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애덤 스미스 탄생 300주년…세계경제를 되돌아보다

다이앤 코일 케임브리지대 공공정책 교수 2023. 7. 1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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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300년 전인 1723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성서 이래 가장 위대한 책’이라고 평가받는 그의 대표작 ‘국부론’은 1776년에 출간됐다. 자유 시장의 메커니즘을 설명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을 언급한 것도 바로 이 책이다. 스미스는 ‘무엇이 경제를 성장시키는가’에 대한 고민도 ‘국부론’에 담았다. 그는 특히 노동 분업에 따른 ‘전문화(specialization)’를 경제성장의 주요 원동력으로 꼽았다. 분업을 통해 생산과정을 작게 나눌수록,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제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선 ‘경쟁(competition)’도 중요한 요소라고 봤다. 경쟁이 없으면 결국 한 기업이 시장을 혼자 차지하는 독점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 경제학자인 필자는 지금의 경제구조에서 스미스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제시한 전문화와 경쟁이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반도체 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정 시장의 전문화가 지나치게 이뤄지면 시장 내 플레이어가 줄어들고 되레 경쟁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화와 경쟁이 상충하는 셈이다. 저자는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선 전문화와 경쟁을 조화롭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더 다양한 공급망과 생산원을 발굴할 것을 주문한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있는애덤 스미스 동상. 사진 셔터스톡

올해는 현대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가 탄생한 지 300주년이 되는 해다. 마침 세계경제는 몇 가지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물가 상승률은 197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서구의 생산성 성장은 여전히 부진하거나 정체돼 있다.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는 부채 위기의 벼랑 끝에 서 있으며, 무역 긴장 역시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① 시장 집중도(market concentration)는 높아지는 추세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애덤 스미스 탄생 300주년은 경제성장의 역학을 깊이 있게 고찰하고, 지금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다.

다이앤 코일 케임브리지대 공공정책 교수옥스퍼드대 철학·정치·경제학(PPE), 하버드대 경제학 석·박사, 전 영국 경쟁위원회 위원

스미스의 저서 ‘국부론’ 첫 장에 요약돼 있는 경제성장 이론의 핵심은 노동 분업을 통해 이뤄지는 ‘전문화’다. 그의 유명한 핀(pin) 공장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 생산과정을 소규모 작업으로 세분화한다면 생산성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개별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미스에 따르면 노동 분업은 시장의 범위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즉, 교류(유통망 확보)를 통해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수요가 없다면, 어떤 제품의 일일 생산량을 100개에서 1만 개로 늘린다고 해도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 확보를 통해) 저렴한 부품의 공급을 늘릴 경우, 늘어나는 생산만큼 제품 가격도 낮아질 수 있다. 부품 생산에 필요한 자재를 공급하는 1차 공급자 역시 생산과정을 더 전문화된 작업으로 재편할 수 있다. 1928년 미국 경제학자 앨린 영(Allyn Young)은 이를 ‘수확 체증(increasing returns)’이라고 불렀다. 수익이 늘어나는 과정은 눈사태처럼 천천히 시작돼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 구조적 변화의 선순환이다. 산업혁명과 1980~90년대 동아시아의 고도 경제성장은 스미스가 분석한 성장 과정의 완벽한 예시다. 그럼에도 지난 10년간 선진국 경제를 괴롭힌 경기 침체는 스미스가 ‘보편적인 풍요’라고 묘사한 세계경제 발전이 멈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노동 분업을 통한 전문화는 종종 근로자의 기술과 전문성을 향상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다. 생성 AI(인공지능)의 등장으로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근로자를 해고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AI가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기보다 보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규제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종종 간과되는 또 다른 우려는 시장 규모에서 비롯된다. 아마 스미스가 21세기 경제의 전문화 수준을 목격했다면 굉장히 놀랐을 것이다. 그 정도로 오늘날 제조업은 복잡한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의존하고 있다. 자동차나 스마트폰 같은 제품들은 여러 국가에서 제조된 수천 개의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공급망을 이어주는 중간 기업 상당수는 매우 전문화돼 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 ASML은 TSMC의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대부분의 자외선 장비를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시장에서 소수 기업만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현상이 우주·항공 산업 같은 분야의 대형 제조 기업에만 해당됐다면, 지금은 중간 단계 부품의 소규모 시장에도 점차 적용되는 추세다.

결과적으로 이는 스미스가 경제성장을 위한 또 다른 조건으로 제시한 ‘경쟁’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쟁은 특정 기업이 전문화와 교류 증가의 혜택을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이 사회적으로 유익하도록 보장하는 데 도움 된다. 그는 ‘국부론’에서 “일반적으로 어떤 무역 분야나 노동 분업이 대중에게 유리하다면, 경쟁이 더 자유롭고 보편적일수록 더욱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서구 경제에선 경쟁의 쇠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 논쟁은 주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같이 세간의 주목받는 분야에 집중돼 왔다. 유럽과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②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 같은 새로운 법률을 만들거나 ③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 인수를 막은 결정처럼, 기존 독점 금지법의 더 강력한 집행으로 기술 산업의 독과점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의문은 특정 시장에서의 전문화 수준이 경제성장을 위한 스미스의 두 가지 선행 조건(전문화와 경쟁) 사이에서 절충 관계인지에 대한 것이다. 즉, 전문화를 위한 노동 분업이 한계에 도달한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우리가 경쟁력을 더 강화하려면,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새로운 공급원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① 소수의 기업에 시장점유율이 집중돼 있는 정도를 말한다. 시장 집중도가 높다는 것은 소수의 회사가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선택의 폭을 좁히며, 새로운 기업들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② EU가 글로벌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제정한 법안. 시가총액 750억유로(약 107조원) 이상이거나 연매출 75억유로(약 10조7063억원) 이상인 기업 중 월 활성 이용자 4500만 명 이상인 플랫폼이 규제 대상이다. 이들의 경쟁 저해 행위를 규제하는 게 법안의 핵심이다. 일례로 플랫폼에서 자사 서비스 우대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연매출의 10%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③ FTC는 MS의 블리자드 인수를 적극 반대하고 있다. 작년 말 “MS가 블리자드 인수 시 게임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인수 금지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6월 12일(이하 현지시각) 연방법원에 인수 금지 가처분까지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MS는 애초 7월 18일까지 블리자드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었다. MS의 블리자드 인수액은 687억달러(약 90조원)로 IT 업계 사상 최고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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