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자존심’ 겨우 지켰다... 러, 크림대교 날아드는 미사일 격추

이혜진 기자 2023. 7. 1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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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크림대교를 향해 날아드는 순항미사일을 러시아 방공망이 요격하는 모습. /트위터

러시아군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크림대교를 가까스로 지켜냈다. 크림대교가 위치한 크림반도 케르치시 인근으로 날아든 순항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마터면 지난해 10월 크림대교가 무너진 악몽이 되풀이될 뻔했다.

9일(현지 시각)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러시아 방공망이 4개의 미사일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하나는 2014년 러시아로 합병된 크림반도 상공에서, 3개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는 러시아 로스토프와 브랸스크 지역 상공에서 격추됐다.

러시아 점령지인 크림반도의 케르치시 인근에서 순항 미사일이 날아들자 러시아군은 곧바로 해당 미사일을 격추했다고 러시아가 임명한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총리가 텔레그램에서 밝혔다. 사상자나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케르치시에는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크림대교(케르치해협대교)가 있다. 당시 크림대교의 양방향 통행은 일시 금지됐다고 한다.

다만 미사일이 어디에서 발사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친러시아 텔레그램 채널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이 미사일을 쐈으며, 탄도 궤적을 따라 공격하도록 설계된 S-200 순항미사일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크림대교를 겨냥했다면, 중요 물류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소셜 미디어에는 러시아의 방공망이 작동해 크림대교를 향해 날아드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빠르게 확산했다. 해당 영상에는 크림대교에 올라선 차량이 양방향 통행 중단으로 길게 늘어선 채 대기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지난해 10월 크림대교에서 폭발이 일어난 당시 모습. /트위터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유일한 교량인 크림대교는 러시아가 수조원을 들여 만든 핵심 보급로로, 러시아에 전술적‧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다. 또 크림대교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영유권을 상징하는 러시아의 자존심으로 일컬어졌다. 크림대교는 자주 공습의 대상이 됐는데, 지난해 10월에는 크림대교 위에서 폭탄이 터지며 다리 일부 구간이 붕괴했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테러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우크라이나 군은 9개월여가 지난 최근에서야 자신들의 행위였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한나 말리아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텔레그램 게시물에서 러시아의 공급선을 막기 위한 표적으로 크림대교를 공격했다는 취지로 밝혔다.

한편, 러시아 간부들은 우크라이나와 접해있는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 지역 상공과 브랸스크 지역에서 미사일 요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바실리 골루베프 로스토프 주지사는 텔레그램에서 “러시아 방공망이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미사일을 격추했다”며 “사상자는 없었으며, 잔해로 여러 건물의 지붕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알렉산더 보고마즈 브랸스크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미사일 2기를 격추했다고 텔레그램에서 밝혔다. 그는 미사일 중 하나가 떨어져 제재소가 파괴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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