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의 컬래버노믹스 <16>] ‘초(超)’의 시대가 온다, 초성과에서 초리스크까지
요즘 급부상한 기업이 있다.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다. 시가총액이 단숨에 1조달러(약 1309조원)를 뛰어넘었다. 이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플랫폼과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시가총액 1조달러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고성능 GPU(그래픽 처리장치)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처음에는 게임용 정도로 인식됐으나 최근 생성 AI(인공지능)와 가상자산 채굴에 활용되면서 급성장했다. 특히 오픈AI가 출시한 챗GPT가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면서 주가가 폭발했다. 지금부터 AI 혁명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믿음이 확산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GPU의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1993년에 창업한 기업이다. 100년 이상 된 기업이 수두룩한 구미(歐美) 지역에서는 역사가 일천한 신생 기업이다. 지금 ‘1조달러 클럽’에 속하는 테크 기업들도 대부분 정보화 사회 이후에 창업한 회사들이다.
3월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이 은행은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들이 주요 고객으로, 그동안 급성장해 왔다. 아무도 이 은행의 파산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 미국 내 자산 기준 16위 규모이며 2008년 워싱턴뮤추얼은행 붕괴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은행 파산이다. 예금 인출 사태가 다른 은행으로 번져서 글로벌 금융 위기로 번질 우려가 커지자 미국 연방정부가 나서서 급한 불을 껐다. 하마터면 금융계 전반에 산불이 날 뻔한 큰 사건이다. 잘나가던 은행도 하루아침에 파산할 수 있다는 확실한 사례를 남겼다.
현대 사회는 초(超)성과와 초리스크의 사회다. 짧은 기간에 천문학적 성과를 낼 수도 있고 거대한 성과가 무너질 수도 있다. 과거에는 이런 말들이 있었다.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 “거부가 되려면 3대는 모아야 한다.” 농사짓던 시절에는 부자가 망해도 일부 땅이 남아있으니, 다음 세대로 넘겨줄 재산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3대는 고사하고 3년이면 다 날아간다. 당대에 큰 부자가 나오고 당대에 거부가 뿌리째 무너지는 초성과와 초리스크 시대가 된 것이다.
현대는 ‘초의 시대’다. 초융합·초지능·초가속·초격차·초역전·초음속·초연결이란 단어가 일상이 됐다. 일반 명사 앞에 슈퍼(super)나 하이퍼(hyper)가 붙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연결의 힘이다. 정보화 사회 이후 세상은 모든 게 연결되고 있다. 업종의 경계도 사라지고 국경의 장벽도 사라졌다. 정보, 기술, 자본이 연결되면서 ‘1+1=2+α’ 현상이 나타나는데 α가 2보다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게 초성과를 가져오는 첫 번째 동력이다.
둘째는 속도의 힘이다. 정보 기술이 음속, 초음속, 극초음속으로 치닫고 있다. 과거에 10년 걸리던 일을 한 달이면 처리할 수 있다. 시간의 압축이 가능해지면서 초성과도 가능해진 것이다. 초리스크 또한 이 두 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초의 시대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과거 방식으로는 성과를 낼 수도 없고 리스크를 피할 수도 없다. 최선의 대응책은 협업이다. 협업은 서로 다른 전문성을 연결하고 융합해서 거대한 성과를 내게 해주는 한편 리스크를 막아준다. 예전에는 영웅 한 명이 지구를 구하는 영화가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영화 ‘어벤져스’처럼 여러 명이 서로 다른 재능을 합쳐 지구를 구하는 영화가 대세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소초모’란 말이 유행이다. ‘소소한 초인들이 모여서, 소초모’라는 권시우 작가의 소설에서 나온 말이다. 각자 독특한 재능이 있는 주인공 다섯 명이 힘을 모아 이런저런 세상사를 해결해 나가는 내용이다.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힘든 일도 협업을 하면 풀려나간다. ‘소초모’에 협업 정신이 들어 있다. 올여름 경영자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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