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사 성과급 반납은 ‘꼼수’다

한겨레 2023. 7. 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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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인상 억지로 막더니 책임은 니들이 져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2022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지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이준상 | 국가공공기관 노동이사협의회 준비위원장·한국남동발전 노동이사

신의 직장, 공기업 개혁, 공공기관 축소,비대한 공기업 분할, 방만경영 근절, 방만복지 축소, 파티는 끝, 잔치는 끝났다, 임금동결, 성과급 반납…. 내가 1989년 한전에 입사한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귀에 피가 나도록 들어온 말이다. 정권의 위기 탈피, 지지율 올리기, 비판 여론의 우회처로 ‘공기업 개혁’을 도마에 올리면 그야말로 도깨비 방망이 효과가 나타나니 그 달콤한 유혹을 마다할 리 없었던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원가가 급등한 뒤 원가 반영을 외면하다가 한전의 적자가 많이 늘어나자 책임을 떠넘기기 시작했다. 전기요금을 정치요금으로 둔갑시켜 천문학적 적자를 방치하더니, 이제는 이 모든 게 너희들 때문이라며 “임금인상분을 반납해라”, “성과급을 반납해라”라며 고상하게 꾸짖고 있다.

공공기관의 성과급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경영평가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문제는 이 성과급이라는 것이 과거 일정률로 고정 지급하는 상여금에서 왔다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성과급은 기업의 이익이 상승했을 때 임금 외에 추가로 주어지는 보상이다. 대부분 연말쯤 기업이 순이익을 정산해서 고액의 추가금을 지급하는 게 성과급이다 보니, 마치 적자를 내는 공기업이 국민 혈세로 성과급 잔치를 한다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성과급이란 건 통상 지급되던 급여성 상여금을 기관별 평가와 사업소 평가, 개별 평가로 세분하고 평가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하거나 미지급하는 방식이다. 2018년 대법원은 경영평가성과급이 계속·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지급 대상, 지급 조건 등이 확정돼 임금의 성질을 갖는다고 보고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결정했다. 공공기관의 성과급은 우리가 사용하는 민간기업의 성과급이 아니라, 통상임금이라는 것이다. 애당초 성과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미의 판단이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이름은 올바로 고치는 게 맞다.

과거부터 이러한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정부는 공기업 근무자들이 매도되는 것을 은근히 이용하며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 공기업을 때리면 때릴수록 손해 없는 장사라는 걸 잘 아는 일부 언론의 부화뇌동 ‘공기업 비난 시리즈’도 한몫하고 있다. 그리고공기업 종사자들에게 눈을 부라리며 호통을 치는 게 정치권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은 시대를 초월한 진리가 됐다.

한전과 가스공사 등의 천문학적 적자 상황이 경영진 한두 명의 잘못이 아니고, 해당 기관 종사자들이 최근에 갑자기 무능해져서 발생한 적자가 아니라는 건 세상이 다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전과 발전회사의 임원 성과급 50% 삭감, 1·2급 직원 성과급 25% 삭감을 아예 지침으로 못 박아버렸다. 다시 말하지만, 공기업의 성과급은 명백한 통상임금이고 신성한 노동의 가치인 임금은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것이다. 과거에는 성과급 반납, 임금인상분 반납을 기관에 권고하고 자발적 동의라는 외피를 씌워 반강제로 빼앗아가더니,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삭감조치를 하달했다.

이번에 강제 삭감당한 초중급 간부들은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최근에는 간부 승진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10대 1이 넘던 초급간부 경쟁률이 계속 떨어지더니 최근에는 미달한 발전사도 있었다. 비난에다 조롱까지 당하는 공기업 임직원이 어떻게 사명감을 갖고 공익을 위해 전념할 수 있겠나?

한전을 비롯한 전력그룹사, 가스공사의 임원은 모두 대통령과 정부가 임명했고, 기획재정부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경영에 간섭하고감독해왔다. 그렇다면 일차적 책임이 어디에 있을까? 성과급 반납, 임금인상분 반납 등 요란한 매질은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이 내뱉을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정부의 지시, 사장의 지시에 충실히임했던, 앞으로도 임할 수밖에 없는 공공기관 종사자들에게 책임을 전가시키지 말라!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매도하는 성과급 용어는 평가급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 한국남동발전의 노동이사로서 전력그룹사 임직원에게 강요하는 부당한 임금강탈에 단호히 반대한다.

앞으로 더위는 계속될 것이고, 전기 사용량은 폭증할 것이다. 전국의 발전소 노동자들은 공공기관 에너지 절감이라는 정부 명령 아래 인테리어용으로 전락한 에어컨 아래서 선풍기에 의존하며 땀 흘릴 것이다.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고상한 비판과 멱살잡이에 의해서가 아니다. 국민이 주인인 기업, 사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종사한다는 소명 의식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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