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선관위 직원 128명, 해외·골프여행비 받고 떡값도 챙겨”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의 중앙선관위 정기감사보고서를 공개하고, 해당 직원들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해 과태료 재판 관할 법원에 통보했다고 10일 밝혔다.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49개 시군구 선관위 중 146개 선관위는 선관위원 회의 참석 수당을 배분하지 않고 총무위원 계좌에 일괄 적립하고 있었다.
비상임인 선관위원은 선거 기간 등에 위원 회의에 참석하면 1인당 6만원씩 수당이 지급되는데, 이를 자체 공통비로 적립해 사용했던 것이다.
이에 감사원이 회의참석 수당을 일괄지급하는 107개 구·시·군 선관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선거관리위원들은 해외·골프여행을 갈 때 동행한 사무처 직원의 비용을 대납해주거나 전별금·간식비·명절축하금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전달한 사실이 적발됐다.
A 선관위 소속 직원 B의 경우 선거관리위원들로부터 경비를 지원받아 4박5일 필리핀 보라카이 여행, 2박3일 골프 여행에 함께 간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경비는 선거관리위원들이 적립한 회의참석 수당과 갹출한 것으로 필리핀 여행에서 149만여원을, 제주도 여행에 139만여원을 각각 제공받았다.
이밖에 선관위 직원 89명이 전별금 명목으로 최소 10만원에서 50만원을, 29명이 명절기념금으로 최소 10만원에서 90만원을 받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당시 중앙선관위는 공무원 신분이 아닌 선거관리위원은 공무수행 업무에 대해서만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며 '상급 공직자'로서 사무처 직원들에 금품을 주는 건 문제가 없다고 유권해석했는데, 감사원은 이러한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사인(私人)인 선거관리위원은 법에서 규정하는 '공직자'가 아니므로 '상급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선관위원들의 친목 또는 사교를 위한 해외·골프여행 등은 공무수행과 관련없기에 선관위 사무처 직원은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인'인 선거관리위원으로부터 금품 등을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감사원은 선관위법상 근거가 없는 비상임위원에 대한 월정액 수당(위원장 290만원, 기타 위원 215만원) 지급을 중지하도록 한 감사원 처분요구에도 불구하고, 선관위가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신청한 후 월정액 수당을 부당 집행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선관위는 전문공사업을 등록하지 않은 무자격업체 6곳과 10건(3억원 규모)의 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경력경쟁채용시험 서류전형에서 총 57명에 경력점수를 잘못 부여해 3명의 서류전형 합격자가 달라지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감사원은 제20대 대통령선거 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관리 부실,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에 대해 "중앙선관위의 자체 감사 결과를 검토한 결과 감사 내용이 주요 감사초점을 대부분 반영하고 있어 추가로 감사할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감사원은 '소쿠리 투표' 논란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며 선관위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선관위는 '선거관리는 자체 고유 업무'라는 이유를 들어 감사원의 요청을 거부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선관위의 입장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자체 점검 결과 외에 추가 자료는 받지 않았다"며 "향후 선거관리 업무 및 제도 개선 사항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자체 특별감사를 진행해 사전투표 결과 관리부실은 △코로나19 확진자 투표 수요 예측 부실 △종전 임시기표소 투표방식 고수 △내부 의사결정 과정의 비합리성 △관계기관 협업 미흡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 전 간부 2명에게 각각 정직 2개월, 3개월의 징계를 의결했고, 노정희 당시 선관위원장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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