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에 퇴직통보…회사 상대 10억소송
"인수인계중 부당해고" 주장
육아휴직 해고소송중 최고액
고소인"워킹맘위해 싸움 계속"
회사측"소송에 성실히 임할것"
육아휴직을 신청하자 퇴직을 통보받은 펀드매니저가 메리츠자산운용을 상대로 10억원 상당의 소송을 제기했다. 육아휴직을 이유로 이뤄진 해고 관련 소송 중 국내 최고 액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펀드매니저 박 모씨는 육아휴직 신청을 빌미로 메리츠자산운용 측이 자신을 해고했다고 주장하며 회사 측을 상대로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했다. 박씨가 지난 6일 중앙지법에 제기한 부당해고 관련 민사소송 금액을 합하면 소송가액은 약 10억원에 달한다.
박씨는 2018년 메리츠자산운용 마케팅팀으로 입사했고 이후 펀드매니저 업무를 추가로 맡게 됐다. 박씨는 1999년부터 주식 투자 분야에서 일을 시작해 뉴욕(UBS)과 홍콩(BNP파리바)에서 경력을 쌓아온 금융인으로 업계에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퇴직은 육아휴직을 위한 인수인계 과정에서 이뤄졌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19일 육아휴직 신청 후 본인이 맡았던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차원에서 팀원과 1차 미팅을 마쳤다. 미팅 나흘 뒤인 23일 박씨가 회사 측으로부터 받은 메일은 '근로계약 종료 통보서'였다. 메일을 받기 전까지 회사 측은 박씨에게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명목상은 계약 기간 종료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육아휴직을 신청했기 때문에 퇴사를 당한 것이라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박씨는 마케팅 업무로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사실상 무기계약직으로 고용을 보장받은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퇴직 메일에는 별도의 설명 없이 "회사의 결정에 따라 첨부와 같이 근로계약 종료 통보서를 발송한다"며 단 3줄의 일방적인 통보 내용만 적시돼 있었다. 사직의 형태도 사실과 다른 '자발적 퇴직'이었다. 박씨가 퇴직 후 경력증명서를 발급받자 해당 문서에는 '의원퇴직'이라 명시돼 있었다. 의원퇴직이란 본인의 의사로 인해 퇴직하는 것을 의미한다.
메리츠자산운용은 2019년 여성가족부와 '메리츠자산운용 내 여성 고위직 확대 및 국내 여성 친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내용을 담은 자율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해당 협약에는 여성 친화적 기업을 선별·투자하는 '메리츠더우먼펀드(더우먼펀드)'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게다가 박씨는 더우먼펀드의 책임운용역으로 2022년 관련 행사를 책임지고 진행하기도 했다. 여성 친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기업에서 여성 친화 기업 투자 업무를 담당했던 책임자가 육아휴직으로 인해 계약이 강제 종결된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박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에서 육아휴직 관련 소송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회사를 상대로 기약 없는 소송을 이어가는 와중에 정신적으로 지치기도 하고, 재취업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긴 싸움이 될 것이지만 내가 제기한 소송이 하나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비슷한 처지로 불이익을 받는 워킹맘·워킹대디들을 위한 새로운 판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메리츠자산운용 측은 "아직 회사로 송달된 소장은 없다"며 "박씨의 경력증명서에 '의원퇴직'으로 된 부분은 본인의 수정 요청으로 '기간 만료'로 수정해 재발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가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는데 구제 기간이 지난 후에 어떤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소송이 제기되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도 박씨의 부당해고 건과 관련해 조사 중이다. 회사로부터 부당해고와 관련된 서류와 자료를 제출받은 단계까지 조사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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