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혐한 정서에 中유학 '뚝'… 2년새 3만명 짐싸 돌아왔다
과거보다 희소가치 떨어져
외국학위가 취업보장 못해
원화 약세에 생활비 부담도
중국 유학 2년새 64% 급감
유학생 3명중 1명은 美 택해
"엔데믹에 다시 늘 가능성도"
◆ 한국인 유학생 급감 ◆
해외로 나가는 한국 유학생 숫자가 최근 5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학파들에 대한 국내 기업 수요가 예전만 못하다는 게 1차적인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 사이에선 해외에서 교환학생이나 학·석사급 학위를 딴 것만으로는 전공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기가 쉽지 않다는 인식이 퍼졌다. 젊은 세대의 외국어 실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면서 언어 능력에 대한 희소성도 많이 감소했다.
과거에는 유학을 경험한 사람들 숫자 자체가 적어 국내에서 돋보인 것이 사실이지만, 요즘에는 유학뿐 아니라 다양한 해외 경험을 한 청년층이 늘면서 '유학=경쟁력'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원화 약세에 따라 상대적으로 학비와 생활비 부담이 커진 것도 '기러기 부모'를 꺼리는 요인이다.
자녀의 유학을 앞두고 고민 중인 박 모씨는 "해외 대학도 알아보고 있지만 주변에서 추천하지 않는다"며 "해외 대학은 등록금이 매년 오르고, 생활비 등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해외 대학에 진학한 한국인 유학생들도 부담감을 토로한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류 모씨는 "유학생들이 장학금을 타려고 노력하지만 갈수록 쉽지 않다"며 "타지 생활을 하면서 외로움을 겪다 보니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기 쉽고, 그러다 보면 적응에 실패해 애매한 영어 실력과 스펙만 가지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유학 선호도가 줄어드는 가운데 지정학적 관계나 현지 국가들 사정도 유학생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
유학생 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국가는 중국이다. 한중관계 악화 영향 등으로 중국으로 건너간 유학생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유학생 통계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한국인 유학생은 2020년 4만7146명에서 2022년 1만6968명으로 약 64%나 급감했다. 2016년 사드 보복,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등 일련의 사태로 중국의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가 부각되면서 예전과 달리 학생들 선호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중 갈등과 중국 내 혐한·한국 내 혐중 정서 등 양 국민 간 심리적 거리가 멀어진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송재원 유웨이글로벌 해외사업팀장은 "정치적인 이슈로 한중관계가 악화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에서 잇달아 발을 빼는 분위기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경색돼 있던 한일관계가 누그러지면서 일본 유학생 수는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작았다.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인 유학생 비중은 2020년 1만8338명에서 지난해 1만4247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국가별 유학생 비중은 같은 기간 9.4%에서 11.5%로 소폭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일본 내 고용시장도 일본 유학생 감소 속도를 다소 늦춘 것으로 보인다.
미국 또한 최근 총기 테러, 마약 등 범죄 우려로 유학생 숫자가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도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유학생은 2020년 5만2250명에서 2022년 3만9491명으로 24.4% 감소했다. 다만 전체 유학생 숫자가 크게 줄면서 국가별 비중은 같은 기간 26.8%에서 31.8%로 증가했다. 캐나다와 호주를 선택한 한국인 유학생 비중은 각각 8.8%, 8.1%로 집계됐다.
한국유학협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으로 가는 유학생이 미국 다음으로 많았는데 지금은 미·중 갈등 영향으로 선호도가 크게 줄어든 반면 캐나다·호주 등 영미권에 유학 수요가 더 집중되고 있다"며 "요즘 젊은 학부모들은 어학연수 등 해외 경험이 한 번씩 있다 보니 인식이 달라져서 유학을 보내기보다 영어권 국가에서 한 달 살기 등 단기 프로그램을 가는 경우가 더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럽권의 유학 프로그램이 개발되면서 유럽 지역 비중도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독일로 건너간 한국인 유학생 비중은 2020년 3.6%에서 지난해 5.2%로 증가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대학들은 최근 유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아 기숙사 수용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등 주거난이 심해지자 외국인 유학생 유치 중단을 선언하며 해외에 있는 네덜란드교육진흥원(NESO) 지점들을 폐쇄하기도 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외국 대학들의 적극적인 유치로 한국인 유학생 수가 올해부터 조금씩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고 있다. 송 팀장은 "미국이나 영국에서 봤을 때 한국은 유학생 숫자가 중국, 인도 등에 이어 매우 높은 주요 국가"라며 "해외 대학들은 한국 학생들이 우수하다고 평가하며 선호하기 때문에 최근엔 국내로 들어와 리쿠르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상헌 기자 / 문가영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日 오염수 방류도 안했는데 이 정도라니”…난리난 횟집들 ‘초비상’ - 매일경제
- 이게 가능해…28년간 매일 ‘현대차 1대씩’ 팔았다, 7000대 ‘판매왕’ 탄생 - 매일경제
- [단독] 17년 표류 서초 ‘헌인마을’ 개발 초읽기…11개 블록 전체 건축허가 완료 - 매일경제
- “세련된 헤어스타일”…진흙 속에서 발견한 2000년 전 ‘美의 여신’ - 매일경제
- [속보] 김여정 “美 정찰기 오늘 새벽도 경제수역 침범…대응출격에 퇴각” - 매일경제
- “네? 얼마라고요?”…전국민 등골 브레이커된 전국구 바가지 요금 - 매일경제
- [단독] 野말대로 원안에 IC만 만들면…770가구 마을에 공중교각 관통 - 매일경제
- 명품 로고 ‘콕’ 박히니 불나게 팔리네…‘연예인 선글라스’ 뭐길래 - 매일경제
- 수억 쓰며 공부했지만 취업은 커녕…5년새 반토막된 해외유학 - 매일경제
- 덴마크로 떠난 ‘K리그 득점왕’ 조규성, 전북이 전한 작별 인사 “고마웠어요”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