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유인촌 "찍지마 XX" 사진기자에 막말 재조명

조현호 기자 2023. 7. 1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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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국정감사 회의록 들여다보니 여야 공방 중 사진기자에 막말
"신재민 YTN 개입 이슈 중에 유 장관이 왜 화내나" 추궁
"기분 안 좋은데 사진 찍어서 '찍지 마, 이씨'라고 했다"
국감장에서는 사과 않고, 이틀 뒤 "언론 국민께 사과"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통령실 윤석열 정부 문화체육특별보좌관(특보)에 임명되자 15년 전 국정감사장에서 사진기자들한테 “찍지마 XX, 성질 뻗쳐 정말”이라고 막말했던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국정감사 기록을 살펴보면, 유 전 장관은 당시 여야 간 격한 표현이 오고 가다 파행을 맞자 상임위원장에게 건의하는 장면을 사진기자들이 일제히 촬영하자 돌연 사진기자들에게 욕설에 가까운 표현의 막말을 했다. 그는 기분이 안 좋은데 사진을 찍어서 찍지마라 했고, 욕설이 아닌 '이씨'라는 표현을 썼다고 당일 밤 감사장에서 털어놨다.

지난 2008년 10월24일 저녁 YTN이 촬영, 보도한 뉴스를 보면, 유 전 장관은 당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관 문화체육관광부 대상 국정감사 오후 회의 정회 직후 자신을 촬영하는 사진 기자들을 향해 “사진 찍지마 XX(이씨) 찍지마”라고 막말을 했다. 옆에 있던 신재민 전 문체부 2차관이 “화장실 좀 화장실”이라고 자리를 벗어나도록 권하자 유 전 장관은 재차 “XX 성질이 나 뻗쳐 정말, XX 찍지마”라고 감정을 드러냈다. 이 육성은 생생히 남아 여러 차례 언론에도 보도됐다.

유 전 장관은 왜 사진기자들한테 이런 막말을 퍼부었는지 당일 밤 솔직하게 해명한 내용이 있다. 국회 회의록과 영상회의록을 살펴보면, 그날 밤 10시17분 속개된 문방위 국정감사장에서 전병헌 당시 민주당 의원이 질의에서 YTN 보도 영상을 상영한 뒤 “충격적인 영상을 목격했다. 도대체 유인촌 장관이 여기서 화를 낼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따졌다. 전 전 의원은 “오늘의 파행사태는 첫째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 종교 사찰한 일에 신재민 차관도 협력한 것 아니냐, 또 YTN (해직) 사태에 신 차관이 마구잡이로 개입한 것에 대한 책임 추궁이 쟁점화된 상태였는데, 이에 제대로 관리도 못 하면서 왜 이렇게 유 장관이 인상을 붉히면서 욕설에 버금가는 일을, 버금가는 말을 해야 되느냐”고 추궁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008년 10월24일 저녁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중 정회 직후 자신을 촬영하던 사진기자들에게 찍지마 XX, 등의 막말을 하는 장면을 YTN이 보도하고 있다. 사진=YTN 뉴스 영상 갈무리

이에 유인촌 전 장관은 “화면에 나온 것하고는 좀 많이 다를 거다 … 욕설한 것 아니”라며 “물론 저의 그런 감정적인 표현이 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유 전 장관은 “(고흥길 문방위원장에게) 최소한의 인격적인 대우를 좀 해 주실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얘기를 드렸을 때 옆에서 갑자기 사진을 찍고 기분이 좀 안 좋은 상황에서 그랬기 때문에 '찍지 마'라고 얘기를 했다”며 “욕설을 한 사람처럼 그렇게 비쳐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병헌 전 의원이 “본인 기분이 상당히 나빠서 그랬다라는 말로 설명과 해명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따져묻자 유 전 장관은 “위원님들한테 한 것도 아니고, 사진기자한테 그런 상황에서 찍지 말아 달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취재진에게 어떤 욕설을 했는지를 두고 유 전 장관은 “'에이 씨'(라고) 했다”고 답변했다. '그게 장관으로서 품위를 유지하는 태도라고 생각하느냐'는 지적에 유 전 장관은 “그것은 순간적인 기분의 표현이니까 그거 갖고 여기서 말씀하지 말아 달라”고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 전 의원이 '유 장관은 전혀 사과할 용의가 없느냐'고 하자 유 전 장관은 “나중에 사진기자한테 사과하겠다”고 답했다

인격적 대우를 해달라고 한 것과 관련해 당시 오후 질의에서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대국민 사기극으로 정권을 잡은 이명박의 졸개'라고 표현한 것이 직접적 요인이었다. 성윤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이종걸 의원의 이 발언을 두고 “유 장관은 참기 어려운 말을 들었다”며 “흥분한 상태에서 카메라 기자에게 화를 냈던 거다. 이해는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유인촌(오른쪽) 전 문체부 장관이 지난 2008년 10월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저녁 감사에서 전병헌 당시 민주당 의원이 왜 장관이 화를 내느냐는 질의에 해명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이종걸 의원은 이날 밤 속개된 감사 신상발언에서 자신의 '이명박의 졸개' 발언에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당시 안형환 의원이 야당 의원들에 대해 '잘못된 정보, 지나친 피해의식, 지나친 자기 확신 이 세가지가 정확한 판단을 가로막지 않느냐'고 한 발언에 감정을 누르기 힘들었다고 하면서 '이명박 졸개' 발언을 한 이유를 설명했다.

문제는 국정감사장에서 여야 위원들의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해도 장관이 이를 취재하는 사진기자 등에게 막말과 욕설에 가까운 표현을 써가며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그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이에 따라 유인촌 전 장관은 사건 이틀 뒤인 2008년 10월26일 문체부 기자실을 찾아 “국민과 언론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를 불문하고 공직자가 취재진에게 적절하지 않은 언행을 보여 심려를 끼쳐드리고 언짢게 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당시 국회 문방위 국감 정회 직후에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격적 모독이라고 느낄 수 있는 그런 발언을 듣고 모욕감에 화가 난 상태에서 이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보인 것은 분명하기에 현장에 있던 취재기자와 모든 언론인 여러분,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유 전 장관은 인격적 모독이라고 느낀 부분이 뭐냐는 질의에 “언어도 언어지만 말에 실려있는 감정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며 “안 그랬으면 괜찮았을텐데, 플래시가 갑자기 터지는 바람에 깜짝 놀라서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퇴 여론에 한 말씀 해달라'는 요구에 유 전 장관은 “책임져야할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주어진 일에 하는데까지 최선을 다하고 물러나야 할 일이 있거나 그럴 때가 되면 책임지고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유 전 장관은 3년 간 장관직을 수행했다.

박성제 전 MBC 사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찍지마 XX'라고 쌍욕을 했던 분이 다시 중용된다니 뭐라 평할 말이 없다”면서도 “유인촌 문체부장관 시절 문화계에서 진행됐던 이른바 '진보인사 솎아내기'가 먼저 기억난다”고 썼다. 박 전 사장은 “요즘 방송계에서 벌어지는 일과 비슷하죠”라며 “이동관 차기 방통위원장과도 합이 잘 맞을 듯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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