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대신한 ‘이것’, 뭔지 알고 있나요…‘제로 제품’ 40여개 분석 [세모금]
[헤럴드경제=김희량·전새날 기자]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물질로 분류할 것을 예고한 가운데 일상 속 ‘제로 제품’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커졌다.
10일 헤럴드경제는 음료에서 주류, 커피, 아이스크림 등 식품업계에서 지난 몇 년 출시한 40여 개 제로 제품을 돌아봤다. 제로 이름을 단 제품은 당·칼로리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표시 기준에 따라 ‘제로’로 표현될 수 있지만 막상 제로가 아닌 제품 대비 무엇이 추가됐는지는 직관적으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헤럴드경제 분석 결과 국내 제로 제품에는 인공감미료, 천연감미료, 당알코올 등이 다양하게 쓰이고 있었다. 주요 대체감미료로는 설탕 대비 약 200배 감미도가 특징인 ‘아세설팜칼륨(인공), 600배 감미도를 보이는 ‘수크랄로스(인공)’가 손꼽힌다. 이 외 ‘알룰로스(천연)’·‘스테비올배당체(천연)’·‘말티톨(당알코올)’·‘에리스리톨(당알코올)’도 자주 사용된다.
음료부터 과자, 껌, 젤리 등 다양한 식품군에서 제로 제품이 활용되지만 제품 대다수는 음료에 치중돼 있었다. 본지가 분석한 주요 식품업체의 46개 제로 제품 중 26개(56%)가 음료였다. 그 이유는 과일 농축 후 희석해 만드는 음료의 특성상 당이 없으면 맛이 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올해 발표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제로설탕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식품군별 제로 설탕 제품 출시율’도 음료가 85%(물, 스포츠·에너지드링크, 청량음료, RTD, 건강음료)에 달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제로 설탕 식음료 시장 규모는 179억2000만달러(약23조3766억원)로 2027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할 전망이다.
제로가 관심을 받으면서 대체감미료시장도 성장했다. aT는 2020년 9월 ‘글로벌 감미료시장 트렌드 및 수출전망’ 자료에서 2015년 2100억원 규모였던 국내 대체감미료시장이 2020년 기준 3300억원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했다. 설탕을 대신하기 위해 등장한 대체감미료 시장에는 ▷천연감미료 ▷인공감미료 ▷신형감미료 등이 있다. 인공감미료는 고당도 저열량 화학적 합성품으로 설탕에 비해 극소량으로 수백배에 달하는 단맛을 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천연감미료(설탕 제외)는 식물 잎 등 천연 원료를 최소한 가공한 감미료로 알룰로스·스테비아·꿀이 대표적이다.
이런 성장세를 이끈 것은 단맛은 좋지만 건강을 위해 설탕 섭취를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지난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조사에 따르면 미국,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등의 Z세대 소비자 중 59%는 개인의 식습관 개선을 위해 설탕을 줄인다는 분석이 있다. 여기에 설탕에 대한 세계적인 규제가 한몫했다. WHO는 지난해 12월 가당음료를 장기 섭취하면 충치·비만·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면서 회원국들에 설탕세 도입을 촉구했다. 올해 기준 설탕세 도입국은 세계 85개국이다. 러시아도 이달부터 설탕 함량이 100㎖ 당 5g을 초과하면 1ℓ당 7루블의 소비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시행한다.
문제는 대체감미료의 안전성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이다. 당장 WHO의 아스파탐의 발암물질 분류에 대해서도 입장이 갈린다. 제로설탕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소르본대·국립농업연구소·국립공예원은 공동 연구에서 인공감미료 섭취자의 유방암·비만 관련 암에 걸릴 확률을 13% 높게 봤다. 반면 영국 식품기준청·국제음료협회·미국암협회와 국내 식품업계는 허용되는 사용 수준 내에서는 큰 위험이 없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학이 발전하면서 그동안 발견되지 않은 위험성이 나타난다는 시각도 있다.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도 식약처가 인정하는 22개 인공 감미료 중의 하나로 승인된 이후 40년 넘게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스파탐은 그동안 미국과 한국에서 안전하다고 분류됐던 성분”이라며 “아직 정확한 데이터가 나온 게 아니라 빼거나 대처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WHO가 아스파탐의 안전 소비기준을 발표하면 위해성 평가를 통해 안전관리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아스파탐의 경우 식약처가 밝힌 국내 일일 허용 기준치는 1㎏당 40㎎으로, 한국 국민의 섭취량은 이 기준의 0.12% 수준이다. 전문가는 감미료 사용 시 인공·천연 여부와 무관하게 적절량을 아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안심하고 대체당을 섭취할 때 ‘과잉섭취’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대체당을 과하게 먹으면 흡수가 안되고 장에 남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각종 감미료를 중복섭취했을 때 ‘노출 판정’의 기준을 만들고 잘 모르고 과다 섭취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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