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2007년 이후 전멸…'황제주' 뜸해진 이유는

양지윤 2023. 7. 1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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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황제주, 동일철강이 마지막
역대 황제주 4개 중 3개 '상장폐지'
코스닥, 신뢰성 위기에 투자기반 약화 악순환
우량기업, 코스피 이탈에 황제주 후보도 사라져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코스닥 대장주 에코프로가 지난 2007년 7월 상장 16년 만에 황제주로 반짝 등극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9월 동일철강 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돌파한 것을 마지막으로 코스닥 시작에서는 황제주가 종적을 감췄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주가 조작, 횡령·배임, 인위적 주가 부양 등 코스닥 시장의 고질적인 신뢰도 훼손 문제가 투자기반 약화로 이어져 황제주의 실종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086520)가 등장하기 전 마지막 코스닥 황제주는 동일철강(023790)이다. 2007년 9월 7일 종가 기준 110만2800원을 기록하며 주당 100만원을 돌파했다.

당시 범LG가(家) 3세인 구본호 씨가 동일철강의 지분(34.44%)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한 달 만에 10배 이상 급등했다. 구씨는 2000년대 중반 더존비즈온, 미디어솔루션, 동일철강, 엠피씨 등 손대는 기업마다 주가가 크게 상승해 ‘코스닥 미다스의 손’으로 통했다. 앞서 정보기술(IT)주 버블 끝물인 2000년 당시 기술주였던 핸디소프트(상장사 핸디소프트와는 다른 기업), 리타워텍, 신안화섬이 잇따라 주당 100만원을 돌파하며 황제주 반열에 올랐다.

코스닥 황제주가 오랜 공백기를 갖게 된 건 코스닥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꼽히는 신뢰성 저하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부 상장사의 배임·횡령, 인위적인 주가 부양 등 불공정 거래행위로 코스닥 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이로 인해 투자기반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코스닥 황제주들 역시 흑역사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리라워텍과 핸디소프트, 신안화섬은 신뢰의 위기로 몰락하며 투자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안겼다. 리타워텍은 34일 연속 상한가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지만 일부 주주들의 차익실현 매물 출회로 인한 주가 폭락에 주가조작 사건까지 휘말려 주식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 핸드소프트 역시 1999년 11월 상장 직후 2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 2000년 3월에는 장중 136만원까지 치솟았으나 실적 악화, 최대주주의 수백억원대 자금 횡령 등 후폭풍이 닥치면서 결국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됐다. 신안화섬(상장폐지 직전 사명 스타맥스)도 ‘파리의 연인’, ‘아내의 유혹’ 제작사로 유명세를 탔지만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상장폐지됐다.

동일철강은 황제주 중 유일하게 상장사로 남았지만, 과거 황제주 시절과 견주면 초라한 수준이다. 2007년 10월 23일을 끝으로 100만원대 아래로 떨어진 뒤 액면 분할 등을 거쳐 현재 2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우량 기업들이 코스피 시장으로 옮겨가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도 황제주가 사라지게 된 배경이다.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 증가로 주가 안정성을 키우고, 기업 이미지 제고로 이어질 수 있어 최근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코스닥 시장 이탈이 늘고 있는 추세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나스닥은 애플, 테슬라 등 기술주 중심인데 반해 코스닥은 상장을 통해 머니 테크, 사익 편취에 나서는 상장사들이 뒤섞여 있다 보니 우량 기업들이 코스피로 옮기게 되고 황제주가 나올 가능성도 더 낮아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코스닥협회도 우량 기업들이 떠나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불공정거래가 일어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코프로의 주가가 100만원대에 육박하며 덩치가 불어나자 액면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액면분할은 주식의 액면가액을 일정한 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액면분할 후 시가총액은 같지만 주식 수가 증가하면서 1주당 가격이 낮아져 거래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더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게 되면 주가도 추가적으로 반등할 수 있어 액면분할에 대한 입장이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며 “실적이 나쁘거나 단순 주가 띄우기 차원에서 액면분할에 나선 기업은 주가 부양 효과가 미미했지만, 에코프로의 경우 실적 가시성이 높은 데다가 전기차 시장 전망도 밝기 때문에 액면분할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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