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등 터진 양평?…여야 '고속도로' 공방 계속

박정민 2023. 7. 1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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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vs '똥볼'…거세진 발언 수위
野 '국정조사' 주장…與 '주민투표' 맞불 조짐
투쟁 나선 지역사회…전문가 "열쇠는 정부·여당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재개 범대위가 10일 경기 양평군청 앞에서 고속도로 건설사업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서울-양평고속도로(이하 양평고속도로) 신설'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10일까지 계속되고 있다. 여야는 '김건희 여사 일가 종점변경 특혜 의혹'을 두고 발언 수위를 높이면서 각각 '국정조사', '주민투표'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여야의 고래싸움에 휩싸인 양평 주민들도 조직적 대응에 나서면서 '양평고속도로'가 7월 국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겨냥해 "국정농단에 해당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만약 정부 의도대로 (고속도로 종점을) 강상면으로 옮겼으면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는 막대한 이익을 누렸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친인척 권력형 비리의 전형이다. 대통령실과 장관을 포함해 어느 선까지 관련됐는지 철저하고 신속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날 방미에 나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출국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양평고속도로 관련 문제 제기에 "똥볼을 찬 것"이라고 반격했다. 그는 "가짜뉴스, 괴담으로 헛발질하다 (민주당이) 양평군민들로부터 지금 지탄받고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즉각 사과하고 다시는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양평고속도로는 지난 2008년부터 추진되던 양평군의 숙원사업으로 문재인 정부 시기인 지난 2021년 국토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 경기 하남시 감일동을 경유해 양평군 양서면을 잇는 총연장 27.0㎞ 구간의 의 4∼6차로 도로로, 국토교통부가 1조7,695억 원을 투입해 건설을 추진 중이었으나, 예타 없이 갑자기 사업 계획이 변경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예타 통과 당시 고속도로 노선도. [사진=국토교통부]

예타 통과 당시에는 경기 하남시 감일동에서 양평군 양서면(두물머리 인근)을 잇는 안(원안)이 통과됐으나,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국토교통부 환경영향평가에 의해 양평군 양서면이 아닌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안(2안)으로 변경이 추진됐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강상면 일대에 땅을 보유한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했으며, 여권은 이에 맞서 주민의 뜻을 반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급기야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지난 6일 민주당의 의혹 제기에 '전면 백지화' 카드로 맞서면서 서울-양평고속도로를 둘러싼 여야 갈등은 극대화됐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현재 양평고속도로 의혹과 관련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날 김두관·임종성 의원은 민생경제연구소, 촛불행동 등 시민단체와 기자회견을 열고 양평고속도로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특검 등의 실시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양평 게이트'가 아니라 '윤석열김건희부부땅고속도로게이트'나 '김건희일가땅고속도로게이트'라고 규정해야 할 것"이라며 "국회와 정치권은 지금 바로 국정조사와 청문회, 그리고 특검 추진에 나서야 한다. (윤 대통령과 원 장관은)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맞서 양평군민을 대상으로 한 주민투표, 여론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2안을 선호하는 강하면, 일부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활용해 2안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재추진하려는 의도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당에서 논의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양평 군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존중해야 된다는 원론에 저희가 공감을 하고 있다"며 주민투표 등을 통한 재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김건희부부땅고속도로게이트 관련 국회의원-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임 의원, 최재관 민주당 여주·양평 지역위원장, 김두관 민주당 의원. [사진=박정민 기자]

정치권의 갈등으로 졸지에 '사업 백지화' 피해를 받은 양평군민들은 즉각 반발하며 조직적 투쟁에 나섰다. 경기 양평군 주민 500여명은 이날 오전 양평군청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재개 범군민대책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양평고속도로 재추진을 위한 투쟁을 개시했다. 전진선 양평군수와 지역주민 대표 약 30여명도 전날(9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을 찾아 양평고속도로 재추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다만 현재 여당 소속인 전 군수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원안이 아닌 국토부가 주장하는 2안의 추진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정부·여당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입법과는 달리 예타나 SOC(사회간접자본) 추진에 있어서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국정조사 추진까지는 다소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정치적 부담을 생각해 백지화를 거둬들이는 대신 주민투표 등을 통해 강상면 안(2안)의 정당성을 높일 전략을 쓸 것"이라고 예측했다.

용산 대통령실은 현재 양평고속도로 관련 의혹과 거리를 두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9일)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국토부에서 알아서 해야 되는 문제"라며 "양평군민의 목소리도 전달됐기 때문에 국회와 여야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실의 움직임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나서게 되면 '(특혜 의혹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야당의 주장에 말려들 수 있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백지화를) 원 장관이 주도한 만큼, 장관과 여야 간 논의로 해결하는 게 리스크가 가장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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