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 이국적 감각 생생히
이종수(1935-2008)는 대전 출신 도예가다. 1954년 서울대학교 응용미술과를 다니던 중 도예를 접했다. 한국 현대도예가 나아갈 방향이 불분명하던 시절에 그는 전통을 계승하되 동시대인의 정신을 담아내고자 했다. 도자기를 빚는 흙은 전통적인 수비(水飛) 과정을 거쳐 준비되었으며, 흙으로 오름가마(登窯)를 짓고 장작을 때어 도자기를 구웠다. 이처럼 작업의 내용은 옛 방식을 고수했지만, 결과물은 유백색을 띠는 백자부터 현대적인 추상성이 돋보이는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는 1969년 대전 갑천(甲川) 근처에 가마를 지어 '갑천산방(甲川山房)'이라고 이름 붙인 뒤 작업에 매진하였다. 이후 1999년 충남 금산군 추부면 용지리에 '용지리요(龍池里窯)'라는 새로운 가마를 짓고 이전하기 전까지 약 30여 년 동안 <마음의 향(鄕)>, <잔설의 여운>, <흐린 날> 등 많은 작품을 갑천산방에서 탄생시켰다. 1976년에 이화여자대학교 미대 교수로 잠시 근무했으나, 1979년에 사임하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도자기는 독특한 기형과 질감을 보여주는 것과 유약이 불을 맞으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반영한 것이 있다. 그는 도자기에 세상을 축소시켜 보여준다. 흙으로 빚어 올린 세상은 때때로 무너지고 갈라지지만, 아픔과 상처는 순환하는 시간과 자연 속에서 치유 받는다. <겨울열매>(2005)는 유약의 색채 대조가 인상 깊은 작품이다. 둥근 항아리를 덮은 청회색과 붉은색의 유약은 시린 겨울 하늘 아래 붉게 물든 열매를 연상시킨다. 또는 가지 끝에 남아있던 지난 가을의 열매가 눈 속에 반쯤 드러나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씨앗을 품은 열매는 땅에 떨어져 이듬해 새싹을 틔울 것이다.
박능생(1973- )은 전통 한국화의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지만 산수자연에 국한되지 않고 현대도시와 일상의 풍경을 흥미롭게 담아내 왔다. 작가는 충남 부여군 출생으로 충남대 회화과 졸업 및 동대학원 졸업, 성신여자대학에서 미술학 박사를 졸업했으며, 현재는 국립창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전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며, 중국, 프랑스, 스페인, 영국, 독일 등에서도 다수의 초대개인전 및 초대전에 참가하여 국제적으로 현대 한국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작가는 인간의 삶이 묻어나는 도시의 곳곳을 몸으로 체험하며, 체험된 모든 경험을 감각화하여 작품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몸이 체험된 형상학적 관점에서의 장소성'이라 표현했다. 이국적인 세계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이방인으로서 도시와 자연의 두 존재의 풍경을 관찰하고, 현장에서의 드로잉을 통해 경험된 감각을 시각화하는 일련의 과정이 그가 고수하는 작업방식이다. <톨레도(스페인)> 역시 동일한 방법론을 통해 탄생한 작품으로, 예술적 순례지로서 몸으로 체험한 톨레도의 모습과 그것에 대한 혼재된 기억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작가가 포착하고 재구성한 풍경에는 날카롭고 신랄한 어떠한 의견도 담겨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감각과 기억이 머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남규(1931-1993)는 충남 유성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대 회화과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대학시절 장욱진과 장발에게 배우며 간결한 추상과 종교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68년 오스트리아로 떠나 슐리어바흐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에서 가톨릭 성(聖) 미술의 유리화 기법을 배웠다. 그는 이후 파리로 건너가 활동을 이어가며 본인의 예술세계를 펼쳐냈다. 1970년 귀국하여 1993년 작고 시까지 일곱 차례의 개인전과 국내외 수많은 전시회에 출품했다. 그는 회화 이외 유리화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겼는데, 국내 50여 곳의 성당과 수녀원 등에 유리화를 제작했고 '한국 유리화의 선구자'로 현대 가톨릭 미술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했다. 원광대 교수를 거쳐 공주대 미술교육과 교수를 지낸 이남규는 많은 제자들을 길러낸 열정적 교육자이기도 했다. 그는 1991년 일곱 번째 개인전을 앞두고 쓰러져 투병하다 1993년 세상을 떠났다. 2003년 가나아트에서 10주기 회고전이, 2013년 20주기 회고전이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렸다. 1975년 작 는 70년대 중반의 작품의 변화를 잘 보여 주는 작품으로 그 전 작품들에서 보이던 덩어리들의 구성이 사라지고 화면 전체를 뒤덮은 밝은 원색의 짧은 붓 터치가 빛이 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듯한 역동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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