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갈등 해결한다던 서울시 시늉만… "현장 혼란 가중"

박순원 2023. 7. 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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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재개발 공사비 갈등 중재를 위해 지난해 말 확대 도입한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재개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을 중재하겠다고 했지만 코디네이터가 대체 무슨 수로 민간 재개발 사업 도급 계약에 관여할 수 있겠냐"며 "서울시 코디네이터의 역할은 입주갈등 해결 시늉에 그치고, 입주 현장 혼란은 오히려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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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분명한 권한에 역할 제한적
코디네이터, 양측 의견만 청취
조율 권할뿐 중재 성사 못시켜
이달 말 입주를 앞둔 DMC파인시티자이 조감도 <GS건설 제공>

서울시가 재개발 공사비 갈등 중재를 위해 지난해 말 확대 도입한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는 입주 지연이 우려되는 단지에 서울시가 민간 전문가를 파견해 이견을 중재하기 위해 운영하는 제도다. 하지만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는 분쟁 현장 재개발 조합-시공사 양측 간 의견을 듣는 것 외에는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달 말 입주 예정인 은평구 DMC파인시티자이(수색6구역 재개발)조합과 시공사 GS건설의 공사비 협상을 중재하고 있다. 현재 GS건설은 DMC파인시티자이 조합이 공사비 120억원을 인상하지 않을 시 조합원들의 입주를 제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앞서 DMC파인시티자이 조합은 지난 4월 관할 구청인 은평구청에 중재를 의뢰했지만, 은평구는 양자 간 완만한 조율만 권할 뿐 중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초 DMC파인시티자이에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를 파견했다.

하지만 서울시 역시 완만한 합의를 권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수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DMC파인시티자이 조합에 따르면 서울시는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를 선제적으로 들어준 뒤 추후 소송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공사 GS건설의 입장과 대부분 일치하는 견해다.

DMC파인시티자이 조합 관계자는 "GS건설이 유치권을 행사할 것이 분명하니 공사비 인상 등 시공사의 요구를 먼저 들어준 뒤 추후 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고 서울시 코디네이터·주택정책실 센터장 등이 권했다"며 "이는 사실상 시공사 요구를 모두 들어주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입주갈등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불분명해 코디네이터 역할 자체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DMC파인시티자이 조합에 법으로 다퉈야 하는 사항은 나중에 다투고, 건설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는 우선 들어주는 것이 좋겠다고 권했다"며 "조합 입장에선 중재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아파트 입주가 임박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역할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공사비 내역 검증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강제 조정 권한도 없다"며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코디네이터를 파견한 것은 맞지만 역할을 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서울시도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갈등 해결이 되지 않다 보니 건설업계에선 서울시 코디네이터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가 조합-시공사 간 공사비 갈등을 중재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분쟁 해결은 못하고 갈등 해결 시늉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재개발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을 중재하겠다고 했지만 코디네이터가 대체 무슨 수로 민간 재개발 사업 도급 계약에 관여할 수 있겠냐"며 "서울시 코디네이터의 역할은 입주갈등 해결 시늉에 그치고, 입주 현장 혼란은 오히려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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