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곳곳 ‘산사태 지뢰밭’…“폭우 뒤 등산로도 위험”

이형관 2023. 7. 1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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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우리나라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 곳곳에서, 토종 수종인 구상나무 고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구상나무 고사지역이 장마철 집중 호우와 태풍 시기에 대규모 산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인데요.

등산객들이 찾는 일부 등산로도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이형관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해발 1,915m, 지리산 정상 천왕봉입니다.

나무들이 푸른 빛을 잃고, 모두 잿빛으로 변했습니다.

추운 고지대에 사는 구상나무가 집단으로 말라 죽고 있습니다.

기온 상승과 적설량 감소 등 기후 변화가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구상나무 집단 고사지역 한가운데 나와 있는 데요.

사시사철 푸른 침엽수가 말라 죽어, 하얀 가지만 앙상히 남았습니다.

천왕봉과 반야봉 등 지리산의 이름난 등산로 주변은 구상나무의 거대한 무덤으로 변했습니다.

지리산 해발 천6백m 이상 고지대에서 구상나무 등 침엽수 고사율은 30%에 이릅니다.

[이석원/등산객 : "(구상)나무가 점점 죽어서 없어지니까, 삭막하죠. (지켜보는) 사람 마음도 좋지 않고요."]

구상나무가 고사하면 비탈면의 지반이 약화될 수밖에 없어 많은 비가 내릴 때마다 산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지리산에서 발생한 산사태 지역은 모두 10여 곳, 이 가운데 최대 폭 100m, 길이 1.5km 정도의 대형 산사태가 발생한 곳만 5곳에 이릅니다.

모두 여름철 집중 호우와 태풍 시기에 구상나무 고사 지역에서 발생했습니다.

최근 들어서도 사람이 많이 찾는 등산로 주변의 구상나무 집단 고사 속도는 빨라지고 있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산사태 발생 가능성·개연성, 그리고 구상나무가 어떻게 훼손되거나 쓰러지는지, 고사 되는지를 면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 고산지대를 상징하는 구상나무가 말라 죽어가면서 산사태라는 또 다른 위험을 낳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형관입니다.

촬영기자:김대현

이형관 기자 (paro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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