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이라는 IAEA 보고서의 ‘비과학적’ 설명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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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수행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 안전성 검토의 '과학성'을 강조해왔다.
과연 그럴까? 취재 기자로서 국제원자력기구의 최종 보고서 발표부터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의 2박3일 방한 활동까지 지켜보며 굳어진 생각은, 검토의 과학성은 차치하고 일단 검토 결과를 내놓고 설명하는 방식은 별로 과학적인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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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수행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 안전성 검토의 ‘과학성’을 강조해왔다. 과연 그럴까? 취재 기자로서 국제원자력기구의 최종 보고서 발표부터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의 2박3일 방한 활동까지 지켜보며 굳어진 생각은, 검토의 과학성은 차치하고 일단 검토 결과를 내놓고 설명하는 방식은 별로 과학적인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과학적 결론을 발표할 때는 내용 못지않게 형식도 중요하다. 부족한 형식은 부족한 내용을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4일 국제원자력기구의 최종 보고서 발표는 3개월 전 있었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기후변화평가 종합 보고서’ 발표와 대비된다.
아이피시시는 한달 전쯤부터 발표 일정을 공지하고, 발표와 동시에 세계 언론을 위해 온·오프라인 동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보고서 주요 저자들을 참석시켜 질문에 답하게 했고, 이들과의 별도 인터뷰까지 주선했다. 2년 전 ‘과학적 기초’ 보고서 발표 때도, 지난해 ‘영향, 적응과 취약성’, ‘기후변화 완화’ 보고서 발표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최종 보고서를 그로시 총장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전달하는 ‘이벤트’를 거쳐, 누리집에 올려놓았을 뿐이다. 용역 수행자가 용역 발주자에게 용역 결과물을 제출하는 것을 연상시키는 이 이벤트는 보고서의 성격을 드러낸 상징적 장면이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사실 처음부터 방류 계획 검토가 “안전한 방류를 지원해달라는 일본의 요청”에 따라, “일본과 위임사항(TOR)에 서명”하고 “검토 범위에 합의”해 진행되는 것임을 밝혀왔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런 활동을 회원국을 지원하는 ‘검토 임무 및 자문 서비스’로 분류한다. 이런 활동을 두고 오염수 방류 찬반 사이의 ‘중립적 검증’이라고 한 것이야말로 가짜뉴스에 가깝다.
검토가 시작된 배경과 별개로 검토 과정 자체는 과학적일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설명 과정은 과학적 발표에 부합하지 않았다.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검토를 수행한 전문가들이 언론과 동료 전문가들 앞에 나와 까다로운 질문을 이겨내야 한다.
그로시 총장은 이 전문가들을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고 혼자 설명의 기회를 독점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 설명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그는 한국에 설명을 하겠다고 찾아와서는 기자회견 한번 하지 않고, 만나고 싶은 언론을 골라 인터뷰하고 떠났다. 5개 언론사와의 별도 인터뷰보다 시간도 절약해줬을 기자회견을 안 한 이유를 ‘곤란한 질문을 피하기 위한 의도’ 외에 다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로시 총장은 원자력이나 방사선 등을 전공한 과학도가 아니다. 그는 국제관계와 정치학을 공부하고 핵 비확산과 군축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아르헨티나 출신 외교관이다. 그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보고서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에 적합한 전문가가 아니란 얘기다. 오염수를 두고 “마실 수 있고, 그 안에서 수영도 할 수 있다”고 한 그의 발언은 과학이 아닌, 외교·정치의 언어다. ‘우리가 안전하다고 하면 그렇게 믿으라’고 윽박지르는 듯한 비과학적 설명은 보고서에 대한 신뢰를 오히려 떨어뜨릴 뿐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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