓ다.

트로페오는 강력한 트윈터보 V6 네튜노 엔진과 ZF 8단 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고출력은 530마력, 최대토크는 63.2kg.m다.

덩치 큰 SUV이지만 제로백(시속 0→100km 도달시간)은 3.8초에 불과하다. 역시 슈퍼카다. 복합연비는 8.0km/ℓ다.

마칸은 271마력, 40.8kg.m다. 제로백은 6.4초다. 마칸S는 380마력, 53.1kg.m, 4.8초다. 카이엔은 347마력, 45.9kg.m, 6.2초다. 카이엔 터보는 558마력, 78.6kg.m, 4.1초다.

가격은 마칸보다 저렴하다. 9900만원부터 시작한다. 국내 판매되는 마칸S는 1억780만원, 마칸 GTS는 1억2700만원부터다.

카이엔은 1억12720만원, 카이엔 E하이브리드는 1억2760만원, 카이엔 터보 GT는 2억4680만원부터다.

경쟁차종에 포함되는 벤츠 GLC는 6960만~8390만원, 벤츠 GLE는 1억950만~1억3280만원이다.

마세라티 차종 중 가장 많이 팔려
마세라티 그레칼레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시승차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모데나다. 운전시야는 넓다. 스티어링휠은 차체 크기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다. 민첩한 스포츠 드라이빙에 초점을 맞춰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서라운드뷰 모니터는 만족스럽다. 한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통풍 시트와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도 채택했다.

시동버튼은 D컷 스티어링휠 왼쪽 스포크 아래, 드라이브 모드 선택 다이얼은 오른쪽 스포크 아래에 부착됐다.

드라이브 모드는 컴포트, GT, 스포츠, 오프로드로 구성됐다. 오프로드를 선택하면 지상고가 20mm 높아지고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낮아진다.

변속은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밑에 넓게 배치된 P·R·N·D/M 버튼으로 선택한다. 버튼식 변속방식은 이제는 익숙하지만 기어스틱 때와 달리 손맛이 부족하다.

마세라티의 자랑인 가슴 떨리는 배기음은 2000cc 엔진에서는 부족할 것이라 여겼지만 의외로 박력있다.

그레칼레 후면부 [사진출처=마세라티]
컴포트 모드에서는 질주본능을 애써 참고 부드럽고 매끄럽게 움직이려는 몸짓이 느껴진다. 확실히 예전 마세라티 차량보다는 편해졌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지상고가 낮아진다. 스티어링휠의 답력이 높아지면서 차체 반응도 빨라진다. 오르간 타입 페달도 세밀하고 매끄럽게 작동한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이탈리아 슈퍼카답게 열정적으로 돌진한다. 거칠고 단단하지만 안정적이다. 코너링 구간도 날카롭게 돌파하지만 불안감을 주지 않는다.

과속단속 구간에서 잠시 당황했다. 계기판에 ‘킬로미터’가 아닌 ‘마일’이 표시된 것을 뒤늦게 확인해서다. 차량 설정에 킬로미터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비포장 도로에서는 오프로드 모드를 사용했다. 지상고가 20mm 높아진다. 울통불퉁한 길에서도 차체 균형을 잘 잡는다.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요동도 적다.

아쉬운 점도 있다. 커다란 패들시프트 때문에 방향지시기를 작동할 때 어색함은 감수해야 한다. 디지털 편의성은 확실히 좋아졌지만 직관적인 조작성이 부족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가 덜 됐기 때문이다.

그레칼레 트렁크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그레칼레는 기존 마세라티의 단점인 편의성과 공간 부족을 해결했다. 똑똑해지고 친절해졌다. 형님인 르반떼 입장에서는 건방진 동생이다.

친절한데 건방진 매력, 마칸에 비해 높아진 가격 경쟁력은 ‘혜자 SUV’ 자격을 갖추게 했다. 판매증가로 약해진 포르쉐의 ‘희소가치’도 그레칼레 입장에서는 이점으로 작용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3~6월 그레칼레 판매대수는 103대다. 같은 기간 마세라티 판매실적은 223대다. 판매대수 절반 이상이 그레칼레 몫이었다.

경쟁차종인 마칸과 카이엔은 올해 상반기 각각 497대와 3112대 판매했다. 카이엔과 격차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 대신 마칸과는 붙어볼 만하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