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 들어온 생성형 AI 시대] 몇초만에 뇌출혈 판독…응급 상황서 환자 살리는 `AI 닥터`

강민성 2023. 7. 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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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몸속 읽어 건강·질병치료까지
수십장 뇌사진 구별해 위치 확인
미세 출혈도 캐치, 정확도 98%
고혈압 뇌출혈 사망률 50% 달해
신속 진단·치료… 골든타임 확보
AI로 뇌출혈 신속 진단 수원 아주대병원서 만난 최진욱 아주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AI(인공지능)을 활용한 뇌 CT 판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컴퓨터 화면에 있는 빨간색 표시는 AI가 진단한 뇌출혈 분포를 시각화한 것이다.

"여기 살짝 하얀 부분, 이게 아주 소량의 뇌출혈입니다. 뇌를 판독할 때 이 조그마한 부분을 봐야 하는데, 수십장의 뇌 사진 중 한 컷에만 딱 보이는 거죠. 의료진이 매우 바쁜 와중에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을 이제 AI(인공지능)가 커버해 주면서 정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7일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최진욱 영상의학과 교수가 컴퓨터 모니터에 뜬 환자들의 뇌 CT(컴퓨터단층촬영) 사진을 보여주며 AI가 진단한 결과를 설명해줬다.

최 교수는 뇌에 하얀 부분이 넓게 분포된 사진부터 보여줬다. 하얀 부분은 뇌에 고여있는 피로, 뇌출혈 양이 많은 경우 AI도 의사도 쉽게 발견한다.

그러나 모든 뇌출혈이 쉽게 판독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형태의 뇌출혈 사진을 보여줬는데, 뇌 CT 사진에 익숙지 않은 기자는 설명을 듣고도 모든 사진이 똑같아 보였다. 하지만 AI가 표시해 준 빨간색 점들과 뇌출혈 의심 확률을 보고 환자의 상태가 각각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아주대병원이 도입한 이 뇌출혈 AI 분석은 수초 내에 환자 뇌에 출혈이 있는 곳을 빨간색으로 표시해 주고, 종합점수 차원에서 몇 % 확률로 뇌출혈이 의심되는지도 나타내 준다. 최 교수는 뇌출혈을 AI로 진단하는 솔루션인 '메디컬 인사이트 플러스 뇌출혈'을 1년 반 동안 써본 결과, 응급으로 들어온 환자들을 훨씬 빨리 진단해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뇌출혈 진단의 신속성과 정확성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죽인다. 제 시간에 진단을 받으면 살릴 수 있는 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한다.

최 교수는 "고혈압성 뇌출혈은 30일 내 사망률이 약 30~50%에 달하고, 뇌출혈 발생 후 6개월 내에 뇌 기능이 회복되는 확률이 20%에 그칠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연간 10만명의 뇌출혈 환자가 발생해 그중 1만4000명이 사망할 정도로 응급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환자는 점점 많아지는데 뇌출혈을 전문적으로 판독하는 의사의 수는 매우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최 교수는 "뇌 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뇌출혈은 골든타임인 3시간을 넘기면 사망률이 3배 높아지는데, 병원에서는 CT와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건수가 매년 약 20% 증가할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이를 판독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증가율은 평균 3%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도저히 쫓아갈 수 없을 만큼 검사 건수가 늘어나는데 이를 읽어내는 사람은 부족하니 병원 현장에서는 적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 교수는 "전문인력이 24시간 응급실에 상주하려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최소 5명은 있어야 하고 전문의가 응급실만 커버해야 하는데 현실은 절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이 같은 적체와 과다한 업무량은 실수와 오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최 교수는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2017년부터 초기 연구를 시작했고 2018년부터 SK C&C와 협업했다.

'메디컬 인사이트 플러스 뇌출혈'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최 교수와 SK C&C가 10만장 가량의 뇌 CT 데이터를 학습시켜 만든 AI 솔루션이다. 뇌 CT 영상을 수초 내로 분석해 97% 이상 정확도로 출혈 위치와 이상 여부를 의료진에게 알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놓치기 쉬운 작고 미세한 출혈도 신경두경부 영상의학 전문의 수준으로 판독해낸다.

이 솔루션은 2021년 8월 AI 뇌출혈 진단 의료기기 중 국내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등급 의료기기 품목 허가를 받았다. 미국 FDA(식품의약국)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개발 과정에 대해 최 교수는 "뇌출혈 환자 300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약 6만장의 CT 사진에서 출혈이 있는 부분을 모두 라벨링해서 초창기 모델을 개발했다"면서 "최신 AI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 전에 정부의 도움을 받아 뇌출혈 환자 관련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해 기술을 검증했다. 5만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메디컬 인사이트 플러스 뇌출혈'은 정확도 98%를 기록했다. AI는 통계적으로 나온 결과물들의 값인 만큼 정확도 100%라는 것은 있을 수 없고, 98%면 100% 수준의 정확도를 갖췄음을 의미한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메디컬 인사이트 플러스 뇌출혈의 효과성을 입증한 논문은 국제 학술지에도 실렸다. 'AI 뇌출혈 영상 의료 솔루션 효과성에 대한 논문'은 올해 5월 네이처 파트너 저널인 '디지털 메디신(Digital Medicine)'에 게재됐다. 영상의학 전문의가 아니어도 AI의 도움을 받아 전문의 수준으로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음이 입증됐다.

판독의 속도와 정확도에 대해 아주대병원 자체적으로 진행한 내부 설문조사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물론 응급의학과, 신경과 전문의들도 AI가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아주대병원은 모바일앱을 개발해 AI가 판독한 뇌출혈 사진이 주치의에게 바로 전달되는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이 시스템도 의사들의 만족도가 높다. 응급 상황에서 전화로 설명하기보다 앱으로 전달해 정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주대병원은 모바일앱에 대해 테스트를 하고 있다.

SK C&C는 뇌출혈 AI 진단 솔루션에 이어 AI 뇌경색 진단모델도 개발을 거의 마무리하고 임상 막바지 단계에 있다. 뇌경색 진단모델은 올해 중 출시가 목표다. 뇌동맥류 AI 진단모델도 개발 중이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뇌의 일부가 손상되는 질환이라면,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이 부풀어 오르는 병이다. 뇌경색과 뇌동맥류 AI 진단모델은 내년 초쯤 출시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 교수는 AI가 의료·헬스케어 전반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의료현장에서 AI가 주목받기 시작한 게 2017년 정도인데, 당시에는 병원에 상용화된 AI가 적용되지 않고 연구실 단위에서 연구만 시도했다. 그런데 불과 5~6년 사이에 AI 제품들이 속속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AI 진단 솔루션 비용은 수가가 인정되지 않아 병원이 부담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렇다 보니 AI를 쓰려면 일일이 환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위급한 뇌출혈 환자의 경우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 교수는 "AI 솔루션이 수가에 녹아들면 의료진이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이 훨씬 수월해지니 더 많은 병원에서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의 안전을 생각해 정부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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