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처럼 보여"…부모 죽인 30대 딸, '살인 아닌 살생' 주장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람을 죽인 사건을 두고 '살인이냐 살생이냐'를 판결하는 재판이 이례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부모를 잔혹하게 살해해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30대 딸이 2심에서 살인이 아니라 '살생'이었다며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0일 뉴스1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1부(고법판사 박선준·정현식·배윤경)는 지난 7일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30대·여)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3월 A씨에게 같은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치료 감호를 명령했다. 또 10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검찰은 1심에서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이후 검찰은 양형부당의 이유로, A씨는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의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이날 항소심 첫 공판에서 A씨 측 변호인은 "A씨가 결과적으로 사람을 살해했지만 '심신상실' 상태에서 부모가 '뱀 형상을 한 외계인'으로 보여 살해한 사건"이라며 "살인이 아닌 살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모를 뱀과 외계인으로 인식했고 A씨 입장에서는 뱀을 죽인 것이기 때문에 살생이 맞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변론했다.

A씨 측은 1심에서도 '심신상실'을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심신미약'만 인정했다.

심신상실은 심신 장애로 인해 변별력이 없거나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법률 용어다. 형법 제10조 1항에 따라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자를 책임무능력자로 간주해 그의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 항소심에서 A씨의 심신상실이 인정되면 처벌받지 않는 셈이다.

이날 2심 재판부는 A씨 측 변호인에게 "A씨 측이 제출한 정신감정서에 A씨가 심신상실 상태라는 것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변호인은 "이 사건 범행 전에 A씨는 방바닥에 생리 피를 흘리고 다니고 곰팡이를 핥고 다녔다"며 "그때 이미 심신상실로 가는 중이기 때문에 이 사건 범행은 심신상실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현재는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심신상실 상태가 범행 당시 일시적이었다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변호인은 "지금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어 정상적인 상태"라면서도 "2015년 이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아서 범행 당시 망상과 환각이 지배하는 상태였다. 현재 의사소통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범행 당시의 심신 상태와는 별개"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심신상실 상태의 일시적 여부, 심신상실 발현의 전조 증상 등을 정신감정서 등을 통해 면밀히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2차 공판은 다음 달 25일 진행된다.

A씨는 지난해 7월21일 군포시 산본동 아파트에서 계부(60대)와 친모(50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흉기로 부모의 눈과 성기 등을 수백회 찔러 잔혹하게 살해했다.

해당 아파트에는 A씨 부모만 생활했고 A씨는 따로 살았다. 계부는 뇌졸중 등 지병으로 10여년 넘게 병상에 누워지냈고 친모가 부부의 생계를 책임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범행 후 체포 과정에서 "귀신이 시켜서 그랬다" "빙의했다"는 등의 진술을 하며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15년 3월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고 한 달간 치료를 받은 바 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