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문형준 SK 코치가 걸었던 다른 길, 함께 걸어갈 같은 길
서울 SK는 오프시즌 동안 선수단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에도 변화를 줬다. 이현준 코치와 한상민 코치가 떠난 자리를 김재환, 문형준 신임 코치가 채웠다.
김재환, 문형준 코치는 모두 SK에서 선수로 뛰다 은퇴했다. 은퇴 후 매니저를 맡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매니저 이후에는 다른 길을 걸었지만, 이제는 같은 목표를 새기고 같은 길을 걸어가게 됐다.
교사가 됐던 ‘슈퍼맨’, 다시 코트로
김재환 코치는 현역 시절 올스타게임 덩크 콘테스트에 출전, 슈퍼맨 복장을 착용해 ‘슈퍼맨’이란 별명을 얻었다. 2012년 은퇴 후에는 매니저를 맡아 SK의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2012-2013시즌)을 함께 했지만, 2013-2014시즌을 끝으로 매니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동안 미뤄뒀던 공부에 몰두하기 위해서였다.
김재환 코치는 용인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2017년 비봉고 체육 교사로 부임해 새로운 인생을 걸어가고 있었다. 김재환 코치가 코치 제안을 받은 건 지난 5월이었다. 전희철 감독으로부터 직접 전화가 왔고, 김재환 코치는 통화를 하는 동안 결심을 굳히며 SK로 돌아왔다.
SK는 전희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21년부터 코치들에게 각각 담당 팀과 SK 내 담당 선수를 배정해왔다. 각자 맡은 3개 팀에 대해선 보다 면밀히 분석해 보고해야 하고, 담당 선수 5명에 대해선 컨디션을 보다 섬세하게 관리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김재환 코치는 “담당 팀도 배정받았고, 선수 5명도 집중 관리하게 됐다. 대화를 해보니 확실히 젊은 선수들의 마인드는 내가 선수였던 시절과 다르다는 걸 느낀다. 송창용은 중-고등학교 후배여서 편한데 나머지 선수들은 내가 어색하다. 솔직히 말해 떠나있었던 시간이 길어서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내려놓은 김재환 코치는 이제 다시 냉정한 승부의 세계를 걷게 됐다. 코트를 떠나있었던 시간이 길었지만, 비장함만큼은 여느 코치 못지않았다.
김재환 코치는 “다른 분들은 농구단에서 계속 근무하며 인정받고 한 단계씩 올라갔다. 나는 외부에서 오랫동안 있었는데 기회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의아하게 보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가족들도 SK로 돌아간다고 하니 놀랐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영광이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김재환 코치는 이어 “감독님이 나를 부른 이유는 선수들에게 더 많이 다가가 대화하고, 운동을 도와주길 원해서다. 선수들이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든 슛 연습을 도와주고, 말동무도 해줄 것이다. 선수들과의 스킨십을 늘리며 감독님이 원하는 농구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할 계획이다. 문형준 코치가 전력분석 출신이어서 더 많이 알고 있는 만큼, 문형준 코치에게도 배우고 있다. 계속 노력하고 공부하며 열심히 해보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단국대 출신 문형준 코치는 2009 2군 드래프트 2라운드 5순위로 창원 LG에 지명됐다. 이후 SK로 자리를 옮겼지만, 1군에서는 2009-2010시즌 11경기 평균 6분 40초를 소화하는 데에 그쳤다. 문형준 코치는 2010 윈터리그(현 D리그) 24경기를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고, 매니저-전력분석을 거쳐 코치 자리까지 올랐다.
문형준 코치는 “오프시즌 훈련 계획 회의 끝난 후 나가려는데 감독님이 따로 남으라고 하셨다. 무슨 말씀을 하실까 싶었는데 ‘네가 코치를 맡게 될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별다른 생각할 겨를 없이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었다. 생각도 못한 제안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전력분석으로 팀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문형준 코치는 1군 막내 코치와 더불어 D리그 전담 코치도 병행한다. 또한 김지웅, 변기훈 전력분석의 경력이 짧아 인수인계까지 맡는 등 오프시즌을 바쁘게 보내고 있다.
문형준 코치는 “그래도 전력분석으로 한 시즌을 치른 (김)지웅이가 업무의 90% 이상은 알고 있다. 감독님이 전력분석들과도 소통을 많이 하신다.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상의하고 업무 분담도 하고 있다. 전력분석 시절에는 선수들과 직접적으로 부딪칠 일이 없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6시간씩 함께 한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점점 적응하고 있다. (코치는)확실히 무게감이 다르다”라고 말했다.
현역 시절 2군 경험이 있는 만큼, 문형준 코치는 경험을 살려 D리그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도움을 주겠다는 각오다. 문형준 코치는 “선수 경력은 짧았지만, 2군 선수들이 오프시즌에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훈련에 임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1군에 올라가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을 토대로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문형준 코치는 또한 “아마 9월이면 1, 2군 전력이 정리될 것이다. 2군으로 분류되더라도 (최)성원이처럼 준비가 되면 1군에 올라갈 기회를 얻게 되고, 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줄 수 있다. (김)수환이를 비롯해 가능성 있는 신예들이 있다. 이들도 향후 1군에서 실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라고 각오를 내비쳤다.
#사진_최창환 기자, 점프볼DB(유용우 기자),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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