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株 `미친 질주` 증권사도 손놨다
당초 목표주가의 2배 넘게 치솟아
증권사, 예상범위 넘자 분석 중단
"개미들, 팬덤 가까운 매수세 원인"
2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는 에코프로 주가가 10일 장중 100만원을 터치하며 '황제주'에 등극했다. 연초 11만원으로 출발한 주가는 8배 (777.27%) 가까이 뛰었다.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무서운 질주에 증권가는 주가 예측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이날 직전 거래일 대비 1.53% 내린 9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01만5000원까지 치솟으면서 코스닥 종목 중에서는 역대 다섯 번째로 주가 100만원을 넘기게 됐다. 2007년 코스닥에서 동일철강이 110만원2800원을 기록하며 황제주에 오른 지 16년 만이다.
증권사들은 지난 6월 이후 에코프로에 대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분석을 중단했다. 목표주가와 매수·매도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삼성증권의 목표주가 40만원, 하나증권의 45만원이 마지막이다. 이후에는 보고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에코프로 주가는 지난 6월1일 56만2000원에서 이날까지 71.7% 급등했다. 불과 한달 사이 전망치를 크게 벗어났다. 이날 종가 96만5000원은 증권가 목표주가의 2배가 훨씬 넘는다. 목표주가는 증권사가 향후 6개월~1년 안에 종목의 주가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적정한지를 평가해 산출한 값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에코프로 주가는 가치평가의 기본인 펀더멘털(기초체력)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 있다"면서 "증권사들이 분석을 중단한 것은 이처럼 주가 흐름이 비논리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의 매수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외국인도 순매수 전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최근 테슬라 실적 호조 등 2차전지 업종에 훈풍이 불면서 이 같은 흐름을 부추겼다. 연초 이후 현재까지 개인은 에코프로를 홀로 1조6000억원 이상 순매수했고 외국인도 이달 들어 일주일여 만에 2000억원 이상 사들이며 순매수 전환했다.
수급 측면에서도 긍정적 재료가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규 설정된 2차전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늘고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면서 수급이 우호적인 데다가 8월 MSCI 한국지수 편입 성공이 기대되면서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공매도 '쇼트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매수하는 것)도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에코프로의 공매도 잔고는 현재 1조2000억원대다. 개인 매수세에 주가가 상승하자 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공매도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주가가 상승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 주가가 급등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사실상 '팬덤'에 가까운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를 꼽고 있다. 개미의 힘이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세력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B증권사 관계자는 "에코프로는 사실상 '밈'(Meme) 주식이 됐다"면서 "지난해부터 증시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2차전지 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려지면서 개인의 수급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밈 주식이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개인투자자 매수세가 몰리는 주식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증권가에서는 현 주가 수준이 고평가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사실 현재 주가는 밸류에이션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구간까지 갔고, 이런 현상을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면서 "최근 2차전지 업종을 뜨겁게 달군 테슬라 호재 역시 에코프로는 테슬라에 직접적으로 납품을 하지 않아 그 영향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연구원은 "수급 요인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지속성이 관건"이라며 "수급 쏠림이 나타나는 종목을 무작정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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