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병훈 칼럼] 감독 실종이 부른 새마을금고의 총체적 부실

2023. 7. 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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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새마을금고에 '뱅크런' 사태가 발생한 건 새마을금고의 대출이 부실화되며 예금자들의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미 2월말부터 불과 2개월만에 새마을금고의 수신 잔액이 7조원 가까이 줄어들며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예금자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 말 3.59%였던 대출 연체율도 올해 6월 말 6.18%까지 빠르게 증가한 데다 정부가 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지점들을 통폐합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불안감을 느낀 다수의 고객들이 새마을금고로 달려가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지난 6일 정부가 새마을금고의 예금자 보호 한도인 5000만원 초과 예금도 특정 금고가 부실화될 경우 우량한 금고로 이전해 전액 보장한다고 강조하고, 이달 초 예·적금을 중도 해지한 고객이 14일까지 재예치를 신청하면 약정 이자와 비과세 혜택을 유지하겠다는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조치로 다음 날 예금 인출 규모가 전날보다 1조원 정도 줄고, 중도해지됐던 예·적금이 3000건 이상 재예치되는 등 뱅크런 사태가 일단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고객들의 불안 심리가 다시 확산되면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또한,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전에는 건설과 부동산 기업에 집중된 새마을금고 대출의 연체율은 언제든지 다시 증가할 수 있어서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이 다른 제2금융권에 비해 빠르게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공동대출' 관행이다. 공동대출은 새마을금고 한 곳이 취급하기 어려운 거액의 대출을 여러 금고들이 함께 실행하는 것이다. 금고 한 곳은 동일 법인에 대출 한도가 50억원이지만 10곳이 합쳐서 최대 500억원까지 공동대출을 해 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공동대출로 거액을 한 법인에 대출해줄 때, 공동대출을 실행하는 여러 금고 중 한 곳만 여신 심사를 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철저한 여신 심사 없이 한 법인에 거액을 대출해주게 되었다.

특히 공동대출 형태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주로 취급했는데,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와 맞물리면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했다. 6월말 기준으로 기업대출 연체율은 9.63%에 달한다.

그동안 새마을금고가 이렇게 부실한 여신 심사 관행을 개선하지 못한 것은 새마을금고가 금융기관 감독에 전문성이 부족한 행정안전부의 감독 하에 있다는 점에 기인한 바가 크다. 작년 말 기준으로 새마을금고의 자산 규모는 284조원으로 5대 시중은행 다음으로 크지만 금융위원회는 행정안전부의 협조 요청이 있을 때만 새마을금고의 감독에 참여할 수 있다.

그 결과 매 분기 경영공시를 하고 금융감독원의 감사를 수시로 받는 다른 금융기관들과 달리 새마을금고는 경영공시를 연 2회만 하면 되는 등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3월 말부터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5.34%로 급등했으나 4개월간 특별한 대책 없이 손 놓고 있던 행정안전부는 뒤늦게 관계부처들과 함께 연체율이 10%를 넘는 새마을금고 30곳에 대한 특별검사, 연체율이 평균보다 높은 70개 금고에 특별점검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가 고객들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연기하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에서 또 하나 유의할 점은 이번 사태로 촉발된 고객들의 불안 심리가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큰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대규모 예금 인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예금자 보호 한도인 5000만원은 2001년에 국내총생산 등을 근거로 정해진 후 23년째 유지되고 있다. 그 사이 작년 말 기준으로 2001년 대비 1인당 국내총생산은 2.8배 증가했다.

참고로 미국의 예금자 보호 한도는 3억2000만원, 일본과 중국은 9000만원을 상회한다. 예금자 보호 한도를 2배 이상 늘리거나 개인보다 예금 규모가 큰 기업에 대해서라도 예금자 보호 한도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 법 개정을 통해 새마을금고를 금융당국의 감독하에 두고 예금자 보호 한도를 상향하는 조치가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가 제2의 SVB 사태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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