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최종보고서를 믿을 수 없는 이유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2023. 7. 1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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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원전 정치경제학<25>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고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군사적 목적으로의 원자력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정부 간 기구로 1957년 유엔 산하기관이 아닌 자치조직으로 설립되었다. IAEA는 주요 핵보유국인 미국과 소련 간의 긴장 고조로 핵무기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커짐에 따라 창설돼 원자력, 과학 및 기술의 평화적 응용개발을 장려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원자력 이용을 촉진하는 기관이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WLSKS 9일 오전 국회에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 위원장의 머리발언(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위 위원장, 그로시 사무총장, 디에고 칸다노 라디스 IAEA 수석고문. 김정록 기자


그러나 IAEA는 체르노빌·후쿠시마원전 대참사를 막는데 실패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후쿠시마원전사고 직후 로이터통신(2011년 3월 15일)은 러시아 원전사고 전문가인 이울리 안드레브(Iouli Andreev) 박사가 인터뷰한 IAEA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IAEA는 1986년 체르노빌사고로부터 배우지 못했다. IAEA와 기업들이 원전산업의 확장·보호를 위해 25년 전 세계 최악의 원전사고의 교훈을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IAEA는 원자력 옹호자로서 원자력을 시위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원자력산업에 대한 탐욕과 원자력에 대한 유엔 감시단에 대한 기업의 영향력이 일본을 확산되는 핵 재앙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IAEA가 안전표준에 대한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플랜트를 건설·운영하는 기업과 너무 가깝다. IAEA는 원자력산업에 의존하는 모든 조직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이는 가짜조직일뿐이다. 항상 현실을 숨기려고 한다. IAEA는 원자력산업의 사고 가능성에 대해선 관심을 집중하지 않는 게 문제다.”

지난 7일 IAEA 관계자의 한국 입국 과정에서 우리 국민 일부가 보인 ‘분노시위’가 이러한 IAEA에 대한 불신의 표출이 아닐까 싶다.

한겨레신문(지난 5일)은 ‘IAEA, 오염수 시료분석 못 끝냈다…신뢰성 ‘자해’ 보고서’라고 제목을 달았다. 시료분석 3회가 국제 룰이고 IAEA도 애초 세 차례 예정을 했으나 2·3차 시료 분석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는데 1차 결과로 ‘문제 없다’는 최종보고서를 급조해 보고서의 신뢰성을 스스로 허물어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게 기사의 핵심이다. 지난 4일 나온 IAEA 최종보고서는 “이 분석 결과는 올해 하반기에 제공할 예정”이라고만 밝혀 사실상 일본이 제출하는 자료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인하는 과정인 ‘확증’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IAEA가 오염수 방류에 “인체와 환경에 대한 영향이 매우 적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이에 원자력안전기술원 출신의 안전규제 전문가는 “IAEA가 가능한 한 보고서를 빨리 정리해줬으면 하는 일본의 입장에서 용역기간을 바짝 당겨 완성되지도 않은 결과를 낸 게 아닌가 싶다”며 “이것은 신뢰성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신문(지난 8일)은 ‘원전처리수 방출 묵인 IAEA는 정말 중립인가-일본은 거액분담금, 전력업계도 인력 파견’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일본 외무성의 2020년도 IAEA 분담금만 약 63억 엔으로 전체 분담률의 10%를 넘어 ‘회원국 중 2위’이며 일본 원자력규제청, 경제산업성, 환경성이 별도로 8억4000만 엔을 갹출해 IAEA에 돈을 냈다. 원자력규제청은 IAEA에 직원 9명을 파견할 전망이라고 한다.

일본의 후쿠시마원전 이재민 단체인 ‘원자력발전 사고피해자 상쌍의 모임’ 구니부 도미오 대표는 “IAEA는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으면서 중립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겠는가, 또한 원전을 보유한 회원국의 사정이 영향을 준 것은 아닌가”라며 비판했다. IAEA가 후쿠시마에서 삼중수소의 해양 방출에 제동을 걸면, 세계 원전의 삼중수소 해양 방출에 제동이 걸리기에 원전을 가동하는 나라는 삼중수소 처리에 곤란을 겪게 된다. 즉 원전을 가동할 수 없게 되기에 IAEA의 해양방출계획에 대한 보증서는 ‘원전 추진파에 의한 코미디’라고 말한다.

저널리스트인 마사노 준코(政野淳子) 씨는 “삼중수소의 처분법으로서 해양 방류는 싸게 친다. IAEA는 그것을 인정한 형태”라고 지적한다. 마사노 씨는 “IAEA의 보고서는 ‘도쿄전력과 경제산업성이 투명성을 확보하는 활동을 해왔다’고 말하지만 IAEA는 공정한 제3자 기관이 될 수 없다. 원래대로라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책임을 지고 도쿄전력에 의연한 태도로 임했어야 했다. 그것이 그들의 존재 의의다”고 강조했다.

IAEA의 최종보고서가 나오자 우리나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기다렸듯이 지난 7일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계획에 대한 과학기술적 검토’ 결과를 내놓았다. 요지는 이렇다. △도쿄전력 오염수 처리계획이 계획대로 지켜진다면, 배출 기준과 목표치에 적합하며 IAEA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 △해수로 충분히 희석하여 삼중수소 농도가 배출목표치(1500Bq/L 미만)에 적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배출 기준과 목표치를 전제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원자력연구원·해양과기원 수행)를 적용하면 21년 국내해역 평균 삼중수소 농도(0.172Bq/L)의 10만분의 1 수준이다 △K4탱크 파단으로 오염수 3만t 누출을 가정할 경우, 후쿠시마 인근 주민의 예상 피폭선량은 최대 약 0.01mSv(연간 피폭선량 기준치 1mSv의 1/100) 수준이라는 것이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인 김영희 변호사는 지난 7일 SNS에 ‘을사조약보다 더한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검토 결과입니다. 일본의 환호성이 들립니다’는 글을 올렸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이렇게 신속하게 ‘면죄부’를 주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안을 검토하지 않아 정당성이 없고, 오직 일본 정부가 제공한 오염수와 알프스(ALPS; 다핵종제거설비) 자료에 의존하여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교차 검증이 없다는 것입니다. ‘과학’으로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한국정부의 ‘과학기술검토’에는 이러한 내용에 대한 검토와 목소리가 전혀 없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IAEA 최종보고서에 대해 여러 비판과 문제 제기가 있고, 국제사회와 더불어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토하면서 한국의 이익을 지키는 방향으로 문제 제기를 해도 모자랄 판에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의 ‘나팔수’가 되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고 우리 해역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공식발표’를 하였기 때문에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및 잠정조치 등 국제법적인 조치는 물론이고 일본 정부에 대해 문제제기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사전에 모두 차단하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강력히 규탄합니다.’

이러한 IAEA의 최종보고서에 일본의 지식인 그룹조차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본 시민단체인 원자력자료정보실(CNIC)은 지난 6일 ‘IAEA 보고서는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놓았다(https://cnic.jp/47363).

‘IAEA의 보고서는 오염수 해양방출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방출설비나 성능, 탱크내부 처리수의 방사성물질의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것에 불과했다. 보고서에서는 ‘정당화’ 영역에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방사선 리스크를 유발하는 시설이나 활동은 전체적으로 이익을 가져와야만 한다. 정당화는 방사선방호의 국제기준의 기본원칙이다. IAEA가 ALPS처리수의 해양방출에 관련된 국제안전기준의 적용을 심사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가능했다. 이번 IAEA의 안전심사 범위에는 일본 정부가 진행해온 정당화 과정에 대한 상세한 평가는 포함하지 않는다. ALPS처리수 방출의 정당화 문제는, 본질적으로 후쿠시마원전에서 시행 중인 폐로 조치 활동의 전체적인 정당화 문제와 관련돼 있으며, 더 광범위하고 복잡한 여러 영역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은 분명하다. 정당화에 대한 결정은 이익과 불이익에 관련된 모든 고려사항을 염두에 두고 일본정부의 상위 레벨에서 충분히 검토해야만 할 것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원전의 폐로를 위해 오염수의 해양방출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폐로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공정은 고선량 환경에 놓여있는 핵연료데브리를 꺼내는 작업이지만, 그램 단위 수준으로 꺼내는 것조차 가능하지 않은 실정이다. 폐로의 최종 형태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염수 해양 방출에 의한 탱크 보관 구역의 타용도 전용이 시급한 과제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또한 이러한 일본 정부 주장이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오염수의 해양 방출은 폐로작업에만 적용할 수 있는 이익에 불과하며, 어업이나 관광업, 주민의 생활, 해외 영향을 포함하는 사회 전체적인 이익은 발생하지 않는다. 해양 방출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전어련, 후쿠시마 현어련의 방출 반대 결의나, 태평양 연안국가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국제 기준의 기본원칙에 따르면 해양 방출은 정당화할 수 없는 행위이다.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 피폭에 의한 건강 영향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IAEA보고서의 피폭평가에서 예탁유효선량(남은 생애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총선량)에 대한 기여가 가장 큰 것은 수산물의 섭취로, 섭취를 통해 선량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방사성 핵종은 요오드129, 탄소14, 철55, 셀레늄79이며, 기여율은 90%를 넘는다고 서술했다. ALPS로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가 아닌 다른 핵종이 주는 영향이 더 큰 비율을 차지하는 점도 분명하게 제시했다. ALPS는 설계한 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방사성물질이 잔류한 처리수를 대량 발생시켜 왔다. 방출된 오염수와 방사성물질의 총량은 결정할 수 없는 상태이다. 얼마나 증가하고, 환경 영향이 어느 정도에서 수습될 수 있는 지는 미지수이다.

일본 정부가 시행해 온 것은 해양방출을 이미 결정한 상태에서 이해를 바라는 경직된 ‘이해강요 활동’이었다. 불합리한 사실을 무시하고, 논의를 왜소화했으며, 여론을 유도하려는 일본정부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원자력업계가 과제로 삼고 있는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 구축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일본정부는 오염수 대책에 대해 처음부터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IAEA는 2012년 고리1호기 안전점검 결과 발표와 관련해 부산시로부터 공식적으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조선일보(2012년 6월 12일)는 ‘부산시 “IAEA의 고리1호기 안전 발표 불충분”’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당시 김종해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IAEA 설명회 내용이 구체적인 점검 내용과 결과 설명이 부족해 안전이 확보됐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시민이 충분히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고리1호기는 시민이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 대책 없이 재가동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IAEA 최종보고서를 두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증명하는 ‘보증서’처럼 활용하는 일본 정부에 대해 다나카 ��이치 초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장이 ‘언어 도단’이라며 강하게 쓴소리를 했다(한겨레신문, 지난 7일). 다나카 전 위원장은 6일 보도된 ‘후쿠시마방송’ 인터뷰에서 “(IAEA에) 의견을 묻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 (안전성의) 판단의 근거가 되는 보증서로 생각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의 지식인그룹을 비롯해 원전전문가조차 IAEA 최종보고서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데 우리나라 정부 여당은 앞장서서 IAEA와 일본을 두둔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정부 여당의 역할은 어디로 갔는가? 오염수 해양 방류는 과학의 영역을 넘어 주권의 영역임에도 무슨 생각에서 이럴까? 지금 우리가 IAEA보고서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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