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 패권 못 넘긴다… 프랑스·독일, 중국과 ‘심해 채굴’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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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독일이 심해(深海) 광물의 상업적 채굴을 허용하려는 유엔 기구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FT에 따르면, '신생 산업'은 상업 활동을 위한 대규모 심해 광물 채굴을 가리킨다.
심해 채굴 허용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ISA의 최대 회원국인 중국이다.
ISA에 파견된 한 대사는 FT에 "중국이 심해 채굴을 지전략(地戰略)적인 광물 지배권 보존 수단으로 본다는 것은 많이들 알고 있다"며 "작업 진행의 가속화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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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공백, 서두르면 안 돼” 제동 뒤
공급망 장악 견제… 中, 주도권 사활
프랑스와 독일이 심해(深海) 광물의 상업적 채굴을 허용하려는 유엔 기구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규제 공백 속에 서두르다 자칫 해양 생태계에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명분이다. 하지만 전략적 심산도 없지 않다. 광물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도록 놔둘 수 없다는 것이다.
유엔 산하 국제해저기구(ISA)는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10일(현지시간)부터 3주간 이사회와 총회를 잇따라 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신생 산업을 규율할 첫 운영 가이드라인(지침)의 제정 여부를 놓고 168개 회원국 대표가 모여 마라톤협상을 벌일 예정”이라며 이번 회의의 쟁점과 전망을 소개했다.
FT에 따르면, ‘신생 산업’은 상업 활동을 위한 대규모 심해 광물 채굴을 가리킨다. 현재 국제 해역에서의 상업 채굴은 유엔 협약에 의해 금지돼 있다. 대양 해저가 인류 공동 유산인 만큼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1960년대부터 불거진 채굴 수요를 지금껏 눌러 왔다.
그러나 동력원을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바꾸려는 전 세계의 친환경 시도가 구리나 코발트 같은 배터리 금속 고갈 때문에 좌절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면서 기존 체제는 위기를 맞게 됐다. 이에 육상뿐 아니라 해저에서도 필요한 자원을 발굴할 때가 됐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고, ‘난개발을 막을 규제망부터 일단 갖춰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논의는 여기까지다. 표면상 문제는 친환경과 친개발 진영 간의 근본적 이견이다. 환경론자 시각에선 개발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아직 인류가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게 최대 우려다. 윌리엄 헤이그 전 영국 외무장관은 최근 영국 더타임스 기고에서 “수백만 년간 진화해 온 섬세한 산호나 흰 문어 같은 종들을 기계가 파괴하는 데에는 몇 분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이 규제 체계 완비 때까지 심해 채광 허가를 유보해야 한다는 축이다.
반면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게 개발론자 입장이다. 캐나다 기업 더메탈스컴퍼니와 손잡은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가 총대를 멘 게 2년 전이다. 2021년 ISA에 ‘심해 채굴 지침 마련’을 요청했다. 유엔 해양법 협약은 심해 탐사권을 확보한 회원국이 채굴 의사를 밝히면 ISA가 2년 안에 검토를 마쳐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나우루는 올해 안에 세계 첫 상업 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환경 vs 개발’ 구도 이면의 지정학
‘환경 대 개발’ 구도 이면에서 벌어지는 건 지정학적 세력 간 각축전이다. 심해 채굴 허용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ISA의 최대 회원국인 중국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지상 광산의 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핵심 광물 공급망 장악력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해저 진출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국의 결론이라고 FT는 분석했다. ISA에 파견된 한 대사는 FT에 “중국이 심해 채굴을 지전략(地戰略)적인 광물 지배권 보존 수단으로 본다는 것은 많이들 알고 있다”며 “작업 진행의 가속화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견제에 사활을 거는 서방이 이를 두고볼 리 없다. 프랑스·독일이 주도하는 저항에 중국과 패권 경쟁 중인 미국이 가세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해저 채굴을 지배하려는 중국의 “공격적이고 뻔뻔한 조치”라는 표현과, 이에 대응할 방도를 국방부가 찾으라는 요구가 지난달 미 하원 군사위원회 보고서에 포함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채굴 허용 시 개발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도 쟁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국가들이 바라는 세율(이익의 45%)과 중국 기업이 제안한 로열티(수입의 2%) 사이에는 간극이 크다. 이에 브라질을 비롯, 계산기를 두드리며 어느 편에 설지 망설이고 있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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