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 만에 원하는 고해상 이미지 ‘뚝딱’… 토종 AI의 반격 [뉴스 투데이]

이진경 2023. 7. 1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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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업계, 초거대 AI 잇단 채비
챗GPT 등 한국어 실력 부족 겨냥
한국형 AI로 국내 시장 선점 나서
카카오브레인, ‘칼로 2.0’ 선보여
3억장 데이터 학습… 언어 이해력↑
네이버선 ‘하이퍼클로바X’ 출격
“금융·법률·교육 등 활용 확대”
엔씨도 연내 ‘바르코’로 도전장
칼로 사이트에 프롬프트(명령어)로 ‘panda’를 입력하니 물에서 놀고 있거나, 어슬렁어슬렁하며 걸어가는 등 다양한 모습의 판다 이미지를 보여줬다. 복슬복슬한 털까지 세밀하게 표현돼 마치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보였다. 한글로 ‘판다’라고 입력해 보니 또 다른 판다 이미지들을 만들어줬다. 이번에는 ‘고흐 화풍으로 아기를 그려줘(Draw a baby in Gogh’s style)’라고 입력해봤다. 만들어낸 4장의 사진 중 하나는 아기 얼굴까지 붓으로 그린 듯 그럴듯하게 만들어냈다. 나머지 3장은 물감으로 칠한 듯한 배경과 옷에 사람 아기 얼굴을 붙인 모습이었다. 이 이미지 생성은 칼로 2.0 모델이 적용됐다. 기존 칼로 1.4 모델보다 더 똑똑하게 명령어에 따라 사실감 넘치는 이미지를 3초 만에 만들어낸다.
생성 인공지능 ‘칼로 2.0’은 명령어에 따라 세밀하게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밝은 파란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 ‘고흐 화풍으로 그린 아기 그림, 판다 이미지. 카카오브레인 제공, 칼로 사이트 캡처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한국어를 이해하는 한국형 초거대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오픈AI의 챗GPT나 구글 바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 등이 앞서 초거대 AI를 내놓고 앞서가는 상황에서 한국에 특화된 초거대 AI라면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칼로는 카카오브레인이 만든 초거대 AI 이미지 생성 모델이다. 카카오브레인은 10일 칼로 2.0을 공개했다. 올해 1월 공개한 베타버전의 업그레이드판이다. 실사(實寫)가 강조됐고, 영문과 국문 입력 모두를 지원한다.

약 3억장 규모의 텍스트-이미지 데이터셋을 학습, 높은 언어 이해력을 기반으로 완성도 높은 그림을 생성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밝은 파란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A cat has light blue eyes)’와 같은 복잡한 프롬프트를 입력해도 이를 명확히 이해하고 그려낼 수 있다. 부정 명령어(Negative Prompt) 기능을 통해 이미지 생성 시 제외해야 하는 표현이나 키워드를 사전에 제어할 수 있다.

칼로 2.0은 기존 모델보다 해상도도 높였다. 512×512픽셀부터 최대 2048×2048픽셀까지 다양한 크기의 이미지를 내놓는다. 이미지상의 공간감과 입체감, 동물의 털 등을 표현하는 세밀함 등이 보강돼 실사에 가까운 고품질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으며, 각종 화풍도 구현이 가능하다. 생성 속도는 기존 모델 대비 단축돼 사용자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내는 데 약 3초 정도면 된다.

카카오브레인은 기존 AI ‘코GPT’를 업그레이드한 ‘코GPT 2.0’와 코GPT를 기반으로 하는 AI 챗봇 ‘코챗GPT’ 출시도 준비 중이다.

네이버는 다음달 24일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다.

하이퍼클로바X는 전문분야 특화 한국어 중심 초거대 AI로, 네이버는 여러 서비스에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할 계획이다. 검색에 탑재해 일반인이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기업들이 커머스·금융·법률·교육 등 전문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 초거대 AI 모델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 챗GPT 격인 하이퍼클로바X 대화형 에이전트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는 하이버클로바X에 대해 ‘한국어 능력을 넘어 한국 디테일과 가치관을 가장 잘 이해하는 초거대 AI’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의 한국어 능력은 GPT-3.5의 영어 수준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소장은 지난달 ‘초거대AI추진협의회’ 발족식에서 “실질적으로 한국에 대한 디테일과 가치관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챗GPT와 구글 바드에 부여·공주 여행에 관해 물어보면 실재하지 않는 여행지를 추천하는 등 잘못된 정보(할루시네이션)를 제시한다. 한국에서 한국을 잘 알게 만들어야 고품질 콘텐츠로 우리의 AI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연내 생성형 AI ‘VARCO(바르코)’를 공개할 예정이다. 국내 게임사가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한 건 엔씨가 처음이다.

엔씨는 지난 5일 ‘VARCO’, ‘NCVARCO’라는 상표명을 특허청에 출원했다. 한국특허정보원이 운영하는 특허검색시스템에 따르면 엔씨는 ‘바르코’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지정상품’ 항목에 ‘언어모델을 사용하기 위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텍스트·시나리오·대화·이미지·음성·아바타·캐릭터·디지털휴먼·챗봇·뉴스·브리핑·리포트를 생성하기 위한 컴퓨터 소프트웨어’라고 기재했다.

엔씨 측은 “상표권과 관련된 정보는 확인이 어렵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엔씨는 챗GPT 기반 언어모델 GPT-3.5와 비슷한 1750억개 파라미터(매개변수) 규모로 초거대 AI를 개발 중이다. 그에 앞서 520억 파라미터를 공개하고 본격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는 초거대 AI를 적용해 실시간으로 이용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디지털 휴먼을 만드는 것이 최종목표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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