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여건 열악" 공무원 지원자 10년만에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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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청년층의 공무원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공직사회의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국가공무원 종합직 시험은 재무성·경제산업성·외무성 등 중앙부처 관직을 노리는 명문대 출신들의 소위 '엘리트 코스'로 불려왔지만 이 역시 옛말이 됐다.
일본 정부는 공무원의 근무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육아·간병 등의 사유가 없어도 주 4일 일하는 탄력근무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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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4만명 지원, 경쟁률 사상 최저
도쿄대 출신 합격자 첫 200명 하회
초과 근무·박봉에 탈공무원 가속화
인사원 "근무방식 개혁 추진해야"
일본에서 청년층의 공무원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공직사회의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과도한 업무 부담 대비 낮은 급여, 경직된 업무 체제 등 단점이 부각되며 취업 시장에서 공무원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 관료를 희망해 공무원 시험에 몰려들었던 명문대 학생들의 지원율이 급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재 유출을 막고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낡은 관료 문화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인사혁신처에 해당하는 일본 인사원에 따르면 올해 봄에 실시된 국가공무원 종합직 시험 신청자 수는 1만 4372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적었다. 신청자는 지난해(1만 5330명)보다 6.2% 줄었으며 2012년(2만 5110명)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한때 50 대 1을 넘어섰던 경쟁률 역시 올해 7.1 대 1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국가공무원 종합직 시험은 재무성·경제산업성·외무성 등 중앙부처 관직을 노리는 명문대 출신들의 소위 ‘엘리트 코스’로 불려왔지만 이 역시 옛말이 됐다. 올해 일본 최고 명문인 도쿄대 출신 종합직 합격자 수는 193명을 기록해 처음으로 200명 아래로 내려섰다. 2015년 26%에 이르렀던 도쿄대 출신 합격자 비율 역시 올해 9.5%로 절반 넘게 쪼그라들었다.
공무원 지원자 감소를 “인재의 다양화가 진행된 결과”라고 평가하던 인사원은 관련 우려가 커지자 최근 직접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가와모토 유코 인사원 총재는 최근 전문가 회의에서 “행정을 담당하는 우수 인력 확보는 국가적 과제로 현재 위기 상황에 처했다”며 “공무원 근무 방식에 대한 개혁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직사회에서 젊은 퇴사자가 속출하며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인사원에 따르면 재직 10년 미만의 종합직 퇴사자 수는 2013년 76명에서 2020년 109명으로 급증했다.
청년층이 공직을 기피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과도한 업무 및 장시간 노동에 따른 열악한 근무 여건이 꼽힌다. 요미우리신문은 “정부 내 ‘블랙 가스미가세키’라는 장시간 노동 이미지가 고착되면서 공직을 꺼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 가스미가세키는 도쿄 중앙행정기관 밀집지로 통상 일본 관료 조직 전반을 칭하는 ‘가스미가세키’에 악덕 기업을 일컫는 ‘블랙 기업’을 합친 말이다.
실제로 2021년 인사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과반(55%)이 ‘초과근무와 야근’을 공무원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로 들었다. 고강도 업무 부담과 비교해 높지 않은 급여 수준 역시 탈(脫)공직을 부추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환율을 반영해 같은 직급의 급여를 비교한 결과 일본 대비 영국은 1.2배, 프랑스는 1.4배, 미국은 2배에 달했다. 연공서열식 임금 체계, 폐쇄적인 인사 평가 제도 등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일본 정부는 공무원의 근무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육아·간병 등의 사유가 없어도 주 4일 일하는 탄력근무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에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무원의 근무시간이 길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력 확충의 대부분을 신규 졸업자 채용에 의지하는 일본 공직사회에서 중도 채용을 활성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마쓰이 고지 전 관방장관은 “젊은 공무원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정책 결정 과정에서 토론의 장을 조성하고 그들이 관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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