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충역을 현역 징집 ‘황당’ 병무청…1명은 이미 제대·1명은 병장

현역 장병이 어깨에 부착한 태극기.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5년간 병무청의 실수로 4급 보충역 대상자 4명이 현역으로 입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2명은 이미 복무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병무청은 당사자 신청이 있으면 국가배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병무청은 “2016년부터 최근까지 병역판정이 잘못된 4명을 확인한 결과, 만기 전역자 1명, 현역병 복무중 1명, 입영 후 즉시 귀가 1명, 현역병입영 대기 중 1명”이라며 “착오 판정된 사람에게는 본인과 부모에게 병무청의 착오판정에 관해 설명하고 사과했다”고 밝혔다. 병무청은 “착오판정자 4명 중 현역병 입영 대기 중인 1명은 보충역으로 판정을 정정했으며, 현역 만기전역한 1명은 계속 예비역으로 관리하며, 현역 복무 중인 병장 1명은 9월 만기 전역이라 복무를 희망하여 현역 판정을 인정하기로 했다. 신병교육대에서 귀가한 1명은 보충역으로 판정을 정정했다”고 설명했다. 신체등급 1~3급을 받으면 현역병 입영 대상이고 4급 보충역은 현역 복무를 하지 않는다.

병무청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자체 판단으로 배상에 나설 뜻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병무청 관계자는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본인의 신청이 있으면 관련 규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조치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가배상법에 따른 법적인 조처를 제외하고는 병무청의 자체적인 배상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병역판정이 잘못된 4명은 병역판정검사 당시 병무청 판정담당 의사가 비엠아이(BMI) 지수를 확인해 신체등급 4급 대상인 경우 보충역으로 판정해야 하나, 다른 질병 등급만으로 현역으로 잘못 판정했다. 비엠아이는 비만을 판정하는 방법의 하나로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예컨대 키가 175cm인 경우 108kg이 넘으면 과체중으로, 48kg이 안 되면 저체중으로 보충역 판정을 받게 된다. 병무청 관계자는 “판정담당 의사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오류가 있었다”며 “실수가 재발하지 않게 모든 직원 교육을 철저히 하고 판정 전산시스템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병역판정상 오류 사례 확인은 지난 5월 육군 신병교육대 관계자의 문의로 시작되었다. 신병교육대 관계자가 맞는 군복이 없을 정도로 과체중인 입영자가 있어, 병무청에 판정 기준을 문의했다. 병무청의 조사 결과 해당 장병은 비엠아이 기준상 4급 보충역 대상임이 확인됐고, 이후 추가조사 과정에서 3건의 추가 착오사례를 확인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티브 유(유승준)와 같은 병역 면탈자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신성한 병역 의무 이행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보여주는 것이고, 이는 병역판정검사 결과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며 “병역판정 과정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발생한다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병역판정제도에 대한 불신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 의원은 이어 “병무청은 조속한 전수조사를 통해 억울한 피해사례가 더는 없는지 국민께 소상하게 보고해야 한다”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은 물론 추가 피해자가 나올 때를 대비해 직접적인 구제방안과 그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