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정치 때문에 산업이 멈추진 말아야

함정선 2023. 7. 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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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등장 이후 ICT 산업 더 빠르게 변화
각국 자국 빅테크와 산업 지키기 위해 '혈안'인 상황서
정치권 의혹에 산업 휘청일 상황
비판제기와 검증도 산업과 분리해 진행해야
네이버 본사 모습. (사진=뉴스1)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구글처럼 해라.”

선거가 다가올 때면 네이버가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메인 화면에 검색 창만 띄운 구글처럼, 뉴스도 검색으로 찾아볼 수 있는 구글처럼, 기사를 클릭하면 언론사 사이트를 연결해주는 구글처럼 해라. 네이버가 정말 구글처럼 하면 모든 것이 괜찮을까.

최근 세계 ICT 산업은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닐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키워내며 사람들의 삶을 바꾸기 시작했던 지난 15년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가 지난해 말 출시되고 1년도 지나지 않아 AI는 전 세계를 뒤흔드는 이슈가 됐다. 반도체와 배터리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던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다툼이 이제 AI 시장을 주 무대로 펼쳐지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뿐인가. 더는 새로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의 탄생이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무색하게 메타가 새로 만든 SNS ‘스레드(Threads)’는 챗GPT보다 빠르게 가입자를 모으며 ‘트위터’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각국은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다른 나라를 배척하고 자국의 산업을 키우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투자와 규제 등 어떤 방법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태도다.

실제로 오픈AI와 구글 등 빅테크를 기반으로 AI 분야에서 앞서는 미국은 AI규제를 앞세워 후발주자의 ‘사다리’를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고, 빅테크를 가지지 못한 유럽연합(EU)은 사용자 보호를 내세워 AI에 대해 강도 높은 규제안을 꺼내 들었다. EU는 미국의 빅테크로부터 유럽 내 플랫폼을 보호하고자 ‘디지털시장법(DMA)’도 지난해 11월 발효했다.

다시 국내로 돌아와 보면 이 같은 각국의 치열함은 말 그대로 ‘먼 나라’의 얘기일 뿐이다. ‘킬러규제’를 없애 산업을 진흥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가 무색하게 정치권에서의 의혹 제기 하나에 산업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 포털사이트의 알고리즘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새로운 일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민주당이 포털의 뉴스배열과 추천서비스 등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네이버의 뉴스 알고리즘 의혹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즉시 나서 실태 점검에까지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알고리즘 의혹에 대한 방통위의 움직임이 수사까지 이어진다면 네이버가 최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면 뉴스 표출, 편집 등을 접고 구글처럼 서비스하면 되지 않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는 곧 네이버의 경쟁력을 약화하라는 소리와 같다. 뉴스를 통해 유입한 사용자들이 커머스나 콘텐츠, 핀테크 등 다른 서비스로 이동해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구글처럼 뉴스 검색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이 역시 산업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알고리즘을 모두 공개하는 순간 이를 악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구글은 물론 어떤 플랫폼 사업자도 알고리즘을 전부 공개하지 않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자체 포털사이트가 구글 등 미국의 빅테크에 앞서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또한, 미국과 중국, 이스라엘과 함께 초거대AI를 개발하고 있는 4개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네이버만 해도 곧 초거대AI 공개를 앞두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았다.

산업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한 운영을 요구하는 것은 필요하고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를 진행하는 과정과 검증 방법, 그에 따른 결과는 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ICT 산업의 경쟁력을 우리 스스로 눌러 없앨 것이 아니라면 정치와 산업을 분리한 비판과 절차가 나와야 할 때다.

함정선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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