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의 방패’ 對 ‘유럽의 고슴도치’…우크라 운명 쥔 서방의 고민[디브리핑]

2023. 7. 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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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일 정상회의서 안보 보장 선언 예상
나토 회원국 가입 시 국경확정·인계철선 고민
바이든 “이스라엘처럼 자체 무장” 제안
강력한 우크라, 러 자극 우려…지속 지원도 불확실
지난 5월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A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우크라이나 전쟁이 500일을 넘어서면서 전쟁 이후 유럽의 안보 지형을 새롭게 그리려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대안으로 우크라이나의 자체 무장을 강화시키는 이른바 ‘이스라엘 모델’도 거론된다. 다만 군사 강국으로 변모할 우크라이나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고민이 될 전망이다.

오는 11~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는 31개국 나토 정상들이 모여 머리를 맞댄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회담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선언을 마무리하기 위해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영국을 방문해 리시 수낙 영국총리와 만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양국 참모진이 세부 사항을 다듬을 예정이다.

폴리티코는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될 것이라는 확고한 약속을 얻는 대신, 보다 영구적인 단결에 대한 신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토는 동맹의 일원이 외부의 공격을 받을 경우 전체 회원국이 반격에 나선다는 조약 5조에 따라 분쟁 중인 국가는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리는 나토를 가입하기 원하는 국가를 계속 다루는 방법도 논의할 것이지만 전쟁 중에는 누구도 동맹의 일원이 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나토 회원국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승리한 뒤 나토에 가입하면 동맹의 동쪽 측면을 지키는 역할은 미국이나 독일이 아닌 우크라이나의 몫이 될 것 ”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다른 회원국이 가지지 않은 전쟁 경험과 기술을 가지고 있고 이는 동맹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신속 대응 태세를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해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체코군 사열을 받고 있다.[EPA]

유럽 외교가에서도 우크라이나에 지지를 보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외교 고문이기도 한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전 나토 사무총장은 “빌뉴스에서 만나는 정상들이 우크라이나를 나토 회원국으로 가는 길로 인도하지 않는다면 유럽은 끝없는 불안정과 갈등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레드릭 켐프 애틀란틱카운슬 회장 역시 “러시아가 지금까지 침공한 조지아와 우크라이나는 나토 밖의 회색 지대였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회색지대는 (침공을 위한) 녹색 불빛”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긍정적인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입 전에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할 문제는 회원국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어디까지로 정할 것이냐는 문제다. 우크라이나 주장대로 2014년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까지 영토로 인정할 경우 나토는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회복하기 위해 즉각 러시아와의 직접 전쟁에 나서야 한다. 현재의 전선에서 국경을 그을 경우 새로운 전쟁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조약 5조를 실현하기 위해 각 회원국이 얼마나 많은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인계철선’ 역할로 주둔시킬 것인지도 고민거리다. 특히 미군의 우크라이나 주둔은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자극할 가능성이 높고 미국 의회에서도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인계철선’은 폭발물과 연결돼 건드리면 자동으로 폭발을 야기하는 가는 철선을 의미한다. 양자 군사동맹 또는 다자 안보체제에서 회원국의 자동개입을 실현하기 위해 동맹국에 주둔하는 병력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쓰인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고기동성포병로켓시스템의 발사 장면. 미국이 최근 지원을 발표한 집속탄을 발사할 수 있다. [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한 대안으로 이른바 ‘이스라엘 모델(또는 고슴도치 모델)’을 제안했다. 서방 동맹국이 우크라이나를 대신해 러시아의 침공에 대응한다는 명시적인 보장을 제공하지 않되 강력한 군사 원조를 통해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을 수 있을 정도의 국방력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이스라엘 모델은 장비 및 훈련 지원, 외교적 지지 등 그동안 서방이 적극적으로 수행해온 역할을 계속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선택”이라면서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보듯이 성공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의 훈련을 돕고 있는 네덜란드 공군의 F-16 [로이터]

이스라엘의 경우 자체적으로 안전을 확보했다고 느끼기 전까지 미국이 육해공 전력에서 질적 우위를 제공해야 했다. 문제는 장기적인 지원을 담보할 수 있을 만큼 정책적 일관성을 확보하느냐다. 당장 내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가 강력한 군사력을 확보할 경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에서 자행한 잔학행위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 영토에 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반대로 위협을 느낀 러시아가 선제적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위험성도 커진다.

FP는 “총격이 멈춘 뒤에서 우크라이나는 상실한 군사력을 회복하기 위해 안보 측면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그러한 도움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인들을 저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해야 하지만 그들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우크라이나가 강해져서는 안된다”며 미국과 나토가 직면한 고민을 지적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집속탄의 특징을 설명하는 영상. [VOA]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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