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실조로 죽겠단 생각에 두만강 건너”···하나원에서 만난 탈북민들
“여기(대한민국에) 들어와서 힘껏 내 노력껏 산다면 그렇게 힘들다 생각하지 않습니다.”(30대 북한이탈주민 B씨)
“한국은 인권이라는 게 있다는 걸 드라마를 통해 듣게 된 것 같습니다.”(20대 북한이탈주민 C씨)
경기 안성시 소재 통일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여성 A·B·C씨는 10일 하나원 개원 24주년 기념 내·외신 인터뷰에서 탈북을 결심한 계기와 북한의 실상을 털어놨다. 30대 A씨는 2014년 탈북했고 30대 B씨는 2004년 탈북했다. 20대 C씨는 이들 중 가장 최근인 2019년 탈북했다.
세 사람 모두 탈북 이후 중국에 거주하다가 한국에 들어왔다. 이들 모두 신분상 안전을 위해 한국에 입국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북한에서 영양실조가 오니 ‘이렇게 하면 죽겠구나’ 생각에 두만강을 건너게 됐다”며 “중국에서는 신분증이 없었는데 ‘한국에 가면 신분증도 주고 중국보다 더 잘 살 수 있다’ 그래서 한국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C씨는 “중국에서 신분이 없다 보니 중국 사람의 절반 가격(임금)을 받고 일했다”며 “신분이 보장되는 곳에서 사람처럼 당당히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북한에 살 때 한국 문화를 접한 경험도 있었다. B씨는 “(한국) 뉴스, 영화, 드라마도 좀 보고 있었는데 가만가만 봐야 하니 좀 어려웠다”고 말했다. C씨는 “한국 드라마를 처음 접했을 때 TV에서 말하는 것과 다른 현실을 보게 돼 인상적이었다”며 “한국은 잘 사는 나라고 인권이 보장된 나라라는 걸 드라마를 통해 듣게 됐다”고 얘기했다.
A씨는 북한에 있을 때 한국을 “무서운 나라”로 생각했다고 한다. “말만 한마디 했다가 잡혀가서 혼나니까 한국을 그다지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한국) 노래도 듣고 영화, 드라마도 보는데 (북한 주민들이) 보편적으로 많이 보지는 못하고 가만가만 본다고 생각했다”며 북한에 거주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의 생활 사정은 열악했다. B씨는 “7~8살 때 배급을 받는데 10살 때부터 배급이 없었다”며 “장사도 잘 안되고 경비대 사람들이 쌀을 가져오면 빼앗고 그런 상황에서 (식량) 미공급이 강했다”고 말했다. 국경지대에 살았다는 C씨는 “국경지대는 산이 많은 지대라 밀수를 못 하면 생활이 너무 힘들다”며 “(북한 당국이) 2016~2017년부터 밀수를 너무 막다 보니 기름이나 생활용품 해결하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한국 생활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기대가 더 큰 모습이었다. A씨는 “이전에 꿈꿀 수 없던 것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해내서 잘해볼 생각에 기대된다”고 말했다. B씨는 “한국에 온다고 꿈에도 생각 못 했는데 여기 오니까 진짜 괜찮은 나라라는 느낌이 많이 들고 있다”고 했다. C씨는 “탈북민이라고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북한하고 체제가 너무 달라 어려움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잘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국가정보원에서 조사를 받은 뒤 하나원에서 12주간 사회적응교육을 거쳐 한국 사회에 본격 정착한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하나원에서 연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좀 더 개방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탈북민을 이방인이 아니라 북한이 고향인 이웃으로 배려하는 포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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