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나만 아는 그 시절의 '거짓말'…영화 '비밀의 언덕'

문별님 작가 2023. 7. 1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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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사춘기는 비밀도 많을 시기죠. 


결핍을 감추기 위해 무심코 거짓말을 했다가 예상치 못한 성장통에 시달리기도 하는데요. 


거짓말과 관련된 10대 소녀의 성장기를 다룬 한 영화가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먼저 영상으로 만나보겠습니다.


[VCR]


- 저는 못 지킬 공약 여러 가지 말고 

지킬 수 있는 공약 한 가지만 말하겠습니다


자신만의 특색 있는 공약으로

처음으로 반장이 된 5학년 명은


친구들의 지지와 선생님의 신뢰를 얻으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지만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는데… 


- 그리고 웬 시장? 우리 아빠 회사 다니는데. 

우리 엄마 가정주부고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은 명은의 거짓말, 

그녀는 숨기고 싶은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까


그 시절, 나만 아는 이야기를 살짝 꺼내 보는

영화 <비밀의 언덕>




--------




서현아 앵커 

영화 비밀의 언덕의 이지은 감독과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감독님 어서 오세요. 


사춘기 소녀가 결핍을 채우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영화 비밀의 언덕 어떤 작품입니까?


이지은 영화감독 / 영화 '비밀의 언덕' 

비밀의 언덕은 열두 살의 섬세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명은이라는 주인공이 글쓰기를 통해 숨기고 싶었던 진실과 마주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서현아 앵커 

이 영화가 감독님의 장편 데뷔작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이지은 영화감독 / 영화 '비밀의 언덕' 

기획은 일단 저희 초중고 시절에 행해지던 가정환경조사서에서 시작이 됐어요. 


그 안에 부모님의 학력도 적어야 되고 직업도 적어야 되고 사는 것도 적어야 되고요. 


그 종이 한 장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거를 아주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새로운 10대 여성 캐릭터를 보고 싶다는 감독으로서의 욕망이었던 것 같아요. 


뭔가 주체적이고 독립적이고 또 발칙하기도 하고 뜨거운 욕망을 가지고 있는 그런 작은 인간을 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첫 영화로 어떤 영화를 만들까 하다가 이 두 가지를 결합해서 만들게 됐습니다.


서현아 앵커 

저도 예전에 가정환경조사서 낼 때는 긴장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주인공 명은이가 5학년 여자 초등학생입니다. 


이 주인공이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 걸까요?


이지은 영화감독 / 영화 '비밀의 언덕' 

주인공은 자신의 가족을 숨기고 싶어해요. 


굉장히 부끄러워하고 창피해하거든요. 


그래서 가정환경조사서를 거짓으로 적기 시작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폭풍들이 명은이에게 다가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가족을 부끄러워한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좀 궁금해지는데요. 


이 영화의 배경이 1996년도입니다. 


특별히 이 시기를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지은 영화감독 / 영화 '비밀의 언덕' 

제가 일단 가정환경조사서는 지금은 사라졌는데 제가 초중고 시절에는 있었거든요. 


일단 그 시기를 다루려면 과거로 갔어야 했어요. 


근데 저희 TV 속에서 보는 "너희 아버지 뭐 하시노?"이런 시대가 있잖아요. 


바로 학생 앞에서 그렇게 하는 시대로는 가고 싶지 않았어요. 


너무 저희 부모님 세대까지는 가고 싶지 않았고 "애들아 너희 자율학습해."하고 선생님이랑 앞에서 둘이 얘기하는데 애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그런 분위기를 제가 그리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게 더 그 아이의 그 마음을 심리적으로 잘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러려면 이제 90년대 이후로 갔어야 했는데요. 


그중에서도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뀐 게 96년도거든요. 


그래서 지금의 초중고 학생들이 영화를 보려면 국민학교 때로 가면 너무 먼 얘기로 느껴질 것 같아서 그분들의 공감대를 사기 위해서 96년대 이후로 갔어야 했고요. 


97년도에 또 IMF가 터지잖아요. 


근데 저희는 영화는 이제 직업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IMF까지 이제 들어오면은 조금 복잡하고 다른 결의 이야기가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하나 남은 96년대를 배경으로 하게 됐습니다.


서현아 앵커 

어떤 시대적 배경과 장치도 굉장히 정교하게 설정됐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영화 속 교실 속 아이들의 분위기라든지 또 명은이의 감정도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졌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드실 때 참고하신 어떤 인물도 있으실까요?


이지은 영화감독 / 영화 '비밀의 언덕' 

일단 명은이는 제가 이상으로 꿈꾸던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보고 싶은 인물 그런데 그런 허구적 인물을 좀 리얼함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제 자신의 경험이라든가 습관, 취향 같은 것들이 굉장히 많이 투영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제가 초등학교에서 예술 강사를 하면서 초등학생들을 만날 기회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학교와 그때 96년도에 학교의 학생들이 같을까 통용되는 부분이 있을까 그거를 끊임없이 비교를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검증이 끝난 후에는 저희 영화의 명은이 주인공이 문승아 배우가 당시 초등학생이었거든요. 


그래서 같이 이게 요즘 가능할까.


그래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이 명은이라는 인물을 굉장히 리얼한 인물으로 그려갔던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굉장히 촘촘하게 그려진 인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를 찍으시면서 또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지은 영화감독 / 영화 '비밀의 언덕' 

제가 이번 영화를 통해서 12살의 작은 인간을 그리고 싶었거든요. 


아이라는 프레임을 떼고요. 


한 여성으로서 그리고 그보다 더 나아간 한 인간으로서 좀 미화되지 않은 굉장히 내면이 복잡한 그런 인간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희 모든 것을 다름에 있어 제가 제일 많이 했던 얘기가 인간, 인간 그 자체로 그리고 싶다. 


그렇게 접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해외 여러 영화제에서도 호평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나라와 문화는 다르지만 이렇게 여러 문화권에서 이 영화에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뭐라고 보실까요?


이지은 영화감독 / 영화 '비밀의 언덕' 

아마도 환경도 다를 것이고 언어도 다를 것이고 문화도 다르잖아요. 


근데 신기한 게 주인공의 감정에는 공감을 많이 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떤 그런 편견.


편견에 대한 것이나 그런 것에 대해서도 보편성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구요. 


특히 주인공이 지나온 모든 감정들이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아 문화가 다르더라도 결국 인간은 같잖아요. 


그런 거에 공감을 많이 해주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결국 명은이가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사랑받고 싶어서 이런 욕망이 자리하고 있었을 텐데요. 


지금도 명은이처럼 가족에 대해서 고민하고 또 다른 가족들을 끝없이 부러워하는 친구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이야기 해 주시고 싶습니까?


이지은 영화감독 / 영화 '비밀의 언덕' 

그러니까 제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요, 주인공은 저희에게 조언을 하지 않고 몸소 거기에서 본인의 경험을 보여주거든요. 


아마도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관객분들은 명은이가 치열하게 아마 그 안에서 어떤 경험들을 하는데요.


그 모습을 보고 위로를 받을 수 있고 그리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서현아 앵커 

극 중에 명은이가 참 주체적이기도 하고 무엇이든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은 친구입니다. 


명은이가 어떤 어른으로 자랄 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지은 영화감독 / 영화 '비밀의 언덕' 

그때 명은이들이 지금은 아마 30, 40대가 되어 있을 겁니다. 


전국 각지에서 부모님이 되셨을 수도 있고 직업을 얻어서 사회인이 되셨을 수도 있는데요. 


저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그분들에게 '아 그때 그럼 내 마음을 잘 표현해줘서 고마워.' 라고 그분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고 또 사랑을 받고 싶어요.


서현아 앵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실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이지은 영화감독 / 영화 '비밀의 언덕' 

이 영화를 보시고요.


"너도 그랬어? 나도 그랬어 하면서." 극장을 나오시면서 굉장히 많은 수다를 떨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10대들뿐만은 아닐 겁니다. 


결핍과 좌절로 고민하는 이 시대의 모든 명은이들이 위로받고 성장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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