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령골 학살 73주년

한겨레 2023. 7. 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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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령골 학살 희생자 임순재씨의 딸 임남신(73)씨가 6월2일 대구 자택에서 <한겨레>와 만나 아버지와 찍은 유일한 사진을 들고 울먹이고 있다. 최예린 기자

[왜냐면] 김광원 | 시인

굴비처럼 어깨와 팔 줄줄이 엮이고

두 발목을 잡힌 채 엎어져서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최후의 눈빛

― 이게 나라냐, 생지옥이냐.

6월27일 대통령 이승만, 대전에 피란오다.

28일부터 나무기둥에 묶여 총살당하고

오륙십 명씩 장작더미에 던져지고

그렇게 천사백 명이 지워졌다.

7월1일 이승만, 비밀리에 대전을 떠난 뒤

대전형무소에 좌익극렬분자 처단하라는

공문이 내려오고

구덩이를 바라보는 얼굴 뒤통수에

또 총알을 날려 이천 명, 파편으로 튀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워커> 앨런 위닝턴 기자는

7월16일 백 명씩 실은 트럭 37대가 이동되어

모두 삼천칠백 명이 사살되고

미군장교가 지켜보는 가운데 일어났다며

“나는 한국에서 진실을 보았다”고 썼다.

교화한다고 보도연맹에 가입시켜 놓고는

6·25가 터지자 정치범으로 다 죽여?

그때 백일을 갓 넘겼던 딸 73세 임남신 씨가

사진 속 아버지를 안고 오열한다.

※이 글은 6월28일치 <한겨레> 기사를 읽고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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