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은행 규제의 글로벌 트렌드
빅테크 은행 진출도 일단 잠잠
금융업 고유 사회적 책임 때문
필요한 규제는 결코 포기안해
금융당국은 지난 5일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은행 신규 인가 추진에 관련된 내용을 담은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 결과를 발표했다. 은행권 과점 해소 및 경쟁 촉진을 위해 지방은행 등 기존 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었고, 인터넷전문은행 그리고 특화전문은행까지 포함한 내용은 아직 완벽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다양화되고 변화하는 금융 환경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게 변화하려는 의지의 표출이라 생각한다. 특히 올해 상반기 실리콘밸리뱅크 등 미국 특정 뱅크의 실패 사례 이후에도 금융시장의 큰 흐름과 변화에 부응하는 정책을 일관적으로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은행 신규 인가는 한국에서만 논의되는 주제가 아니다. 특히 핀테크 등장으로 은행이 아닌 기업이 기존에 은행에서만 했던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대중에게 제공하면서 핀테크 회사에 대한 은행 인가 이슈는 여러 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해왔고, 미국 역시 이미 2016년 통화감독청(OCC)이 핀테크 회사에 은행 인가를 내어주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는데, 이 이면에는 금융시장과 니즈의 변화에 따라 변화하겠다는 의지도 있었지만 많은 핀테크 회사의 금융 행위를 더 강력한 규제를 가지고 있는 은행 규제 안으로 끌어들여서 소비자들을 보호하겠다는 목적 또한 있었다.
은행이 되지 않더라도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회사가 굳이 은행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예금을 받을 수 있고 이를 이용해 대출해줄 수 있고, 예금보험 등을 포함한 정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생각보다 굉장히 큰 혜택이 될 수 있고 또한 예금과 대출 부분은 금융위의 은행권 과점 해소의 목적에 크게 부합하는 결과를 창출해낼 수 있다.
좋은 예가 최근에 애플이 새롭게 시작한 저축계좌다. 애플카드 사용자만 쓸 수 있다는, 또 다른 세일즈 트릭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전국 저축예금 평균 이자율의 10배에 달하는 이자율을 제공하면서 짧은 시간 안에 굉장히 많은 예금이 유입되었다. 미국의 잘 알려진 핀테크 회사 소파이테크놀로지도 2022년 은행 인가를 받아 은행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는 골든퍼시픽뱅코프라는 기존의 은행을 합병하면서였다. 2018년 이후 핀테크의 은행 합병을 통한 은행업 진출 케이스가 몇 개 있었다. 이런 흐름을 보면 마치 많은 핀테크 회사가 은행이 되고 싶어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미국의 경우 신규 은행 인가를 신청하는 건수는 급격히 줄고 있다.
그렇다면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빅테크가 은행이 되지는 않을까? 구글과 아마존 역시 몇 년 전 은행이 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기사가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통해 보도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은행이 되기보다는 은행의 변신을 이끄는 서비스와 테크놀로지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이런 사업 방향을 선택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은행업과 관련된 법과 규제 때문이라고 본다. 은행은 예금을 지켜야 하는 엄청난 책임도 있지만, 돈세탁 등 그 외에도 너무나 많은 사회적 책임을 지닌 기업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얻는 수익에 비해 너무나 많은 비용과 수고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일 수 있다.
금융시장의 변화와 함께하는 정책의 변화를 진심으로 지지한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뱅크의 잘못된 리스크 매니지먼트 등에서 배운 촘촘한 교훈이 법과 규제로 잘 반영되길 바란다. 규제로 금융시장의 발전을 막아도 문제지만, 꼭 있어야 할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이는 더 큰 잘못이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SKK GSB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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