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공화국' 노래한 나훈아 '문신'하고 등장... 트로트 백전노장의 파격

양승준 2023. 7. 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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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카오톡을 소재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시대의 사랑'을 재치 있게 노래했다.

10일 새 앨범 '새벽'을 낸 트로트 백전노장 나훈아(76)의 행보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식스 스토리'라 붙은 앨범 부제처럼 나훈아는 6곡의 뮤직비디오를 따로 만들어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새 앨범에 실린 6곡은 모두 나훈아가 작사, 작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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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새 앨범 '새벽' 공개
K팝 아이돌도 아닌데... 6곡 뮤비 제작 '블록버스터급 복귀'
찢어진 청바지 입고 춤추고, '할리' 몰고... 나훈아 "삶 속에 작은 위로됐으면"
나훈아가 10일 공개한 '사랑은 무슨 얼어 죽을 사랑이야(카톡)' 뮤직비디오 한 장면. 애니메이션으로 '카톡공화국'을 풍자한다. 뮤직비디오 캡처
나훈아가 10일 공개한 '사랑은 무슨 얼어 죽을 사랑이야(카톡)' 뮤직비디오 한 장면. 애니메이션으로 '카톡공화국'을 풍자한다. 뮤직비디오 캡처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카오톡을 소재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시대의 사랑'을 재치 있게 노래했다. 새 앨범에 실린 6곡 전곡을 뮤직비디오로 공개한 복귀는 블록버스터급이었다. 하이브·SM·JYP·YG 등 대형 K팝 기획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나온 아이돌 그룹 얘기가 아니다. 10일 새 앨범 '새벽'을 낸 트로트 백전노장 나훈아(76)의 행보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나훈아는 10일 새 앨범 '새벽'을 낮 12시에 음원 사이트 등에 공개했다. 그는 신작 발표를 앨범 공개 불과 세 시간 전인 이날 오전 9시에 소속사를 통해 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인다운 행보다. 예아라 제공

이동식저장매체(USB)에 곡을 담아 새 앨범을 낸 나훈아는 신작에서 '디지털 이야기꾼'으로 거듭난다.

데뷔 55년을 넘은 소리꾼의 화두는 '카톡공화국'. 나훈아는 수록곡 '사랑은 무슨 얼어 죽을 사랑이야(카톡)'에서 "악어의 눈물커녕 변명도 없이 카톡으로 안녕이라네"라며 "이제는 사랑도 문자로 하고 이제는 이별까지 카톡 거리고"라고 노래한다. SNS로 모두가 어디에든 연결되어 있는 것 같지만 그 관계는 더없이 얇고 쉬 끊기는 세태에 대한 풍자로 읽힌다. 나훈아가 "카톡 카톡 카톡 카톡 카톡 카톡이는 세상"이라고 애달프게 노래하는 후렴은 여러 번 듣다 보면 묘하게 구수해 귀에 콕 박힌다. 애니메이션으로 뮤직비디오에 담긴 정겨움은 덤이다.

10일 새 앨범 '새벽'을 낸 나훈아. 예아라 제공
나훈아가 10일 공개한 신곡 '타투' 뮤직비디오 한 장면. 뮤직비디오 캡처
나훈아가 10일 공개한 신곡 '기장갈매기' 뮤직비디오 한 장면. 뮤직비디오 캡처

나훈아가 이날 공개한 노래는 '사랑은 무슨 얼어 죽을 사랑이야(카톡)'를 비롯해 '삶' '아름다운 이별' '타투' '가시버시' '기장갈매기' 등 총 6곡이다. '식스 스토리'라 붙은 앨범 부제처럼 나훈아는 6곡의 뮤직비디오를 따로 만들어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기장갈매기'에선 찢어진 청바지에 주황색 계열 셔츠를 입고 갈매기가 나는 모양을 손짓으로 하며 춤을 추고, '타투'에선 팔뚝에 문신을 한 채 '할리(데이비슨)'를 몰고 도로를 질주한다. 머리카락과 턱수염이 하얗게 센 그는 뮤직비디오에서 영원한 '청춘'이다. 경쾌한 댄스 음악('기장갈매기')과 화끈한 록 음악('타투')을 트로트에 버무린 장르적 변주를 실험적 영상으로 반전을 부각했다는 평이다. 나훈아가 이날 공개한 '기장갈매기' '타투' '삶' 등의 뮤직비디오는 한 편의 영화처럼 웅장하고 화려했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이제 노년층도 유튜브로 정보를 접하고 콘텐츠를 보는 시대"라며 "나훈아가 그의 음악 주 소비층의 달라진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뮤직비디오를 6개나 만들어 유튜브 유통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나훈아가 10일 공개한 신곡 '삶' 뮤직비디오 한 장면. 뮤직비디오 캡처

'삶'과 '아름다운 이별'은 나훈아표 애절한 트로트의 정수다. 그는 '삶'에서 "삶이란 인생이라는 마당에서 한 세월 놀다가 가는 거지"라고 나직하게 읊조린다. 나를 증명해야 하는 욕망을 넘어선 노장의 여유로움은 곡의 여운을 돋운다. 뮤직비디오에서 절창을 선보이는 그의 모습 뒤엔 컴퓨터그래픽으로 오로라가 물결처럼 일렁였다.

10일 새 앨범 '새벽'을 발매한 나훈아. 예아라 제공

나훈아의 신작 발매는 지난해 2월 '테스형'이 실린 앨범 '일곱 빛 향기' 발매 후 1년 5개월 만에 이뤄졌다. 새 앨범에 실린 6곡은 모두 나훈아가 작사, 작곡했다.

나훈아는 소속사 예아라를 통해 "새벽별이 보이면 별을 세며 시를 짓고 새벽 비 내리면 빗소리 들으며 오선지에 멜로디를 담아 보기도 하면서 신곡의 여섯 이야기를 모두 잠 못 드는 하얀 새벽에 지었다"고 새 앨범 제작 과정을 들려줬다. 그에게 새벽은 기타를 잡고 피아노 앞에 앉게 하는 시간이다. 또 "눈 뜬 채 꿈을 꾸게도 아픔을 추억하게 하여 술 한잔하게도 만드는" 사색의 시간이기도 하다. 나훈아는 "그렇게 오랜 세월 새벽은 날 잠 못 들게 했다"며 "이 노래들이 여러분의 삶 속에 작은 위로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고 밝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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