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는 태국, 현대차는 인니 택한 이유 [마켓톡톡]
태국, 세계 10위 車 생산국
인니, 배터리 소재 니켈 매장량 1위
中-인니 남중국해 갈등 걸림돌
중국 전기차 회사들이 태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의 현대차는 인도네시아를 차세대 생산거점으로 낙점해 지난해부터 생산에 나섰다. 한국은 인니, 중국 기업은 태국으로 선택이 나뉜 이유는 무엇일까.
■ 태국의 경쟁력=태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는 60년 전 시작됐다. 도요타 등 일본 기업들이 태국을 아시아 생산거점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태국은 지난해에도 188만대를 생산한 세계 10위 자동차 생산국이다. 지난해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376만대로 5위였다.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2020년 이후 태국을 차세대 전기차 생산거점으로 점찍었다. 로이터는 10일 태국에 투자하는 중국 자동차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보도했다. 만리장성자동차는 2020년 태국 GM 공장을 인수하고, 6억 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공장으로 만들고 있다.
태국 투자청에 따르면 중국의 국영 자동차 회사인 창안자동차, 광저우자동차그룹(GAC), 세계 1위 전기차 회사 BYD도 태국 공장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30%를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 인니의 경쟁력=인도네시아 자동차산업은 2012년 처음으로 연간 생산량 100만대를 넘어섰고, 지난해 147만대를 생산해 태국과의 격차를 줄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 연간 생산능력 15만대인 브카시시 공장을 준공하고 8만2000대를 생산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인도네시아 판매량은 3만1965대로 늘어났다.
인도네시아는 생산거점뿐만 아니라 판매시장으로서의 비중도 크다. 인도네시아의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은 105만대로, 태국의 지난해 판매량 84만대를 넘어섰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과의 연계도 기대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매장량 2100만t으로 1위다. 전 세계 매장량의 23.7%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니켈 원광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현지 투자에 나선 기업들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 태국 선택한 중국=인도네시아의 인구는 2억7380만명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많고,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1조3900억 달러로 세계 16위다.
반면, 태국의 인구는 7100만명, GDP는 5291억 달러다. 자동차 생산은 물론, 판매 시장으로 봐도 인도네시아의 잠재력이 태국보다 월등하다. 인도네시아는 니켈의 제련, 전기차 배터리 등에서 자동차 산업과 시너지를 일으킬 기회가 많다.
그런데도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태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월 "중국이 세계 10위 자동차 생산국인 태국과 연결되면서 이곳 시장을 선도하던 일본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태국 투자가 일본 자동차 회사를 견제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일본 경제매체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지난 1월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의 무역 제한을 피할 목적으로 (아시아국 중) 태국을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중국도 인도네시아의 잠재력과 니켈 생산과의 연계 가능성 등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2000년 초반 중국의 체리 자동차가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했다가 실적이 저조해 철수한 바 있다.
중국 최대 배터리 회사인 CATL도 내년에 인도네시아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의 태국 선호는 인도네시아와의 지정학적 문제와 관련이 있다. 두 나라는 2016년 이후 남중국해의 어업권,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 등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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