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어봅시다] 치매치료 신약 이르면 내년 상륙
에자이, 식약처에 허가신청
알츠하이머 진행 27% 늦춰
1년간 투약비용만 3500만원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신약 '레켐비'가 미국에서 정식 허가를 받으면서 국내에서 언제쯤, 어느 정도 가격에 처방이 가능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근본적인 치매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 레켐비가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고, 부작용은 크지 않은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미 FDA(식품의약국)는 지난 6일(현지시간)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레켐비를 정식 허가했다.
레켐비는 뇌 속의 '아밀로이드베타'라는 단백질 찌꺼기를 제거해 주는 방식으로 치매 진행을 늦춘다. 인간이 극복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던 치매 진행을 늦추는 약이 최초로 선보이면서 치매 극복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179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18개월간 2주에 한 번 정맥주사로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들이 위약(가짜 약)을 투여받은 대조군에 비해 인지능력 저하가 27% 늦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테레사 부라키오 FDA 약물 평가연구센터 국장 대행은 "알츠하이머의 근본적인 질병 발생 과정을 치료하는 것이 목표인 이 약물이 임상적인 이점을 최초로 입증했다"며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임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초기 단계 치매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는데 1년 투약에 2만6500달러(약 3500만원)가 든다는 점에서 레켐비를 선뜻 처방받는 환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FDA는 레켐비를 알츠하이머 치매 초기 환자와 경도인지장애(MCI) 환자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1년 치 약값이 3000만원이 넘다 보니 미국에서도 "양심 없는 가격"이란 비난이 나온다. 다만 미국에서는 65세 이상이면 자동 가입되는 노인 의료보험 '메디케어'가 적용돼 1년 약값이 약 900만원으로 낮아진다. 약값의 80%를 보험당국이 부담해 환자는 20%만 부담하면 된다.
국내에서도 가격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해외 의약품에 대해 경제성 평가를 거쳐 보험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데 약값 대비 효과가 크지 않으면 등재 자체가 거부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환자가 연간 3000만원 넘게 부담해야 한다. 보험 급여가 결정되면 환자 부담이 훨씬 줄어들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표적치료제 '타그리소'의 경우 한달 약값이 680만원, 1년 8000만원에 달하지만 2차 치료제로 쓸 경우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월 30만원, 연간 360만원이다. 원래 약값의 20분의 1 수준이다.
희귀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의 경우 비급여 시 1회 투여 당 비용이 19억8000만원인데, 보험 급여가 적용돼 598만원으로 낮아졌다. 백혈병 치료제 '킴리아'는 지난해 급여 등재가 결정되면서 1회 투약비용 환자부담금이 4억6000만원에서 598만원으로 대폭 낮아졌다. 킴리아는 미국에서는 1회 투여에 5억원이 넘게 드는 초고가 약이다.
뇌가 붓는 부종과 내부 미세출혈 등 부작용도 과제다. 레켐비를 투약한 환자가 뇌 내부 미세출혈을 일으킬 확률은 약 10%에 달한다. 환자 10명 중 1명이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비슷한 원리의 치료제로 2021년 미국에서 허가받았지만 효능·부작용 논란으로 외면받은 '아두헬름'의 40%보다 훨씬 낮지만 만만치 않은 비율이다. 임상시험에서 이 약을 복용한 환자 중 3명이 뇌졸중, 뇌부종 등의 증상을 겪은 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가 2주마다 병원에 들러 혈관주사로 약을 맞아야 하는 불편함도 약점이다.
레켐비는 일본 에자이가 지난달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허가 승인 신청서를 제출함에 따라 국내에도 머지않아 들어올 전망이다. 이르면 올 연말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일반적인 절차를 고려하면 내년 하반기나 2025년 초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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