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사교육 없는 시대
대한민국은 사교육 공화국이다. 공(公)교육은 사(死)교육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유독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명문 대학에 입학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에 따라 취업과 결혼까지 좌우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좋은 직장과 고수익, 사회적 평판, 선망이 되는 소수 전문직 일자리는 그들만의 리그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우수한 대학에 입학하는 것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사교육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본질은 소수 엘리트 독점 사회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학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일부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의 목표는 오롯이 의사가 되기 위해 문제풀이에 몰두하고 있다. 사교육 문제의 원천은 대학 서열화, 학벌주의가 만연한 사회다.
지난해 전국 유·초·중등학교 수는 2만696개, 교원 수는 50만7783명이다. 하지만 학원 수는 8만5841개, 사교육 강사는 54만9900명(2020년), 관련 종사자까지 합한다면 교원 수의 2배에 이른다. 사교육 참여율은 78.3%, 사교육 참여 학생은 매달 52만4000원을 지출하고 있다.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원으로 교육부 예산 89조6291억원의 30%에 근접하고 있다. 바야흐로 사(師, 의사·醫師)교육 전성시대다. 역대 정부에서 교육개혁 실패가 반복되는 원인은 문제의 근원을 건드리지 않고 입시 제도만 수시로 바꿨기 때문이다. 사교육은 심리다. 떠들수록 불안 심리가 증가한다.
고등학생 과반수가 수학 때문에 학원에 다니고 인터넷 강의 매출의 50% 이상이 수학에서 나온다. 수학이 사교육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수학은 기초가 없으면 더 이상 진도를 나가기 어렵다. 학원은 수준별로 나누고 레벨별로 문제풀이를 하는데 학교는 그렇게 하기 힘들다. 수학을 공교육에서 해결해주면 학원에 갈 필요가 없다.
한국 사회의 최대 병폐인 사교육을 교육청의 기금을 활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지난해 전국 교육청에 잠자는 돈이 22조1394억원, 올해는 26조7893억원이 기금으로 편성됐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초·중등 교육에만 쓸 수 있는 돈이다. 학부모의 사교육에 대한 소비 지출과 가계·기업이 낸 세금이 기금 규모와 엇비슷하다.
26조원의 약 35%인 9조원은 지출이 가능할 것이다. 전국 유·초·중·고 학생인 588만명에게 공교육 쿠폰을 지급하고, 수준별로 학생 10명당 1명의 질 높은 학습 도우미를 배정한다. 공교육 도우미의 역할은 진학과 진로 지도와 공부 방법 조언, 챗GPT 활용, 수학·국어·영어 등 과목에 대한 개별 질문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답변을 해준다.
남아도는 교육청 기금을 활용해 최고의 강사를 공교육 인터넷 교사로 초빙해야 한다. 전국의 학생들이 맞춤형 수학과 과목별 최고의 강사 강의를 EBS를 통해 무료로 들을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학습 도우미와 함께 인공지능(AI)을 잘 활용한다면 사교육 시대는 저물어 갈 것이다.
[박정일 경기도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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