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위탁은 지방의료원 위기의 해법이 될 수 없다

한겨레 2023. 7. 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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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고임석 |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본부장

대표적인 공공의료기관인 지방의료원은 코로나19 대응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그 중요성을 확인했지만, 일반 병동 폐쇄와 입원환자 진료의 중단과 축소로 인해 운영실적은 크게 악화했다. 실적 회복까지 4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는 현 상황에서 지방의료원은 당장의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코로나 환자 진료가 한창일 때는 공공의료기관의 역할만 강조하다가 코로나 상황이 진정된 지난해부터는 지방의료원 실적을 문제 삼으며 위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과거 지방의료원 가운데 마산·울진군·이천·군산의료원 등 4곳은 경영개선을 목적으로 대학병원에 위탁했고, 현재는 마산의료원만 유일하게 위탁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07년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위탁 이후 입원환자 1인 1일당 진료비가 마산의료원은 2.8배, 이천의료원은 2배, 군산의료원은 0.5배 증가했다. 위탁의 명분이었던 경영합리화 측면에서 보면 군산과 마산의료원은 위탁 초기 당기순손익을 개선했으나 단기적 효과에 그쳤고 다시 적자 폭이 증가했다. 이천의료원은 위탁 뒤 적자 폭이 더욱 커지고 의료서비스 개선 효과가 미미해 위탁을 철회한 바 있다. 더욱이 마산의료원과 군산의료원은 위탁 뒤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운영보조금이 증가하는 등 지방정부의 예산 절감 효과는 전무하고 오히려 환자의 진료비 부담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지방의료원을 대학병원에 위탁하기 위한 논의가 여러 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위탁의 명분이 경영합리화가 아닌 의료인력 확보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 지면에 의료인력 구인난이 난무하는 지방의료원을 의료인력이 충분한 대학병원에 위탁해 지역주민에게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예전과 달리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지방 대학병원들도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외과 등 필수진료과 인력의 미충원과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이 문제는 지방 대학병원에서 최근 설립한 수도권 대학병원으로 인력이 지속적으로 이동하며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앞으로 6년 안에 약 6천~7천 병상의 대학병원 분원 설립이 확정돼 있고 의사 2700여명, 간호사 8600여명이 필요하다고 볼 때, 지방 대학병원의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병원 위탁’으로 지방의료원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지역에서 2차 병원으로서의 진료 역량을 꾸준히 키워 나가는 게 해법이다.

2015년 메르스 이후 3개년 연속 의료부문에서 이익이 발생한 의료원은 원주의료원과 2013년 위탁이 종료된 뒤 직영으로 운영하는 군산의료원 등 2곳이다. 이들 기관은 지역 내 2차 거점 의료기관으로서 주민의 신뢰를 오래 받아왔고, 전문의 수를 정원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국 지방의료원을 에워싼 내‧외부 환경 가운데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나쁜 환경을 제거하는 것이 지방의료원 문제 해결의 첫 단추다. 가장 근본적 문제는 1980년 지방의료원이 지방공기업인 ‘지방공사의료원’이 되면서 시작해 현재까지 유지하는 ‘독립채산제’다. 공공의료 역할을 수행하는 지방의료원이 스스로 수익을 내서 경영해야 하는 독립채산제는 공공의료기관의 발전이 아닌 퇴보를 유도하는 제도다.

독립채산제로 대부분 지방의료원은 수십 년 동안 평균 280여 병상과 20여 전문의의 작은 규모로 운영했다. 중증 입원환자를 보는 2차급 민간병원의 절반 수준인 전문의로 경증 환자 위주 진료밖에 할 수 없어 경영은 더 악화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졌다. 2차급 민간병원의 전문 진료질환군 비중은 10%가 넘는데 비해 지방의료원은 5%에 불과하다. 특히 유일하게 위탁 중인 마산의료원은 그조차도 안 된다.

의료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장기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장기 대책이 효과를 보기 전까지는 다양한 정책들을 효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현재 호응이 낮은 공공임상교수제, 공중보건장학생 등 시범 사업들은 문제점을 보완하고, 호응은 높지만 조건이 까다로운 파견의사 인건비 지원 사업은 지방의 진료체계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구조 변경을 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공의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위기대응 지원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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