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G 0.179·12K’ 대전 테임즈의 혹독한 KBO리그 적응기…한화가 인내하는 시간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진율이 좀 높긴 한데…"
지난달 말 NC와의 창원 3연전을 준비하던 한화 최원호 감독은 위와 같이 얘기했다. 실제 해당 3연전서 창원에 합류한 닉 윌리엄스(30)는 메이저리그 통산 볼넷 57개에 삼진 255개였다. 2021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트리플A서도 39경기서 36개의 삼진을 당했다.
최원호 감독은 당시 윌리엄스를 채은성의 다음 타순, 즉 5~6번 타순 밑으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고심 끝에 노시환과 채은성 사이에 두고 밀어붙이기로 했다. 한화 전력상 하위타선이 약한데, 윌리엄스가 신인 문현빈 앞에서 치면 좌완 불펜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투수들이 윌리엄스에게 정면 승부를 하려면 무조건 채은성 앞으로 가야 한다고 봤다.
최 감독은 삼진율이 높은 윌리엄스가 최대한 좋은 공을 많이 보기 위한 최적의 타순을 고민한 끝에 4번에 낙점했다. 채은성은 5번으로 내려갔다. ‘4번’ 윌리엄스는 6월27일 KT와의 데뷔전부터 6일 대전 롯데전까지 그랬다. 그러나 8일 대전 SSG전서는 2번으로 옮겼고, 9일 대전 SSG전서는 급기야 7번으로 내려갔다.
결국 윌리엄스가 채은성 앞에서 쳤음에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다. 윌리엄스는 9경기서 39타수 7안타 타율 0.179 1홈런 3타점 3득점 OPS 0.533으로 지지부진한 출발이다. 안타 7개 중 2루타 3방에 홈런 1개였다. 일발장타력을 확실히 보여줬다. 그러나 삼진을 12차례나 당하면서 애버리지가 안 나온다.
KBO리그 투수들 특유의 꼬는 승부에 적응이 더디다. 투수들은 윌리엄스의 뒤에 채은성이 있지만, 윌리엄스를 내보내고 채은성과 맞붙어도 된다고 계산하고 변화구 위주로 승부한다. 좌타자지만 좌투수에겐 0.313으로 강하다. 그러나 오히려 우투수에게 0.118로 약하다.
결국 우투수의 바깥쪽 체인지업에 적응이 더디다는 얘기다. 실제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윌리엄스의 체인지업 타율은 0.167이다. 커브에도 아직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반면 패스트볼 타율은 0.286으로 나쁘지 않다.
최원호 감독은 윌리엄스가 바깥쪽 변화구에 아웃-인 스윙을 한다고 지적했다. 힘을 살짝 빼고 인-아웃 스윙을 하면 자연스럽게 왼쪽으로 안타가 나오는데,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물론 한화 코칭스태프와 피드백을 주고받으니, 회복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올스타브레이크가 윌리엄스에겐 정비의 시간이 될 수 있다.
한화는 올해 브라이언 오그레디라는 최악의 외국인타자를 내보낸 아픈 기억이 있다. 내부적으로 윌리엄스가 오그레디급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최 감독은 스윙 매커닉만 보면 에릭 테임즈 같다고 하기도 했다. 테임즈 역시 KBO리그를 폭격하기 전에 부작용을 겪는 시간이 있었다. 처음부터 잘 했던 건 아니다.
마침 한화가 전반기 막판부터 경기력이 올라왔다. 윌리엄스를 하위타순으로 빼고 경기를 해도 될 정도의 여유는 있는 편이다. 윌리엄스에게 과도한 프레스를 주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다. 올해 외국인타자 교체가 거의 없다 보니, 아무래도 윌리엄스의 적응에 관심이 간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한화로선 윌리엄스가 전반기에 리그에 적응하고, 후반기가 시작하고 제 몫을 해줘도 충분하다고 계산하고 영입했을 것이다. 조급하게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상황이 좋아질 건 없다. 인내가 필요하다.
[윌리엄스. 사진 = 한화 이글스 제공]-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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