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아세안 회의서 "北도발에 단합 대응" 촉구… 한미일 회동 가능성
한일 등 양자회담도 진행… 北 최선희 참석은 '미지수'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이번 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북한의 전례 없는 미사일 도발과 핵위협에 맞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할 예정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는 북한이 참여하고 있는 역내 안보 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비롯해 이번에 우리가 참석하는 모든 장관회의, 양자회담 등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에 관한) 우리 의견을 제기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선 오는 13일엔 한·아세안 및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 그리고 14일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와 ARF 외교장관회의 등이 잇달아 열린다. 우리 측에선 박진 장관이 이들 아세안 관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2일 출국한다.
이번 아세안 관련 회의엔 10개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를 제외한 9개국, 그리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11개 대화 상대국을 비롯해 총 29개 나라의 장관급 인사들이 참석할 전망이다.
박 장관은 또 이번 회의 참석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원으로 꼽히는 불법 사이버 활동 및 노동자 해외 파견 차단과 △북한 주민들의 인권 및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한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담대한 구상'(윤석열 정부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 등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도 요청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외교가에선 이번 ARF 외교장관회의에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참석할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ARF 외교장관회의에 외무상을 파견해왔지만, 미국과의 비핵화 관련 협상이 결렬된 2019년 이후로는 인근 국가 또는 아세안대표부 주재 대사를 ARF 회의에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라 화상으로 진행된 2020·21년 ARF 외교장관회의에 이어, 작년 8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대면 회의에도 외무상 대신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겸 주아세안대표부대사를 보내 "이번에도 최 외무상이 직접 참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ARF 외교장관회의에선 한반도 문제를 비롯해 남중국해·우크라이나·미얀마 정세 등 각 지역 정세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의 의장성명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및 도발을 규탄하는 등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5월 말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뒤 재발사를 예고해둔 상태다. 북한의 위성용 우주 발사체 또한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기에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비행체 발사를 금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작년 ARF 외교장관회의 의장성명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등 탄도미사일 발사 급증에 대한 우려' '북한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완전 이행 촉구'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이런 가운데 박 장관은 이번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각국 장관들과의 양자회담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일본·호주·유럽연합(EU)·필리핀·영국과의 사실상 확정됐으며, 한미일 3국 장관들이 함께 만나는 자리도 마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특히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의 한일외교장관회담에선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내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계획과 관련해 그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박 장관과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 간의 첫 회담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중 외교당국은 지난 4일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양국관계 증진 방안을 논의하고 "당국 간 적시 소통 등 다양한 교류·협력을 계속 추진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이번 아세안 회의 참석을 계기로 박 장관과 친 부장 간의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장관은 친 부장 취임 직후인 올 1월 한 차례 전화통화만 했을 뿐 아직 대면 회담을 하진 못했다. 이 사이 한중관계는 연초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한중 간 방역 갈등과 윤석열 대통령의 4월 미국 국빈 방문 계기 외신 인터뷰 중 대만 관련 발언을 둘러싼 논란, 그리고 최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 논란 등으로 경색 국면을 이어왔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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