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총선 앞두고 분열·탈당···창당 이래 최대 위기
정의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지지율은 4~5%대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자강론을 주장하는 지도부, 제3 정치세력과의 신당 추진 그룹, 탈당을 통한 신당 창당파로 분열은 심화되고 있다. 각자 중도 확장, 혁신성 강화 등을 내세우지만 결국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합집산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당직자 집단 탈당이 다른 당내 의견 그룹들의 탈당 러시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당대표 산하에 꾸려질 신당 추진 사업단이 어떻게 논의하는지에 따라 당세가 더욱 쪼그라들 가능성도 남아 있다.
시민정치네트워크 ‘새로운진보’는 10일 국회에서 기본소득당, 열린민주당과 함께 ‘한국 정치의 새 판을 모색하는 정당 개혁 대토론회’를 열었다. 새로운진보는 정의당 대표를 지낸 천호선 노무현재단 이사를 주축으로 한 의견 그룹이다. 지난 4월 진보 세력을 구축하기 위한 네트워크로 확대됐다. 정호진·위선희 전 대변인 등 지난 7일 정의당을 탈당한 전·현직 당직자 60여명 중 다수가 새로운진보 소속이다. 이들은 지난해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 총사퇴 권고 당원 투표를 추진하기도 했다. 현재 ‘새로운 시민참여 진보정당 제안모임’을 이끌고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천 이사는 “두 당이 서로 ‘쟤가 더 나빠요’ 경쟁을 하고 있다”며 “작은 정당은 큰 정당을 반대하는 데서나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자존감 낮은 정치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대변인은 “정의당은 창당 초기에 좋은 정당 만들기라는 목표를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후 정의당이 이념은 달라도 노선에 합의하는 대중정당으로부터 멀어지면서 타 정당에 비해 우위를 가졌던 혁신성은 줄어들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새로운진보와 기본소득당, 열린민주당 등이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진보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새로운진보 측은 “그런 논의는 전혀 한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천 이사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대중적 진보정당을 표방하며 국민참여당을 만들었던 사례가 거론되기도 한다.
정의당에 남아 있는 신당 창당파들은 새로운진보와 입장차가 있다. 조성주 전 정책위 부의장과 장혜영·류호정 의원이 공동운영위원장인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신당에 중도 세력을 끌어와야 한다고 본다. 세번째 권력은 지난달 24일 전국위 신당 창당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기득권을 내려놓기로 한 만큼 정치 변화를 바라는 이들의 힘을 모으는데 예단과 편견 없이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지난달 28일 이정미 대표가 금태섭·양향자 신당과 연대하는 데 회의적이라고 밝히자 “굳이 이렇게까지 선을 그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당초 지도부는 신당 창당에 회의적이었다. 이들은 정의당 기반은 유지한 채 세력을 확대하는 자강론을 밀어왔다. 하지만 전국위에서 당원들은 지도부보다 세번째 권력과 이동영 전 수석대변인 등 신당 추진파에 힘을 실어줬다.
이번에 탈당하지 않은 잔류파들은 전국위에서 신당 추진 결정을 한 만큼 앞으로의 논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신당 추진 사업단을 구성해 9월 중순쯤 구체적인 신당 추진 방안을 정하고 9월 말~10월 초 당대회를 열어 확정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신당 추진 사업단 논의 결과가 미진할 경우 신당 창당파들이 탈당 등 행동을 감행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새로운진보 측의 탈당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당원들의 뜻은 분명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정의당은 진보정치의 역사와 가치를 계승하고 혁신하라는 것이었다”며 “혁신 재창당을 통해 국민들에게 다시 신뢰받을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반드시 그 결실을 맺어내겠다”고 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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