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 만화시장 '빅블러' 시작됐다

한순천 기자 2023. 7. 1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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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북미·유럽서 종이책 출간
'단행본 천국' 日선 웹툰 성장세
그래픽노블·망가도 플랫폼 공유
시장 커지자 애플·아마존 눈독
"K웹툰, 서비스방식 다변화해야"
[서울경제]

국내외 전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웹툰 ‘신의 탑’과 ‘여신강림’. 이들의 영어 버전 출판본이 아마존 신간 ‘10대 및 청소년 만화’ 부문 베스트셀러 1·2위에 올라 있다. 한편 글로벌 누적 1억 부 판매의 초인기작 일본 망가 ‘진격의 거인’. 이 만화는 5월부터 웹툰 형식의 ‘세로 스크롤’ 방식으로 편집돼 플랫폼 ‘K망가’를 통해 글로벌 서비스 중이다.

지난해 열린 뉴욕 코믹콘의 네이버웹툰 출판 브랜드 ‘언스크롤드’ 부스. 사진 제공=네이버웹툰

같은 만화지만 화면의 구성 및 제작 방식, 유통 구조가 엄연히 달라 다른 장르처럼 여겨졌던 웹툰과 일본 망가, 그래픽 노블 시장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여기에 빅테크 등 새로운 시장 참여자들이 등장했다. 만화 시장까지 도래한 ‘빅블러(기술 발전에 따른 경계의 모호성)’에 폭발적 성장을 잠시 쉬어가고 있는 K웹툰 플랫폼과 콘텐츠 업체들의 대응 전략이 분주해지는 모양새다.

세계 최대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의 만화 브랜드 인클로어. 사진 제공=펭귄랜덤하우스

◇출판·디지털 경계 약화···웹툰은 출판으로, 출판은 웹툰으로=지난달 29일 포브스는 “웹툰과 일본 망가의 북미 출판 시장 존재감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출판사인 펭귄랜덤하우스는 웹툰을 위시로 한 만화 중심 출판 브랜드 인클로어를 론칭하기로 했다. 일본 최대 출판사 고단샤도 DC코믹스와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웹툰도 출판 만화 시장으로의 영역 확대에 힘쓰는 중이다. 지난해 독립 출판 브랜드 ‘언스크롤드’를 출범시켰고 현재까지 ‘신의 탑’ ‘여신강림’ 등을 20만 부 이상 판매했다. DC코믹스와 협업한 웹툰도 10월에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유럽에서도 지난달 26일 프랑스 최대 독립 출판사 미셸라퐁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내 남편과 결혼해줘’ 등 인기작을 10월부터 출간한다. 지난해 기준 60건 이상의 출판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출간한 단행본은 국내외 200여 종에 달한다.

웹툰 '여신강림'의 출판본. 사진 제공=아마존

카카오는 프랑스에서 운영하고 있는 픽코마를 통해 현지 출판사들과의 협력을 강화 중이다. 지난해 3월 공식 론칭한 후 인력을 2배로 늘리는 등 만화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인기작 ‘사내 맞선’의 단행본은 5월 북미 시장에 출간됐다.

북미·유럽 만화 시장에서 출판 만화의 점유율은 80% 이상이다.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성을 검증받지 못하고 있는 K웹툰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출판 시장에서의 일정 지위 확보는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편 출판 중심의 만화 시장이던 일본과 유럽은 웹툰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일본 최대 만화 출판사 고단샤는 올해 5월 북미에서 플랫폼 ‘K망가’를 론칭하고 한국의 웹툰을 본뜬 세로 스크롤 형식의 만화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슈에이샤 역시 웹툰 플랫폼 ‘점프툰’을 내년 북미에서 서비스할 예정이다. 또 디즈니코믹스를 잡지로 판매 중인 프랑스 유니크헤리티지는 ‘덕툰’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이를 세로 스크롤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북미에서 출간한 '사내 맞선' 단행본. 사진 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성장성에 빅테크도 눈독 들이는 웹툰 시장=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만화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118억 달러(약 15조 3000억 원)에서 2028년 195억 달러(약 25조 30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웹툰 시장은 12억 3000만 달러(2021년 기준)로 작은 편이지만 연평균성장률(CAGR)은 30% 이상으로 속도가 빠르다. 누구나 눈독을 들일 만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빅테크도 글로벌 만화 산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애플과 아마존은 이미 뛰어들었다. 애플북스를 통해 일본에서 웹툰을 서비스하던 애플은 미국에서도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다. 아마존도 플립툰을 통해 일본에서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고 글로벌로 확대할 예정이다.

애플북스에서 선보이는 케나즈의 웹툰들. 사진 제공=케나즈

◇시작된 시장 재편···무기 다양화·전략 다변화 필요=이처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단순히 ‘웹툰’만으로는 생존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벌써부터 드러나고 있다. 프랑스 출판사 델쿠르가 운영하던 웹툰 플랫폼 베리툰은 이달 서비스를 종료한다. 라이선스 획득 비용 증가와 출판과의 연계 부족이 그 원인이다. NHN도 자사의 웹툰 플랫폼 코미코의 동남아시아 부문 매각에 나섰고 키다리스튜디오와 매각 조건을 협상 중이다.

NHN의 웹툰 플랫폼 코미코. 사진=구글플레이

결국 글로벌 만화 시장은 각 형식의 장점을 취합하고 변화해 서로의 시장을 공략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독자층이 한정돼 있는 K웹툰의 외연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단행본 등을 통해 웹툰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 독자들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출판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리디가 서비스 중인 웹툰 플랫폼 만타. 사진=구글플레이

이 외에도 K웹툰은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출판 시장 공략과 동시에 영상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한다. 이미 왓패드웹툰스튜디오에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왔다. 카카오엔터도 최근 현지 콘텐츠 제작을 강화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있던 미국 본사를 창작자 커뮤니티가 활발한 로스앤젤레스(LA)로 이전했다. 리디에서 운영 중인 만타는 만타스튜디오를 통해 사내 제작을 확대하고 있고 올 3분기 중 오리지널 시리즈를 10개 이상을 출시할 계획이다.

일본에서 아마존 플립툰을 통해 서비스 중인 키다리스튜디오의 웹툰 '1더하기1은'. 사진 제공=키다리스튜디오
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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