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푸틴, 반란 종료 닷새 뒤 프리고진 만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반란 사태 종료 닷새 뒤인 지난달 29일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만났다고 크렘린궁이 10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이날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프리고진을 포함한 바그너 지휘관 35명을 초청해 세 시간 동안 만났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바그너 그룹의 활동과 “6월24일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평가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휘관들의 설명을 듣고 추가적인 고용 및 전투 참여 등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다”고 페스코프 대변인은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지휘관들은 자신들이 국가 수반이자 군통수권자인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이자 그의 군인들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면서 “그들은 계속해서 자신들의 조국을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지난달 23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로 들어갔다. 바그너 용병들은 다음날 오전 로스토프나도누의 남부군관구 사령부를 점거한 뒤 모스크바로 진격해 남쪽 200㎞ 지점까지 도달했으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푸틴 대통령이 반란이 일어난 지 불과 5일 후 프리고진을 만났다는 크렘린궁의 이날 발표는 최근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의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앞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프리고진이 반란을 중단하는 대신 벨라루스로 망명하는 것이 합의 내용이라고 밝혔고, 지난달 27일 프리고진이 벨라루스에 있다고 확인했다. 러시아 안팎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반역자’로 지목한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을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통해 프리고진이 러시아에 있으며 누구의 구속도 받지 않는 자유인이라고 밝혀 혼란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서방 언론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을 여전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반란 사태 이후 보름 이상 종적이 묘연했던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정보기관 총정찰국(GRU)과 부하들에게 우크라이나군 미사일 기지를 파괴하라고 지시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반란 사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반란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 등을 이유로 숙청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날 영상이 공개되면서 이 같은 의혹이 해소됐다.
다만 반란 사태 이후 종적을 감춘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군 항공우주사령관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방 관리들은 프리고진과 친밀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 수로비킨 사령관이 반란 사태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일부 러시아 매체를 통해 수로비킨이 감금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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