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용산서장 보석 풀려난 뒤 첫 재판···유가족 “엄벌 촉구”

김송이 기자 2023. 7. 1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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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석방 규탄 및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등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의 주요 피고인들이 모두 석방된 가운데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게 된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의 엄벌을 촉구했다.

석방된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의 재판이 예정된 10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는 강단 있는 판단으로 정의로운 판결을 해달라”고 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고 이주영씨 아버지)은 “겨우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로 구속된 이태원 참사 책임자 6명이 모두 풀려났다”면서 “증거인멸을 이유로 구속된 이들에게 석방은 어떤 의미인가. 구속된 6개월 동안 이들의 죄를 물을 시간이 부족했느냐”고 말했다. 이 직무대행은 “불구속 상태의 재판이 이들의 죄를 가볍게 해줌으로써 윗선의 책임소재를 덮어버리고, 이 참사가 별것 아닌 양 그렇게 흘러가고 묻혀버리지 않을지 너무나 걱정된다”고 했다.

양선우 10·29 이태원 참사 대응 TF 변호사는 “최근 재판의 증언을 보면 핼러윈 축제에 다중인파가 운집할 것이란 건 용산경찰서에 근무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고, 이 전 서장이 참사 발생 직후 자신의 현장 도착시간을 허위로 기재했음을 알 수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 공무원으로서 자신들의 책임이 얼마나 중대한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한 이들의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은 지난해 핼러윈 당시 이태원에 대규모 인파 집중으로 인한 안전사고 대책이 필요함을 인식했음에도 적절한 사전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재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서장은 참사 현장 도착시간 등을 거짓으로 기재했다는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도 받는다.

이날 용산서 관계자들 공판에서는 참사 당일 경찰 무전 녹취를 두고 검찰과 이 전 서장 측의 공방이 오갔다.

이 전 서장 측은 무전 내용이 잘 들리지 않아 참사 발생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서장 변호인은 “피고인은 서울경찰청 행사망과 용산서 행사망, 자서망 등 4개 무전을 동시에 관용차 내에서 틀어놓고 있던 상황이고, 피고인은 관용차 내부에서 지휘하고 차량에서 나가서도 지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내용을 전부 알고 있었을 것이란 검찰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용산서 자서망을 듣고 난 이후에는 “22시20분 비명소리나 ‘압사사고’ 이런 것들이 무전상으로는 무슨 내용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이라고 들었다”면서 “당시 용산 내 이와 같은 참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무전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이 전 서장은 피고인이 관용차 안에서 무전 내용을 모두 청취할 수 있는 환경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압사’ ‘안전 사고’ 같은 용어가 23시경까지 반복적으로 무전에 나온다. 22시30분부터는 기존 무전과 다른 비명 소리도 계속 나오고 현장 경찰관 목소리나 발언이 다급한 상황임을 짐작하게 한다”면서 “충분히 사고 발생이 임박함을 피고인이 인식 가능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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