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위엔위엔 앙 존스홉킨스대 알프레드 챈들러 정치경제학 석좌교수 | “성장 동력 잃은 중국, 지정학적 리스크 감수할 가능성 작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6월 25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5%에서 5.2%로 낮췄다. 앞서 6월 18일 골드만삭스 역시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에서 5.4%로 하향했다.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이유에서였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정점(peak)’에 달했다는 일명 ‘피크 차이나(Peak China·성장의 정점에 달한 중국)’론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중국 정치·경제 전문가인 위엔위엔 앙(Yuen Yuen Ang)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제 중국의 초고도 성장(hyper-growth) 시대는 지났다”며 “제조업 수출, 인프라 투자, 부동산 붐 등 중국의 초고속 성장을 이끈 동력이 꺼지는 동시에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이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 위해 대만 침공을 강행할 것이란 일각의 전망엔 “오히려 경제 회복에 집중할 것이기 때문에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프레드 챈들러 정치경제학 석좌교수를 겸하고 있는 그는 싱가포르인으로 2021년 영국의 공공 부문 글로벌 네트워크 ‘에이폴리티컬(Apolitical)’이 선정한 정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학자 100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알프레드 챈들러 정치경제학과는 미국의 유명한 경영 사상가 알프레드 챈들러(Alfred Chandler)의 이름을 딴 학과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중국 경제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몇 년 전 강연에서 ‘이코노미스트(영국 경제 잡지)’ 기사의 한 구절을 인용한 적이 있다. ‘중국 경제는 성장 둔화의 위험한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연간 3~4%에 불과할 수 있으며 이는 사실상 경기 침체에 해당한다.’ 올해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처럼 들리지 않는가. 사실 이 기사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일으키기 전인 1998년에 나왔다. 최근 또다시 비슷한 주장이 제기되면서 ‘양치기 소년’ 우화가 떠오르는 이들도 있을 텐데, 지금은 이때와 상황이 다르다. 지난 40년간 중국은 제조업 수출, 인프라 투자, 부동산 붐이라는 세 가지 성장 동력을 통해 번영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러한 성장 동력 엔진 모두가 식어가고 있다. 제조업 수출은 보호무역주의와 인건비 상승으로 타격받고 있고, 인프라 투자는 수익률 감소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중국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않을까.
“그럼, 무엇이 중국의 기존 성장 동력을 대체할 것이라고 보는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매우 유망한 분야였지만, 정부의 규제 단속으로 와해됐다. 반도체? 지금 미국의 수출 규제 대상이다. 제3세계(Global South)와의 무역 확대? 그 규모가 커지고는 있지만 다른 성장 엔진을 대체할 만큼 충분하지는 않다. 국내 소비 확대? 이를 위해서는 소득 증가, 견고한 고용, 소비에 대한 자신감이 필요하다. 요컨대 중국의 기존 성장 모델은 빠르게 힘을 잃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새로운 성장 동력이 중국 경제를 이끌어갈지가 명확하지 않다. 여기에 최근 중국의 기업 신뢰도까지 하락하면서 전반적인 비관론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할 브랜즈 교수와 마이클 베클리 교수는 지난해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원제 Dan-ger Zone)’라는 책을 펴내 ‘피크 차이나’론을 주창했다.
“개인적으로 ‘피크 차이나’보다 ‘경기 둔화’라는 중립적인 용어를 더 선호한다. 그 이유는 그들이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중국의 쇠퇴가 필연적으로 중국으로 하여금 아직 힘이 있을 때 (중국을 봉쇄하려는) 세계 질서에 도전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의 정책적 함의는 결국 지금이 중국을 봉쇄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럼, 중국이 계속 부상한다면 이들은 중국이 덜 위험하다고 생각할까? 중국의 부상이나 쇠퇴와 관계없이 중국이 위험하다고 (따라서 봉쇄해야 한다고) 인식하는지 묻고 싶다.”
두 교수는 중국이 경제 쇠락과 지정학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만 침공을 강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인적으로 중국의 초고도 성장 시대가 지났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실제로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면 중국의 선택은 (두 교수의 주장과는) 반대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중국 지도부가 ‘중국은 강하다’라는 것을 보여줘야 할 정도로 자극받지 않는 이상 오히려 경제 회복에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지정학적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리더십이 더 중요해질 것 같다.
“그렇다. 중국의 미래는 시진핑 지도부가 어떤 정책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핵심은 덩샤오핑(鄧小平)의 리더십에서 볼 수 있듯이 이념보다는 솔직한 피드백과 실용주의가 지배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중국의 통치 시스템에서 적응력과 실용성만 잘 유지된다면 어떤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칫 제로 코로나(Zero Corona·코로나19 확진자 제로 위한 봉쇄 정책) 정책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 구도처럼 미국과 중국의 신(新)냉전 구도가 공고화하는 모양새다.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대와 비교한다면,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우선 과거 냉전 시대의 미국과 소련은 교류가 제한적인 별개의 정치 및 경제 체제였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과 중국은 하나의 글로벌 자본주의 질서 속에서 상호 의존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모든 노력이 역으로 미국의 이익에 다양하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가령 중국에 대한 관세를 높이면 미국 소비자에게 더 높은 비용이 부과된다. 기술 도용 혐의로 중국계 과학자들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뛰어난 인재들을 미국에서 멀어지게 할 것이다.
두 번째 차이점은 오늘날 세계가 이전보다 더 다극화돼 소수의 초강대국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흥 경제국과 중간 소득 국가들은 주체성과 발언권을 행사하기를 원한다. 이들은 강대국 경쟁에서 ‘편 가르기’를 강요받거나 졸(卒)로 이용당하는 것을 거부한다. 서유럽 국가들조차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따르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전과 달리 세계는 깔끔하게 두 편으로 나뉠 수 없으며 더 모호해진 상황이다.”
중국이 앞으로 경제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할까.
“중국 지도부가 굉장히 고심하는 문제일 것이다. 현재 중국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업의 신뢰도를 회복시키고 안정화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에) 일관된 정책 신호를 보내고 미·중 관계를 안정시켜야 한다. 미·중 양국은 당분간 경쟁 관계에 놓일 것이지만, 기업이 활동하기 위해서는 서로 소통하고 갈등을 피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중국이 거대한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찾는 것도 관건이라고 본다.”
Plus Point
중국에 만연한 부정부패…
경제성장 위한 스테로이드?
앙 교수의 저서 ‘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원제 China’s Gilded Age)’의 한국어 번역본이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은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만연한 부패에도 초고속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배경에 주목한다. 그는 “부패가 항상 경제성장을 방해한다는 주장은 과도한 단순화”라며 어떤 부패는 장기적으로 경제 리스크와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중국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패 유형으로 ‘인허가료(access money) 부패’를 꼽는다. 기업인들이 고위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대규모 건설 계약을 수주하거나 토지 같은 특권을 확보하는 행위를 말한다. 러시아와 인도 등 다른 개발도상국에서 만연했던 공공 재원 횡령이나 관료의 갈취는 경제성장을 가로막았지만, 중국에서는 기업인과 공무원이 결탁해 거대한 ‘이익 공유’라는 공동의 목표를 추구했다. ‘성장 친화적 부패’인 셈이다. 앙 교수는 이러한 부패가 결과적으로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투자를 유치해 성장을 촉진하는 ‘스테로이드’ 같은 역할을 했지만, 오늘날 중국의 성장을 위협하는 시스템적 위험과 불평등도 낳았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2021년 미국사회학회 배링턴 무어 도서상(Barrington Moore Book Award) 준우승을 차지했고, 2022년엔 세계사회경제학회(SASE)의 엘리스 암스덴 도서상(Alice Amsden Book Award)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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