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선 작가, ‘한지의 禪’…미사강변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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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의 선(禪)'.
작가가 2006~2012년 제작했던 '한지의 선'연작과 추상 신작 등 35점을 선보인다.
한국 작가 만의 정체성(identity)으로 한지의 미학을 떨치며 세계와 소통한 것이다.
그는 "작가 스스로 공부해 온 정신 세계의 높은 경지를 우리 전통 한지를 이용해 자신만의 추상으로 표현한 것이 독창적"이라며 "세계와 소통한 작가의 창조성을 많은 분들이 함께 느꼈으면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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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베누스에서 초대전 7월 11~29일
세계에 통한 동·서양 융합의 추상 미학
‘한지의 선(禪)’. 백원선 작가 초대전 제목이다. 절묘하다. 우리 고유의 한지(韓紙)를 통해 선(禪)의 정신 세계를 펼쳐낸다는 것을 표현했다. 동시에 동·서양 미학을 융합해 한국 미술의 세계화를 시도해 온 작가의 작업이 선 수행과도 같은 면모를 지녔음을 은유한다.
이번 전시는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의 갤러리 베누스(대표 강민정)에서 11일 개막한다. 작가가 2006~2012년 제작했던 ‘한지의 선’연작과 추상 신작 등 35점을 선보인다.
백 작가는 작년 10월 서울 인사동에서 54번째 개인전을 연 바 있다. 50세 늦깎이 화가로 데뷔해 50여 회가 넘는 전시를 한 셈이다.
농축된 공력이 만개한다고나 할까. 올해 78세가 된 작가는 미사강변의 새 전시를 통해 뚜렷이 증명하고 있다. 그가 사랑하는 ‘지천년 견오백(紙千年 絹五百 ·종이는 천년을 가고 비단은 오백년을 버틴다)’의 한지처럼 앞으로 오래도록 자신 만의 화향(畵香)을 뿜어내리라는 것을.
알려진 것처럼, 그는 한지와 먹(墨)이라는 한국적인 재료를 바탕으로 작업을 펼쳐왔다. 캔버스나 아르슈지(arches 紙)와 같은 다양한 서양적인 재료를 결합시키고, 꼴라쥬(collage)·오브제(objet)와 같은 회화방식을 적용해 동서양 화법(畵法)을 융합시키는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른바 서양화를 하면서도 한지, 먹, 닥나무 등 한국적 재료의 특성을 접목한 그의 작품은 20여 년 전부터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상하이, 홍콩, 대만 등 국제적인 아트페어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한국 작가 만의 정체성(identity)으로 한지의 미학을 떨치며 세계와 소통한 것이다.
작가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 고유의 한지는 안과 밖을 소통시키며, 호흡하고 있다. 장인들의 고된 노동과 거친 손맛 속에서 명주보다 부드러운 수지를 희로애락의 흐린 추억만 조금씩 남기며, 감추어야 할 일들은 흔적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른다. 겹겹이 바른 종이를 마음이 가는 대로 찢어 낸다. 찢겨진 상처를 어루만지며 화면 위를 또 중첩해서 가린 뒤 인물·동물·자연의 이미지를 음각(陰刻)으로 표현하고, 다른 부제들은 양각(陽刻)으로 표현한다."
한지의 특성을 자신 만의 시각으로 정의한 그는 자신의 작품이 지향하는 바를 이렇게 알려준다. "우리 전통문화의 소박함과 단아함, 그 순수한 조형의 묘미(妙味)를 현대회화에 접목 시켜 가림과 노출, 채움과 비움의 대비를 통하여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미세한 ‘떨림의 차이’를 어울림으로 이끌고, 보다 절제된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작가 스스로 정립한 미학을 작품으로 구현하는 것은 오로지 수공(手工)의 힘이다. 한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재료를 자유자재로 활용해서 다양한 표현을 하는 것은 수행자처럼 묵묵히 작업에 매진해왔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강민정 갤러리 베누스 대표는 "전시장에 작품 설치 작업을 하며 백 작가의 표현력이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했다. 그는 "작가 스스로 공부해 온 정신 세계의 높은 경지를 우리 전통 한지를 이용해 자신만의 추상으로 표현한 것이 독창적"이라며 "세계와 소통한 작가의 창조성을 많은 분들이 함께 느꼈으면 한다"라고 했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일·월요일은 휴관이지만, 일요일은 예약 관람이 가능하다. 031-8028-4321, 010-8375-6375.
장재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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