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렉라자, 건보 적용 전까지 전국 무제한 무상 공급”
조욱제 “폐암 환자 부담 줄여줄 것”
EGFR 비소폐암 신규환자 연 1만 명 추정
“내년 상반기 전에는 건보 급여 기대”
유한양행이 3세대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1차 치료제로 국민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되기 전까지 국내에서 이 약을 1차 치료제로 쓰길 원하는 환자라면, 인원이나 국적과 상관없이 모두 무상으로 제공한다.
유한양행 조욱제 사장은 10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렉라자 1차 치료제 허가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조기 공급 프로그램(EAP)’를 소개한 후 “투병만으로도 힘든 폐암 환자들이 치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는 것을 막고자 사회 환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지난달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특정 유전자(EGFR T790M)에 변이가 생긴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처음부터 쓸 수 있는 1차 치료제로 허가됐다. 렉라자는 지금까지 1차 치료제로 효과가 없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2차 치료제’로 쓰였다.
하지만 가격이 문제였다. 비소세포폐암 3세대 항암제인 렉라자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약값은 월 650만원으로 환자 한 명당 연 7800만원의 비용이 든다. 조 사장은 “유한양행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의 유지를 따라 연간 7800만원의 약값을 감당하기 힘든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건보 적용을 받기 전까지 렉라자를 무상으로 공급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효영 의학임상본부 부사장도 “3세대 폐암 항암제는 상대적으로 고가이기 때문에 건강보험 급여를 받기 전까지는 환자들이 볼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없었다”며 “렉라자의 EAP 전국의 2,3차 의료기관이라면 환자의 국적이나 수에도 제한 없이 대규모로 시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 사장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지는 꽤 됐는데, 국내에서 EAP정책을 시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도 말했다.
EAP는 허가를 받은 후 건보 등재 등을 통해 진료 현장에서 쓰일 수 있을 때까지 해당 의약품을 무상 공급하는 프로그램이다. EAP는 종합병원의 생명윤리위원회(IRB)가 승인하면, 담당 주치의의 평가와 환자 동의 하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처방하기를 희망하는 전국의 2, 3차 의료기관이면 모든 곳에서 시행한다.
이에 따라 과거에 다른 치료를 받은 적 없는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 치환 변이된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렉라자를 무상 제공받을 수 있다.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폐암 신규 환자 수는 약 2만 8000명 정도다. 이 가운데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처방받을 수 있는 EGFR 변이 비소폐암환자는 약 35%인 9800명으로 추정된다.
단순 계산으로 최대 7800억 원 가량 비용을 무상 프로그램에 쏟아붓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는 새로운 시장을 여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시장은 3000억원 정도다. 이날 조 사장은 3세대 치료제가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으면서 이 시장이 6000억원 정도로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조 사장은 EAP 비용에 대해 “회사가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타그리소를 언급하며 “(타그리소와 렉라자의) 시장점유율이 50대 50 정도로만 형성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렉라자의 연매출 1500억~3000억 원 그 이상을 목표한다는 뜻이다. 조 사장은 렉라자의 1차 치료제로 보험급여를 적용받을 시점에 대해선 “이르면 내년 1분기, 2분기 전에는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고, 조기 프로그램 진행 상황에 대해선 “이달부터는 혜택을 받는 환자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중앙연구소장인 오세웅 부사장은 유한양행이 집중하는 종양, 대사, 중추신경계(CNS) 질환 등 3가지 전략질환군 중 항암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R&D 현황을 소개했다.현재 항암 파이프라인에는 렉라자 외 추가 발굴 중인 신약 10개가 있다. 면역항암 이중항체인 YH32367는 임상시험 1상 단계이며, YH42946은 내년 임상을 계획하고 있다. 나머지 7건은 비임상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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