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보증수표 태군마마, 좋은 사람-> PS 포수?-> 방랑 커리어 끝 해피엔딩?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2023. 7. 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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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즈의 새로운 승리 보증수표가 된 ‘태군마마’ 김태군(KIA)은 야구계에서 소위 말해 ‘좋은 사람’으로 손꼽힌다.

여러 차례 팀을 옮긴 커리어는 부침을 겪은 시기도 많다. 하지만 김태군이 가는 팀마다 매번 환영받고 좋은 팀원으로 인정받았던 이유는 새로운 팀에 부드럽게 융화되는 그의 친화력과 좋은 인품, 자신을 낮추는 노력도 한 몫을 했다.

그리고 김태군은 이제 KIA에선 다시 주연에 가까운 신스틸러가 됐다. 오랜 기간 쌓인 경험과 탄탄한 기본 능력을 바탕으로 프로 4번째 유니폼을 입은 KIA에서 승리 보증수표로 거듭난 것이 그 증거다. 지난 5일 내야수 류지혁과 일대일 트레이드 되면서 삼성에서 KIA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이후 KIA는 5연승을 질주하며 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사진=김영구 기자
9위로 떨어지는 등 최악의 상황이었던 분위기를 완전히 반등시켰다. 아직 9위 한화 이글스와 경기 승차가 2경기로 크게 벌어져 있지 않은 접전 상황이다. 하지만 좀처럼 희망을 찾기 어려웠던 흐름에서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분위기를 김태군의 트레이드와 동시에 만들었다는 게 팀에게도 선수에게도 의미가 크다.

단순히 1명의 선수가 합류한 것이다. 하지만 주전 포수자리를 꿰찬 안방마님이 바뀐 큰 일이기도 하다. 그만큼 단기간 KIA 투수진의 분위기 자체를 바꿔놨다.

9일 수원 KT위즈전을 앞두고 김종국 KIA 감독은 “투수들이 심리적으로 더 편해진 것 같다. 경험 많은 포수를 선수들이 믿고 의지하고 있다”면서 “특히 우리 불펜에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라며 김태군 합류에 따른 ‘베테랑 포수’가 가져온 효과를 설명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김태군 스스로도 팀 적응에 적극적이다. 이적 직후였던 6일 김태군은 “(KIA 이적 후 선발 출전 하루만에)많은 투수의 공을 받았는데 140km/h대 후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아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라며 “젊은 투수들인 만큼 내 리드가 중요할 거 같다. 항상 투수들이 자신 있게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으면 좋겠다”라며 투수들의 든든한 멘토인 동시에 호흡을 맞출 포수로 역할을 다하겠다는 자신감과 의욕을 전했다.

실제 연승 기간이라 당연히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쨌든 김태군 합류 이후 5경기서 KIA 마운드는 팀 평균자책 1.80으로 두산 베어스와 함께 기간 부문 공동 1위에 해당하는 철벽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KIA가 바로 직전이었던 6월부터 김태군 합류 전이었던 7월 4일까지 팀 평균자책 5.01로 기간 9위에 그치며 심각한 마운드 집단 부진을 겪었음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가 놀라울 정도다. 당연히 여기엔 6일부터 4경기 연속 선발 마스크를 쓴 김태군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사진=김영구 기자
또한 김태군은 타석에서도 쏠쏠하게 역할을 해주고 있다. 5경기 타율 0.313/1득점/5타점을 기록 중이다. 아직 출루율이 높거나 멀티히트 경기가 많은 건 아니다. 하지만 트레이드 당일 대타로 출전한 5일 경기부터 8일 경기까지 4경기 연속 타점을 기록하는 등 해결사로서의 모습도 보였다.

김종국 감독 역시 “대타로 나선 첫 경기를 제외하고, 세 경기를 봤을 때 주자 없을 때 못 치더라. 대신 찬스 때 꼭 쳐주더라. 그래서 주자 없을 때는 기대를 안 한다. 그래도 늘 주자 있을 때 쳐주니까 기대를 하고 있다”라며 미소 지었다.

사실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지만 김태군은 팀 구성원은 물론 구단 프런트나 관계자들에게도 ‘좋은 사람’으로 통한다. 트레이드 소식이 발표난 직후 현장에서 만난 한 삼성 관계자는 “김태군 선수는 내가 프런트 생활을 하면서 역대 만났던 야구 선수 가운데 가장 인품이 훌륭한 선수였다”면서 “팀 선배나 동료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참 젠틀하고 예의 바르고 모범이 되는 선수였던 것 같다. 그래서 참 아쉽기도 하지만 KIA에서도 좋은 결과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떠난 이에게 이처럼 극찬을 하는 경우는 기자 역시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사실 김태군이 삼성 이전 소속팀인 NC 다이노스에서도 항상 ‘좋은 선수인 동시에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늘상 말해왔던 것을 떠올리면 가장 가까이서 그를 지켜본 이들의 평가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김태군의 커리어를 돌이켜보면 사실 빛이 났던 기간 보다는 오히려 큰 산에 가려 그림자가 짙었던 기간이 더 많다.

2008년 LG 트윈스의 2차 3라운드 17순위라는 비교적 높은 순번에서 지명받았지만 기존 주전에 밀려 5년간 백업 포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NC의 신생팀 특별 지명을 받아 2013년부터 100경기 이상을 출전하게 됐고 2015년부터 완벽한 주전포수로 자리 잡았다.

사진=김영구 기자
하지만 2018년 경찰청 야구단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후 NC가 양의지라는 국가대표 포수를 영입하면서 김태군의 자리는 다시 사라졌다. 결국 2019시즌 첫 FA 자격을 얻었지만 4년 13억원이라는 포수 FA의 특성을 고려하면 헐값에 가까운 대우속에 NC에 잔류했다.

그리고 김태군은 2021년 다시 포수 마스크를 더 자주 쓰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고, 그해 12월 심창민과 트레이드 되어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삼성에서도 강민호라는 역대급 포수의 그늘에 밀려 올해까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고, KIA로 이적하게 됐다.

어찌 보면 짧은 몇 년의 전성기 이후 묵묵한 조연이자 백업포수로 지냈던 커리어 기간이 더 긴 선수. 그러나 늘 주전 포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태군인만큼, KIA로의 이적은 선수 개인이 가진 족쇄를 벗어던지는 기회도 될 수 있다.

만약 김태군이 지금 이적의 ‘태군 마마 효과’를 가을까지 이어가면서 타이거즈의 PS를 이끌 수 있다면 다음의 장이 펼쳐질 수 있다.

김태군은 올 시즌 종료 후 다시 한 번 FA 자격을 얻게 된다. 하지만 KIA 역시 트레이드로 멀티 유틸리티 플레이어 류지혁을 내준 만큼 절반 시즌만 주전 포수로 활용할 선수를 데려온 것은 아닐 터다. 거기에 더해 지금 활약이 이어진다면 충분히 장기계약도 고려할 수 있을 현재의 분위기다.

김태군 역시 마찬가지다. 선수 측의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태군 또한 KIA로의 트레이드가 된 직후부터 장기계약을 포함한 여러 가능성 또한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거즈의 ‘태군’은 KIA의 가을 야구의 주역으로 ‘홍룡포’를 입고 활약한 이후 방랑의 커리어를 끝내고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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